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연속기획 2]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2, ‘부산, 영화’, <핸섬가이즈> 제작기
정재현 2025-10-13

신나지만 무서운 장르의 무대 <핸섬가이즈>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는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유능한 목수이고, 곤경에 처한 사람과 동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선한 남자들이다. 한데 사람들은 조화를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의 비주얼과 코디, 사교성과 거리가 먼 이들의 말투로 인해 천사 같은 두 남자를 오해한다. 파출소장 최씨(박지환)와 대학생 미나(공승연) 또한 첫인상만으로 재필과 상구를 재단한다. 최 소장은 두 남자를 끝까지 흉악범이라 의심하는 반면, 미나는 재필과 상구로부터 목숨을 구한 후 이들이 성실히 노동해서 번 돈으로 구매한 드림 하우스에 머물며 두 남자에게 감화된다. 한데 이 드림 하우스가 문제다. 이 산장은 으스스한 외양에 걸맞게 귀신 들린 집이다. 지하실에는 악령이 봉인돼 있고, 이 집을 공격하려는 자들은 재필과 상구의 의도와 무관하게 하나같이 잔혹하게 죽어나간다. 끊임없는 코미디의 급류가 관객을 휘감는 와중에 스릴러와 오컬트 장르의 문법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출몰하는 영화. <핸섬가이즈>는 2024년 6월 개봉하자마자 관객들의 입소문을 탔고,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177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영화 러닝타임의 8할 이상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자랑하는 재필과 상구의 집은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아홉산숲 내에 지어졌다. 집의 외관만 짓고 내부는 실내 스튜디오에 세트를 마련하는 통상의 영화와 달리 <핸섬가이즈>제작진은 아홉산숲에 집의 내외부를 모두 짓고 부산에서 숙식하며 ‘신나지만 무서운 영화’를 28일간 만들어갔다. 남동협 감독이 들려주는 <핸섬가이즈>의 제작기를 전한다.

<핸섬가이즈>의 장르적 재미를 견인하는 요소는 두 목수가 거주를 목적으로 매입한 산장이다. 시나리오 초고 당시 <지옥의 산장>이란 가제로 불릴 정도로 영화 속 산장은 공간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핸섬가이즈>팀은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아홉산숲에 산장을 오픈세트로 지었다. 남동협 감독은 내외부 전부를 아홉산숲에 새로 지을 경우 날씨가 최대 변수기 때문에 외관은 오픈세트로, 내부는 실내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일정도 염두에 두었다. 내외부가 모두 갖춰진 야외 세트에서 비라도 오면 그날 촬영은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 고민 끝에 “산장 내외부에서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인 <핸섬가이즈>촬영의 효율성과 배우들의 몰입을 위해 세트 전체를 통째로 짓기로 결심했다. 작품 속 산장은 남동협 감독이 정이진 미술감독과 세트를 짓는 동시에 작품의 콘티를 협의해가며 두달여간 지은 집이다. 현재 오픈세트는 철거됐다.

‘베이커 ㅅㅂ의 집.’ 현판의 글씨조차 바래 엄한 욕설로 읽히는 이 집의 최초 입주자는 한국전쟁 이후 선교를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베이커 신부(제이미 호런)다. 남동협 감독과 정이진 미술감독은 과거에 악령이 출몰해 폐가가 된 서양식 주택을 축조했다. “미국적인 디자인의 주택이 우리나라에 있으려면 어떤 설정이 가장 자연스러울지 고민했다. 한국에 그런 집이 존재하는 게 어렵지 않나. 조사해보니 1950년대에 선교 활동을 하던 신부님들의 사택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편히 지낼 법한 구조의 사택이 전국에 많았다. 산장이 본래 선교사의 사택이라고 설정하면 공간이 존재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엌엔 가마솥과 아궁이가, 주방엔 한국식 타일이 붙어 있는 언밸런스는 상상력이 보태진 결과다. “당시 사택을 지을 때 한국의 목수들은 정확한 이미지를 토대로 짓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외형은 얼추 서구식이어도 내부로 들어오면 다분히 한국적인 물품들로 채워져 있지 않았을까.”(남동협 감독)

재필과 상구는 험상궂은 겉모습과 사교적이지 않은 말투 탓에 처음 만난 이들에게 오해를 산다. 이 점은 <핸섬가이즈>초중반의 웃음 포인트를 만드는 동시에 사태를 악화시키는 플롯 트위스트의 표지로 활용된다. 두 배우는 위협적으로 보일 만한 캐릭터의 체구를 만드는 데 진심이었다. 다만 그 방식이 달랐다. 이희준 배우는 벌크업을 시도했고 이성민 배우는 현장에서 음식 섭취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공작새의 꼬리마냥 뒷머리를 뻗친 재필의 머리는 배우 이성민의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됐다. 의상 컨셉 회의를 하기 전 이성민 배우가 재필이 이런 모습이면 어떻겠느냐며 어느 멧돼지 사냥꾼의 사진을 보낸 것이다. 최종 의상에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이성민 배우의 아이디어는 재필의 외양을 만드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한편 상구의 티셔츠엔 강아지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상구가 직접 반려견 봉구를 티셔츠에 그려넣었다는 설정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품들 또한 허투루 선택된 것은 없다. 재필과 상구가 소유한 트럭 또한 의도적으로 녹슬고 찌그러진 차량이 선택됐다. 둘의 거친 인상에 편견을 더할 만한 요소다.

“소위 B무비라고 하는, B급 정서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CG 사용을 지양해야 했다. 꼭 그래픽이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면 아날로그의 느낌을 살리는 편을 택했다.” 남동협 감독이 <핸섬가이즈>만의 독특한 오락성을 만들기 위해 택한 전략이다. 이를테면 <핸섬가이즈>에서 ‘신들린’ 대상은 오컬트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가축인 염소다. 염소의 형상을 한 수많은 악마의 이미지를 결합시켜 극 중 염소 악령 바포메트가 탄생했다. 이때 약재이자 보양식으로도 취급되는 흑염소가 악의 숙주라는 점도 <핸섬가이즈>답다. 무덤에서 염소의 발이 튀어나오는 점프스케어를 찍을 땐 CG로 염소의 발을 그리기보다 직접 스태프가 땅을 파고 무덤 속에 들어가(여기서부터 수작업이다) 신호에 맞춰 더미로 만든 염소의 발을 땅 밖으로 들어올렸다. 제이슨을 연기한 김도훈 배우는 배역의 최후를 연기하기 위해 목재 분쇄기 안으로 직접 뛰어들었다. 제작진은 배우가 직접 스턴트를 소화하는 장면을 완성도 있게 연출하기 위해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분쇄기 입구에 스티로폼을 매설해 배우가 추락해도 다치지 않도록 준비해두었다고 한다.

관련영화

관련인물

사진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