김세준
현재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정보자료담당으로 일하는 서른한살 반공무원. 만화로 한글을 깨우치고 애니를 보며 일본어를 배웠다. 만화, 애니와 관계된 서울 및 인근지역에 서식하며, 가끔씩 일본으로 사냥하러 이동하는 시기가 있다. 웬만한 건 가리지 않고 보는 잡식성. 한주 평균 섭취량은 만화책 35∼50권(구매 30%/ 대여 60%/ 기타 10%), 애니메이션 4∼5편(TV방영분·동영상 제외) 정도다. 오시이 감독의 작품은 전원에서 아무 생각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서 좋다. 최근작보다 <우르세이 야쓰라-뷰티풀 드리머> 같은 초기작이 더 맘에 든다.
<우르세이 야쯔라 뷰티풀 드리머>(1984)
좋아하는 감독들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작품을 고르라고 하면 보통 초기작들을 많이 꼽는다. 그 감독이 막 스타트점에서 긴장하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좋다고 할까. 이 작품은 사이버펑크라는 포장에 싸인 <공각기동대>나 너무 현실화한 <패트레이버>, 그리고 너무 몽환적인 <천사의 알>과는 또다른 오시이 감독의 ‘환상’과 ‘현실’에 대한 태도의 근원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의 유머를 유지하면서 오시이 감독 특유의 호러 같은 판타지의 이질적인 느낌을 잘 섞었다.
서찬휘
만화 이야기터 ‘만화인’(http://www.manhwain.com)과 만화 사이트 링크집 ‘애니링크’(http://www.anilink.net) 지기. 컴퓨터 관련학과 휴학 중으로, 사이트 운영과 지금은 그만둔 joins.com 등 몇몇 매체들을 통해 만화글을 기고하며 밤낮을 거꾸로 살아왔다. 지나온 23년 동안 인생의 가장 큰 낙 가운데 하나가 만화와 만화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 특히 아마추어 만화동인들과 그들의 작품을 좋아한다. 오시이 감독의 세계와 연을 맺은 것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를 보고 고토의 나쁜(?) 성격에 매료돼 “이 작품 누가 만들었나”를 찾으면서부터.
<공각기동대>(1995)팬페이지인 Project2501(http://www.project2501.oo.co.kr)을 만들 정도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 쿠사나기를 중심으로 맞춰진 이야기의 흐름과 주제, 거의 모든 시청각적 요소가 완벽에 가깝게 매치되어 있다. 게다가, 작품을 처음 접했을 당시 그 나이때 감성으로 그만 소녀(쿠사나기+인형사)와 ‘융합’되어버렸다. 오시이식 ‘원작 망치기’의 궁극적인 정점이라는 점도 매우 매력적(?)이고.
이종원
오시이 마모루 작품과 한국고전애니메이션에 관심많은 25살의 평범한 휴학생. 지난해 가을 군 제대 뒤, 한국판 <뉴타입> <딴지일보>와 ‘만화인’ 등에 애니메이션 관련 칼럼을 쓰며 용돈 벌이하며 복학 준비중. 96∼98년 사이 나우누리 애니메이션 동호회 ANC 부시솝을 지냈다. 초등학교 때 <닐스의 신기한 모험>, 중학교 때 광복절 특선만화로 MBC에서 방영한 <달로스> 등 멋모르고 본 오시이 감독의 초기작에 충격받은 뒤, 고등학교 때 <기동경찰대 패트레이버> 극장판을 보고 감독 이름을 알게 되면서 그의 전작을 섭렵했다. 특히 화려한 CG나 SF가 아니라 덤덤하게 그려지는 일상생활 묘사가 좋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OVA판 전 7편(1988)호러영화의 분위기를 풍기는 유령이야기부터, 요절복통 개그와 코미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부조리극까지, 에피소드마다 전혀 다른 장르가 시도되고 있다. 더구나 일본 특유의 거대 로봇물이나 괴수영화의 패러디까지 등장해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심지어 ‘로켓펀치’까지 등장한다^^). 그러나 5, 6화 ‘특차2과의 가장 기나긴 날’은 극장판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의 원형이 되는 작품으로, 이제까지의 개그 분위기에서 일변해서 일본자위대의 쿠데타라는 진지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