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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칸영화제 리포트
2001-05-23

칸이 사랑한 거장, 거장이 사랑한 영화

■ 고다르와 코폴라, 영화의 신전에 돌아오다

칸은 참을성을 요구하는 곳이다. 영화를 상영하는 곳 어디서나 길게 줄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누구나 호기심이 동할

영화라면 몸싸움도 각오해야 한다. 기어이 보고 말겠다는 결심이 없으면 해변에서 지중해의 볕을 쬐는 편이 몸에 이롭다. 주상영관인 팔레 앞은

오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화에 목마른 사람들로 들끓는다.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 걷기 힘들 만큼 혼잡한 거리에서 방금 본 영화에 대한

촌평들이 오간다. 한쪽에선 ‘걸작이냐 쓰레기냐’는 판단이, 다른 한쪽에선 ‘살 것이냐 말 것이냐’는 결단이 칸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그렇지만 칸도 마냥 아름답고 우아한 면만 보여주진 않는다. 한국인이 많이 묵는 호텔에선 4군데 방에서 도난사건이

나서 가뜩이나 불편한 이방인의 심기에 바늘이 돋게 만들었고 모영화사 대표는 밤길에 소매치기를 당했다.

경쟁부문 미국영화 5편, 고른 호평 받아

이런 재난에 대해 칸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상은 좋은 영화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불편한 마음을 가라앉힐 만한, 눈이

번쩍 띄는 영화라면 금전적 손실과 정신적 피로를 떨쳐버리는 데 더할 나위 없다. 조엘 코언의 <거기에 없던 남자>와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그런 영화로 꼽을 만하다. 90년대 미국인디영화의 대표주자로 칸의 간택을 받은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두 감독은 훨씬 성숙해진 스타일로 영화광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곳 데일리에 실리는 평점은 기자의 취향이나 잡지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프랑스 평단이 미리 짜기라도 한 듯 높은 점수를 준 영화는

난니 모레티의 <아들의 방>. 마뇰 드 올리베이라의 <나는 집으로 간다>도 아흔이 넘은 감독의 나이를 고려해서인지

따뜻한 찬사 일색이다. 고르게 호평받은 영화들은 코언과 린치를 비롯한 경쟁부문에 오른 미국영화 5편이며 찬반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영화로는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노 선생님>과 세드릭 칸의 <로베르토 수코>를 들 수 있다. 애니메이션 <슈렉>을

제외하고 유일한 데뷔감독인 다니스 타노빅의 <주인없는 땅>은 비교적 좋은 평을 얻었지만 마크 레샤의 <파우와 그의 형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디스턴스>, 카트린 코르시니의 <리허설>, 에르마노 올미의 <무기의 기능> 등은 경쟁작들에

밀리는 분위기다.

거장의 예술혼 팔레를 흥분시키다

수상결과와 관계없이 제54회 칸영화제를 조망한다면 올해 이곳의 조명이 집중된 인물은 장 뤽 고다르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이다. 60년대와

70년대, 프랑스와 미국을 대표하는 두 거장은 이곳 관객으로부터 가장 열렬한 환호와 찬사를 끌어냈다. 개막작 기자회견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기자들이 몰린 기자회견장에서 그들이 입장할 때 터져나온 박수는 사소한 예에 불과하다.

5월11일 비경쟁 공식상영작으로 선보인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이하 <리덕스>)는 미국과 프랑스의 평론가들로부터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코폴라는 기자회견에서 1979년 <지옥의 묵시록>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덕에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칸영화제에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에 비경쟁 공식부문에 초청된 영화 를 감독한

아들 로만과 배우인 딸 소피아와 함께 팔레의 붉은 카펫을 밟았다.

한편 5월15일 경쟁부문에 오른 고다르의 신작 <사랑의 찬가> 상영 때는 고다르가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수백명의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심으로 존경을 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포지티프>의 평론가 미셸 시망은 고다르를 소개하며 ‘신’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비록 난해한 작품이지만 <사랑의 찬가>는 ‘고다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로서 폭넓은 호응을 얻었다. 양국의 현대영화사를

증언하는 두 사람은 이곳에서 지난 40여년의 영화인생을 돌아보는 소감을 피력했다. 그들의 기자회견장은 치열하기에 위대해진 예술혼과 만나는

자리였다.

칸=글 남동철 기자 사진 손홍주 기자

▶ 제54회

칸영화제 리포트

▶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인터뷰

▶ 장

뤽 고다르 인터뷰

▶ 붉은

카펫의 주인공, 그대 이름은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