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분히 실험적인 작품부터 웃음을 머금게 하는 따뜻한 우화까지 총 19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한국단편영화 프로그램은 작지만 알찬 영화들로
관객의 배를 든든하게 채운다. 뉴스프로그램이라는 형식을 도입한 <뉴스데스크>는
김필호라는 탈옥수가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사건뉴스에서 시작하여 불곰을 닮은 개의 출현, 청소년의 편의점 습격사건, 오늘의 날씨까지 이어지는
개개의 뉴스거리가 사실 서로 연결된 하나의 큰 이야기였음을 보여준다. 그 이야기를 쫓다보면 한 가족의 비극적인 종말을 목격하게 된다. 햇빛
쏟아지는 종로거리, <오후>의 카메라는 한 여자를 따른다. 사진사인
이 여자에게 다가서는 한 청년은 자신이 누군지 알아보겠냐고 묻는다. 여자는 그 청년이 5년 전 자신이 찍어 출품한 사진 ‘얼굴에 상처 있는
아이’의 모델이었음을 깨닫는다. 인간적으로 문을 열었던 소년과 그를 피사체로만 생각했던 사진사의 만남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삼류 마술사와
아빠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의 이야기 <으라차차>는 웃음 속에
희망이 묻어나는 우화다. 아들을 위해 ‘유리겔라’가 되고 싶은 아버지는 결국 괄약근(?)을 이용한 기발한 무기를 개발해 낸다. <호모
파베르>는 과장된 효과음과 속도감 있는 편집, <황비홍>류의 액션, 약간의 엽기와 공포 등 곳곳에 유머와
발랄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5공, 6공에 대한 은근한 비판의식도 깔려 있다. 마치 은행에 설치된 CCTV를
보는 듯한 <홈 비디오>는 처음엔 훔쳐보기의 심리를 자극하는 듯 집안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로 일상적인 부부의 아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어지는 충격적인 장면들을 통해 미디어에 만연하고 있는 관음증의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예수가 태어난 크리스마스,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에서
예수는 죽는다. 세명의 기이한 환자들과 상담을 진행하던 정신과 의사는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혼란에 빠져든다. “엘비스를 본 순간 내 미래는
결정되었어.” <뮤직 언더 뉴욕>은 기타가 빵이고 버터이고 자식이고
‘마누라’인 뉴욕 스트리트 뮤지션 로날드와 알렉스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들이 풀어놓는 ‘행복’에 관한 철학책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올해 한국영화 회고전은 그 사나이들의 세계를 담은 영화들로 차려져 있다. 인터넷영화로 붐을 일으킨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가
기꺼이 오마주했던 <명동 44번지> <팔도 사나이> <장군의 아들>뿐
아니라 변장호, 임권택, 최인현 감독이 함께 연출한 <명동잔혹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백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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