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적은 용량으로 이미지를 제공하는 플래시애니메이션은 늘 새로운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주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굳혔다. 따라서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엔터테인먼트 사이트에서는 플래시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하나의 섹션으로 구비하고 있는 형편. 그중에서도 선두주자는 쇼크웨이브(shockwave.com)다. 쇼크웨이브와 그 다음 세대인 플래시를 만든 매크로미디어사에서 운영하는 쇼크웨이브는 음악과 영화,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추구하는 종합엔터테인먼트 사이트. 가장 많은 화제를 모았던 웹애니메이션 프로젝트랄 수 있는 팀 버튼의 <스테인 보이>와 트레이 파커의 <사우스 파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버튼이 쇼크웨이브와 계약을 맺고 제작한 <스테인 보이>는 그의 책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에 등장했던 ‘스테인 보이’가 주인공이다. ‘얼룩 소년’이라는 이름대로 지나간 자리마다 잿빛 얼룩을 남기는 것 외에 별 무기가 없는 스테인 보이는 슈퍼맨, 배트맨 등 슈퍼히어로에 대한 버튼식의 비틀기다. 그날 해결해야 할 사건을 지시하는 상사의 고함소리로 시작되는 <스테인 보이>는, 상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소녀부터 유독성 물질을 즐겨먹으며 독가스를 피우는 ‘독성 소년’ 등 에피소드마다 기묘한 적들을 별다른 액션 없이 처리하는 스테인 보이의 무심한 모험을 담는다. 슈퍼맨처럼 가슴에 ‘S’자가 씌어 있지만 무기력하고 어두운 잿빛의 스테인 보이를 비롯해, <가위손>의 세트같은 집이 늘어선 버뱅크의 주택가와 뒷골목 풍경, 대니 엘프먼의 주제곡까지 우울한 동화 같은 팀 버튼의 세계를 플래시로 유감없이 그려낸다. 카트먼과 그를 성희롱한(?) 죄로 재판대에 선 스탠 등 <사우스 파크>의 악동들이 포진한 트레이 파커와 매트 스톤의 <사우스 파크> 플래시버전도 설명이 필요없는 히트작. TV방송사에서 밀려난 뒤 인터넷에 자리잡은 코믹한 아저씨 영화평론가 제이 셔먼이 할리우드영화들을 재료로 패러디와 유머, 독설을 들려주는 <평론가> 시리즈는 최근 인기작이다. 그 밖에 작년 단편영화 및 애니메이션서비스 사이트로 성가를 올리다 지난해 쇼크웨이브와 합병한 아톰필름(atomfilms.com) 작품들까지 다양한 플래시애니메이션을 골라볼 수 있다. 아톰필름과 쇼크웨이브의 히트작이자 플래시애니메이션 초기부터 개인작가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조 실즈의 조 카툰은 특히 빼놓을 수 없는 작품. 2년 반 전만 해도 장난감 디자인과 광고일을 하며 틈틈이 단편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온 실즈는, 인터넷에 조 카툰(joecartoon.com)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플래시작품을 올리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됐다. 일종의 쌍방향 애니메이션인 그의 작품들은 믹서기 안에 든 개구리든, 사람을 때리는 복서든 설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림 속 스위치를 클릭할 때마다 폭력과 유머의 강도가 세어지다가 피를 보고야마는 과격한 유머가 특징이다. ‘몬도 미니쇼’란 이름으로 짤막한 작품들 선보이는 몬도미디어(mondomedia.com)도 꼭 들러볼 만하다. 10대 소년이 진행하는 삐딱한 세상 소식인 <라이크, 뉴스>부터 <깡패들, 영화를 말하다>(Thugs on Film), <갓 앤 데블 쇼> 등 토크쇼 형식의 플래시시리즈가 독특한 그림과 재기발랄한 대사를 전한다. 다만, 몬도미디어가 본래 콘텐츠 만들기에 주력하는 곳이어서 이 사이트에서는 전체적인 자사 작품소개와 일부 에피소드만 상영한다. 전체 시리즈는 다른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에미넴 등 유명인사를 게스트 삼아 신과 악마가 토크쇼를 벌인 뒤 마지막에 천국행인지 지옥행인지 클릭하게 만드는 <갓 앤 데빌>은 워너브러더스온라인(wb.com)에서, 폭력영화를 좋아하는 시퍼런 ‘홀쭉이’ 스터비와 뜻밖에 예술도 봐주는 ‘뚱뚱이’ 세실, 두 깡패가 <웨인즈 월드>처럼 소파에 앉아 영화 안팎에 대해 온몸으로 떠들어대는 <깡패들…>은 쇼크웨이브나 아이필름(ifilm.com) 등의 엔터테인먼트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핫와이어드(hotwired.lycos.com) 사이트의 ‘애니메이션 익스프레스’ 코너에도 <펠릭스 더 캣> 같은 1920년대 만화풍의 흑백 그림체와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리듬을 가진 <벌보>(Bulbo), 노란 삼각뿔 모양의 머리를 가진 캐릭터를 내세워 괴물과의 모험, 누아르풍의 에피소드 등을 보여주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 <어비스>의 물기둥처럼 투명하고 푸른 액체 같은 정신적인 존재들과의 조우를 그린 초현실주의적인 <아드갓즈>(Oddgods) 등 젊은 작가들의 알찬 플래시 실험이 풍부하다. 디즈니와 워너, 루카스필름 등에서 광고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온 프로들의 엔터인먼트 주식회사 와일드브레인의 인터넷 애니메이션 채널(wildbrain.com)은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플래시애니메이션 사이트. 독점기업과 기계적인 시스템에 장악된 미래형 도시, 어두운 과거를 지우려하는 조 파라다이스란 사내의 이야기를 큐비즘의 화풍과 회색 위주의 누아르 스타일로 그려낸 <조 파라다이스>, 평범한 일상과 악당에 맞서 싸우는 모험을 겸한 슈퍼히어로물 <프랭크 트리퍼> 등 보기 드문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들이 많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가 지난 5월16일에 재오픈한 아이스박스(www.icebox.com)에서도, 주정뱅이 링컨 대통령의 유머감각이 탁월한 <하드 드링킹 링컨>, 좀비와 학생들이 공존하는 대학을 소재로 한 <좀비 칼리지> 등 세련된 작품들의 일부를 볼 수 있다. 미국 작품이 대다수인 플래시애니메이션 사이에서 독보적인 대만의 액션물 <샤오샤오>도 흥미로운 작품. 국내에는 중국판 <졸라맨>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단순하게 그린 게임 같은 배경 속에 선 중심으로 그려낸, ‘졸라맨’보다 조금 통통한 캐릭터가 무협 스타일의 격투를 펼친다. 황혜림 기자▶ 온라인에서
캐릭터시장까지, 플래시애니메이션의 세계
▶ 신나게
흔들고, 뒤집어보자! - <아치와 씨팍>
▶ 와글와글
우거지 맨션 - <우비소년>
▶ 해외
플래시애니메이션
▶ 화제의
국내 플래시애니메이션 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