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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 내가 겪은 것들이고 경험에서 온 것들이니까 - <몽그렐스> 제롬 유 감독과 그의 친구 조용진 조감독, 유재선 감독의 영화 대화
이우빈 사진 오계옥 2026-06-04

<몽그렐스>

- 세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조용진 예전에 밴쿠버 필름스쿨에 다니면서 연이 닿은 지인이 있다. <PMC: 더 벙커> 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마주쳤는데, 자기 친구도 밴쿠버에서 영화를 만든다며 어떤 사람을 소개해줬다. 그가 제롬이었다. 그렇게 만났는데 우선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반갑더라. 게다가 너무 착했다. (웃음) 어느새 자연스레 친해지게 됐다.

유재선 조용진 조감독님과 <옥자> 때 함께 연출부에서 일했다. 그때부터 이런저런 영화를 많이 추천해주셨는데, 원체 영화 보는 눈이 까다로우시다 보니 추천작마다 너무 좋고 도움이 됐다. 그러다가 언제 한번은 제롬 유라고 친한 감독이 있는데, 최근에 찍은 <몽그렐스>가 본인에게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말하는 거다. 당연히 궁금해졌지. 시사회에 가서 봤더니 왜 그리 좋아하셨는지 바로 알겠더라.

조용진 아, 조금 정정하자면 그 뒤에 본 <세계의 주인> 다음 두 번째로 좋았다. (웃음) 물론 <몽그렐스>는 명작이다.

- 둘의 감상을 들으니 어떤가.

제롬 유 조용진 조감독님과는 일종의 시네마 클럽 활동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배우, 감독 등 영화인들과 종종 모여 극장에 가고 영화 이야기도 나눈다. 모두 영화 보는 기준이 엄청 높고, 무엇이 아쉬웠는지도 솔직하게 말한다. 그래서 <몽그렐스>를 처음 보여줄 때 사실 무척 긴장했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좋은 피드백만 주어서 감사하다. 유재선 감독님의 <>을 보고 <몽그렐스>의 편집에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 90분짜리 영화의 모든 컷에 다 의미가 있고, 낭비가 없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편집 일 전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이후 유재선 감독님을 존경하는 감독 목록에 적게 됐는데 이렇게 연이 닿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조용진 친분 때문에 하는 칭찬은 절대 아니다. (웃음) 흔히 택하는 내러티브의 구조를 따르지 않고, 용기 있게 자기만의 섬세함을 밀어붙이는 영화는 이 시대에 귀하다. 시각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본인의 색깔을 끌고 가는 도전 정신이 참 좋았다.

<몽그렐스>

- <몽그렐스>는 감독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로부터 시작한 것 같다.

제롬 유 첫 장편이지만 자신감이 있었던 것은, 다 내가 겪은 것들이고 경험에서 온 것들이니까 자연스러운 감정을 선보일 수 있겠다는 점이었다. 첫 장편은 아무래도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녹아들기 마련이다. 구상의 첫 시작은 마지막 시퀀스에 나타난 호숫가 장면이었다. 꿈에서 만난 이미지이고, 보이지 않는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곳에서부터 시작하여 캐나다에 정착한 이민자로서 겪었던 추억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픽션 속에 적절히 녹이면서 이야기에 살을 붙이게 됐다.

유재선 안 그래도 <몽그렐스>가 어떻게 출발했는지 궁금했던 터라 옆에서 재밌게 들었다. 신기하다. 영화의 시작이 자신의 꿈이고, 그 몽환적인 분위기가 영화에도 그대로 구현되다니. 아무래도 난 조금 더 계산적이고 전략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편이라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제롬 유 감독은 봉준호 감독님과 비슷한 스타일 같다. 봉 감독님도 한강 다리 밑에서 괴물을 봤다는 어떤 환각 같은 이미지로부터 영화를 시작한 분이니까. 나에게도 그런 영감이 좀 찾아오면 좋겠다. (웃음) 세개의 챕터로 나뉜 구조도 너무 좋았다. 연출자의 자전적 이야기이고 한 가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같은 환경에 놓인 이들의 각자의 역사가 어떻게 달리 해석되는지 보여주는 게 묘수였다.

- 두 친구가 <몽그렐스>에서 특히 인상 깊게 본 장면이 있다면.

유재선 챕터2에서 하준과 아버지 광선이 싸우는 장면이 떠오른다. 어떻게 찍었는지 부러울 정도였다. 부자가 충동적으로 주먹을 맞대는데 그야말로 날것 같은 감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한편, 정교하게 합이 짜인 무술 신처럼도 느껴졌다. <몽그렐스>를 아내와 극장에서 봤는데, 다 보고 나오면서 이 장면에 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시나리오에서부터 아들이 주먹질하는 게 적혀 있었을지, 즉흥 연기였을지 등등 호기심이 쉬이 사라지지 않은 장면이었다.

제롬 유 알아봐주셔서 신기하다. 시나리오를 쓸 때 마음속으로 확실하게 상이 잡힌 신 중 하나다. 아빠와 아들 사이엔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주먹으로만 나눌 수 있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장면의 구도를 상상하면서 러닝머신을 타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던 기억도 난다. (웃음) 대략적인 동선과 싸움의 흐름은 미리 맞췄지만, 테이크를 많이 가면서 점점 속도를 올리고 감정도 쌓았다. 두 사람의 실루엣으로 움직임을 드러내고 싶어서 데이 포 나이트로 촬영했고, 아침부터 점심까지 거의 한나절을 찍으며 고생했던 신이다.

조용진 정말 좋아하는 신이 있다. 챕터3의 시작점, 하나가 혼자 풀숲에 누워 있는데 주위엔 파란 나비들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아마 CG겠지. (웃음) 카메라가 멀리에서부터 하나에게 다가가고, 하나가 불쑥 일어나 숲으로 달려간다. 비행기를 먹기 위해서다. 그 화면 위로 왜 하나가 비행기를 먹는지에 대해 예전 엄마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작중 하나는 하늘에 떠다니는 비행기를 엄지와 검지로 잡아서 입에 넣고 먹는 시늉을 자주 한다. 비행기 100개를 먹으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엄마의 말 때문이다.편집자) 제롬 유 감독이 얼마나 서정적인 연출자인지를 완벽하게 집약하는 장면이다. 밴쿠버국제영화제 유튜브에 이 장면 클립이 올라와 있는데 족히 10번은 넘게 봤다.

유재선 그 숏이 주는 슬픔이 어마어마했다. 여태까지 하나가 얼마나 많은 비행기를 먹었을지, 그만큼 얼마나 어머니가 보고 싶은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그 꿈이 좌절될 것임이 약속되어 있으니 참 비극적이기도 하다.

제롬 유 중학생 때인가.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면서 비행기를 먹는 친구가 있었다. 좋아한 여자 아이였던 터라 기억이 뚜렷하다. (웃음) 엄마에게 배웠다는데, 그 친구가 어떤 소원을 빌고 싶어 했는지는 모른다. 분수에 동전을 던진다거나, 생일날 초를 분다거나 하는 식으로도 소원을 빌 수 있는데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소원을 빌었는지 늘 궁금했다.

<몽그렐스>

- 이런 질문도 재밌겠다. 만약 두 사람이 <몽그렐스>의 뼈대로 영화를 찍게 됐다면, 어떤 차이가 있었을 것 같나.

유재선 제롬 유 감독의 정서를 따라 할 능력과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 자신은 없다. 만약 찍어야 했다면 어떻게든 장르적인 비틀기를 넣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차우>처럼 알파 들개가 한 마리 나타나고, 한국인 가족이 힘을 합쳐 맞서 싸우는 그런 이야기로 접근하지 않았을까. (웃음)

조용진 너무도 ‘제롬 유’다운 영화여서 이런 감성을 채우진 못했을 거다. 이민자로서 겪는 소속감의 문제, 상실의 기운, 슬픔을 견디는 방식 같은 것들을 다루는데 나는 그런 경험과 거리가 멀다. (웃음)

유재선 만약 조감독님이 만드셨으면 뭔가 하준과 친구의 관계, 그 긴장감에 더 집중했을 것 같은데.

조용진 아니다. 나는 하나 이야기를 더 파고들었을 것 같다. 앞서 챕터1, 2가 지반을 잘 쌓아뒀으니, 하나의 시점에서 그 성장기를 더 깊게 다뤄보고 싶다. <아무도 모른다>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런 영화. 하나를 연기한 진세인 배우의 기교 없는 솔직함 덕에 영화가 정말 더 아련해지고 슬펐다. 너무 좋은 캐스팅이었던 것 같다. 눈빛이 너무 짙다. 어떤 신에선 하나가 이 집안의 엄마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나에게 꾸중을 듣는 아빠의 리액션이 딸보단 아내에게 한 소리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의도한 건가?

제롬 유 그렇진 않았다. (웃음)

조용진 이건 아니었던 걸로.

-<미나리> <라이스보이 슬립스> <패스트 라이브즈> 등 한국계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몽그렐스>의 차별점, 혹은 <몽그렐스>가 보여주는 ‘한국성’은 무엇일까.

조용진 한국영화가 흔히 ‘한’을 다룬다고 하지 않나. 뭔가 아픔이 있어도 말을 안 하고 감정도 안 드러내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그 참았던 한을 내뿜는다. 이런 면에서 <몽그렐스>가 참 한국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나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꼭꼭 숨기듯 가지고 있다가 마지막에야 숲으로 뛰쳐나가며 그 감정을 폭발시키니까. 제롬 유 감독의 섬세한 성장기, 이로부터 만든 든든한 하체 힘이 영화의 층위를 굉장히 깊고 다양하게 구현해냈다는 감상이 든다.

유재선 함께 영화를 본 아내가 이민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보니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사실 한국 토박이들은 디아스포라 영화 속 이민자 가정이 제사를 고집한다든지, 한복을 입는다든지 하며 한국적인 뿌리를 강조하는 게 어색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민자 가정일수록 고국의 풍토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지키려 한다고 하더라. 그들에겐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몽그렐스>는 정말 ‘진정한 이민자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롬 유 <몽그렐스>를 만들면서 인생을 반추했다. 우리 집의 이미지가 어땠는지 떠올렸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기억에 뚜렷하게 각인된 것은 매번 제사를 치르는 풍경, 할머니가 집에 와서 붙이는 전통 부적의 모양들이었다. 그런데 밴쿠버에서 컸고, 한국말을 아직 완벽하게 하지 못하니 무엇이 한국적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며 너무 어색해하지 않기를, 이런 이들의 이야기가 있음도 한편으로 받아들여주기를, 우리가 남이라고 느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두 친구가 <몽그렐스>의 한줄짜리 추천사를 써준다면?

유재선 <몽그렐스>는 훌륭한 이민자 영화이면서 애도의 방식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엄마의 부재를 통해 그 존재감을 더욱 키운다. 영화를 보면 레터박스에 한줄 평을 기록하는데, 그곳에 이렇게 썼다. “엄마를 안고 싶게 만드는 영화”.

조용진 아, 너무 어려운데? 그래, 그냥 “가족을 만들고 싶게 하는 영화!” 아무리 인생에 지쳐도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 힘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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