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끼리 샘내지 마라, 하나 못하면 다 욕먹어”김민선부터 박한별까지, <여고괴담> 선후배의 수다를 가장한 ‘신인 영화찍기 Q&A’
형만한 아우없다는 말이 맞나 보다. 첫 대면의 머뭇거림도 없이 학교 앞 빵집에 후배들을 불러 모아놓은 것 마냥 옛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자신들도 한때 겪었던 답답함이 떠올라서였을까. <여고괴담>에서 9년 동안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귀신 재이 역할을 맡았던 최강희,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교환일기의 비밀을 알아차리게 되는 민아 역할의 김민선 두 배우가 3월23일 크랭크 인을 앞둔 <여우계단: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의 박한별, 송지효, 조안, 박지연 등 새내기 배우 넷을 만났다. 큰 시험을 앞두고 초조해하는 후배들에 대한 선배들의 격려와 조언 중 일부를 여기에 옮겨 싣는다.
박한별 오디션을 보셨나요?
최강희 졸업한 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는데…, 요. (웃음) 공개는 아니었고. 청소년드라마를 하다 기회가 주어져서 박기형 감독님이랑 만난 거지. 처음엔 (박)진희 역할로 불렀는데 귀신이 됐어. 너무 우울해 보이는데다 말도 잘 못해서. 그때가 스물둘이었나. 아마 영화도 한두편 미끄러진데다 만사 의욕이 없던 때지. 오죽했으면 박 감독님이 “넌, 말할 줄 모르니?” 그랬다니까. 연기에 대한 개념도 없었어. 영화 나오면 내 얼굴 크게 나오겠구나, 사람들이 밥먹으면서 보진 않겠구나 그랬어. 하긴, 난 만날 이런 식이야.
박한별 우린 공개로 했는데요. 오전 11시에 가서 저녁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최강희 그건 너무 힘들지. 되게 많이 떨렸겠다. 무섭기도 했을 테고.
박한별 민선 언니는 어땠어요.
김민선/ 면담을 하긴 했는데 난 몇번 떨어졌어. 그냥 밝고 어리고 그랬었나봐. 과연 이 애가 영화를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거지. 그러다 나중에 민규동, 김태용 감독님이 맡게 되면서 얘 한번 만나보자고 그랬던 거지. 거기서 느낌이 좋았는지 막바지에 캐스팅됐어. 근데 효신으로 캐스팅이 됐는데 촬영 들어가기 전날 나도 강희 언니처럼 민아로 바뀌었어. 갑자기 돌아서려니까 좀 당황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민아 역할이나 나랑 제일 잘 맞는 것 같지만.
최강희 첫 영화 할 때는 자기 캐릭터가 많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어. 연기하기 전까지 20년 가까이 한 캐릭터로 쭉 살아온 거잖아. 쉽게 바꿀 순 없지. 그래서 자기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영화를 만난다는 건 처음엔 행운이야. <여고괴담>이 그래. 나나 민선이나 <여고괴담>이 잊혀지지 않는 것도 그래서일 거야.
김민선 편안하게 연기하면 될 것 같아요. 연기하려고 하지 말고. 스크린이 되게 크잖아. 약간 어색하면 관객은 다 느껴.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뽑아내서 보여주라고.
다들 노트 준비해~
박지연 캐스팅 뒤에 따로 준비하신 게 있어요?
김민선 그땐 의욕이 너무 많이 앞서 있었어. 시나리오에 한신에 대한 느낌들이라든지 동선 계산한 거라든지 감독님하고 대화한 거라든지 다 적었으니까. 아. 감독님을 어려워하지 마. 우리 때는 감독님이 친구같이 장난도 치고 그래선지 대사 만들때도 나한테 맞게 상황을 고쳐줬거든. 그런 면에서 편했지. 너네도 프로야. 신인이지만 프로야. 돈 받고 연기하는 거잖아. 처음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마. 여기서 왜 움직여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라고.
최강희 어떨 땐 자기 생각이 맞을 때도 있어. 문제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 말할때 자기 느낌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 스크린에 뜨고 나면 배우는 벙어리야.
김민선 자기가 연기하는 인물의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할 줄 알아야 해. 이 아이가 왜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건지 설명할 줄 알면 되지.
최강희 자기가 그 이유를 모르면 안 되지. 바로 난데. 촬영할 때 지혜, 그 친구가 되게 멋있게 보였거든. 매일 노트를 준비했더라고. 그런데 안 보여줘. 뭔가 했더니 캐릭터의 히스토리를 계속 써나가고 있더라고. 일기 쓰듯. 그러니까 감독님이 어떻게 설정을 바꿔도 겁나는 게 없는 거지. 알았지, 다들 노트 준비해라.
김민선 부담스러우면 끼적거리는 걸로 시작해도 좋을 거야.
최강희 근데 너흰 서로 친하니?
(서로의 얼굴만을 보며 침묵)
최강희 절대로 너희들끼리 샘내지 마라. 그건 아니야.
김민선 이제 한반이지. 하나 못하면 다 욕먹어.
최강희 너무 친해져도 문제는 있긴 해. 진희랑 너무 친해져서 밤마다 뭐 먹으러 다녔거든. 첫 영화니까 예쁘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긴 했는데 그게 내 맘대로 되나. 현장만 가면 뭘 그렇게 먹어대는지, 얼굴이 붓기까지 했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양수리세트 가면 모든 게 맛있었어. 특히 인절미 과자. 한참 차 타고 나가서 그거 사다가 밤새 다섯 봉지씩 먹고 그랬어.
김민선 학교 하면 매점이 떠오르잖아.
박한별 우린 계속 빼야 하는데요. 발레 때문에.
최강희 여기서 어떻게 더 살을 뺀다는 거야. 내가 장담하는데 군것질은 어떻게든 몰래 하게 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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