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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영상기술의 현재와 미래, 모든 것의 총망라, 제7회 대전특수영상영화제를 가다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25-12-11

진정한 마술은 트릭을 알고 난 뒤에도 그 신비감을 잃지 않는다. 흔히 시각특수효과(Visual Effects)의 약어로 통칭되는 VFX는 그저 눈이 특별한 영상이나 신기한 기술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부터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까지 영화의 기원에 맞닿아 있는, 영화의 본질 그 자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현실을 영화로 만들어주는 마술인 동시에 영화를 현실과 연결시키는 기술이기도 한 VFX는 어느 순간부터 마술사들의 신비로운 비밀처럼 스크린 뒤에 감춰져왔다. 우리는 120년 넘게 영화라는 마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겨왔지만 그 마술의 트릭을 여전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바야흐로 경계가 무너지고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잡아끄는 초혁신의 시대가 왔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때론 그 트릭들을 통해 마술적 경험이 더욱 확장될 수 있다고. 그제야 비로소 특수영상은 ‘특수하게 분리된 기술’을 넘어 ‘특별한 영상 체험’으로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는 어느덧 7회를 맞이한 대전특수영상영화제(DFX)가 그 중심에 서 있다.

특수영상 기술 전문가를 발굴하고 산업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온 대전특수영상영화제는 올해 7회를 맞아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간 전문 인력과 스태프들, 특수영상 종사자들을 응원하고 발굴하는 데 힘써왔던 대전특수영상영화제는 지난해부터 대중적인 통로를 확충하고 일반 관객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올해는 그 통로를 더욱 넓혀 융복합 특수영상의 허브로서 대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한해였다. 그리하여 DFX OTT어워즈로 대표되는 특수영상 시상, 특수영상 분야의 빼어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스크리닝, 특수영상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는 DFX 테크쇼, 다양한 기술 성과 전시를 위한 DFX 라운지까지 차별화된 네 방향의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네트워크와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11월27일부터 29일까지 호텔 ICC, 메가박스 대전신세계아트앤사이언스, 씨네인디유, 대전아트시네마, 소소아트시네마 등 대전 일대에서 열린 이번 영화제에는 특수영화산업 종사자는 물론 많은 시민들이 모여 미래를 미리 체험했다.

‘퓨처 레트로’를 올해의 테마로 선정한 7회 대전특수영상영화제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상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1970년대 특수영상기술을 오늘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FX레거시 섹션과 올해 수상작들을 다시 만나보는 어워즈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한편 ‘환상 감각 속으로’라는 슬로건에 부합하는 다채로운 전시는 영상기술이라는 시각적인 감각이 단지 시각에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영역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DFX 테크쇼의 연사로 참여해 ‘VFX 산업의 미래: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와 새로운 기회’에 대해 발표한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는 “AI는 사용자가 상상력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수단 중 하나”라며 제작 경험을 공유했다. AI의 등장으로 기술과 창작이 적대하는 것처럼 오인되고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기술과 창작은 분리된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제7회 대전특수영상영화제는 기술과 창작이 어떻게 한몸이 되어 더 나은 상상력을 선보일 수 있을지를 증명한 화합의 장이었다. 역시, 미래는 이미 우리 주변에 도착해 있다. 필요한 건 작은 관심과 관찰력, 그리고 만남의 장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앞으로의 대전특수영상영화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