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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2, ‘부산, 영화’, <야당> 황병국 감독 인터뷰
조현나 사진 오계옥 2025-10-13

‘반드시 실제 재판정에서 촬영하고 싶었다’

- 14년 만의 연출작으로 극장 안팎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야당>이 시작되기 전에 ‘이 영상은 모두 허구로서 등장인물 및 구체적인 사건 역시 상상에 기초하여 창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뜨는데, 어떤 관객이 ‘해당 문구에서의 허구라는 말 자체가 허구다’라는 리뷰를 남겼더라. 영화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이 실제 사건에 기반을 뒀는데 알아봐주시니 신기했다. 기억에 남는 평이다.

- <야당>자체도 마약사범들의 이야기가 발단이 됐다고.

2020년 1월에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가 마약사범들이 아침마다 검찰청에 모여 정보를 교환한다는 기사를 보내줬다. 그때 ‘야당’에 관해 처음 알게 됐고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재밌겠다 싶었다.

- 배경은 인천이지만 실제 촬영은 부산에서 진행한 신들이 있다.

부산은 과거 양식의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고 바다를 뒷배경으로 장면을 만들기도 좋은 도시다. 촬영 협조도 순조로워 부산의 다양한 로케이션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이 섭외됐기 때문이었다. <야당>을 준비할 때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마약 재판을 보러 자주 갔다. 미디어에서의 재판정과 상당히 달랐기 때문에 반드시 실제 재판정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싶었고, 다행히 섭외가 되어 부산으로 향했다.

- 마약사범으로 재판도 받았던 강수(강하늘)는 마약범과 경찰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는 야당으로 활동한다. 겉으론 밝고 활발해 보이지만 내면은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결과적으로 <야당>은 강수가 복수하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강수의 복수를 응원하게 하려면 강수에게 몰입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데 강수는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강수가 하는 일이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려 했고 후반에 강수에게 복수의 발단이 되는 사건이 벌어진 후에는 행동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관객이 자연스레 강수의 행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 검사 관희(유해진)와 마약수사대 형사 상재(박해준) 역시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관희를 처음부터 절대 악이라고 설정하진 않았다.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해 어렵게 검사가 됐는데 출세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 것이다. 초반엔 최소한 자신이 하는 일이 선을 넘었다는 걸 자각은 했지만 승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간 이후로는 그런 양심의 가책조차 없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선민의식이 생겼던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상재도 승진하고자 하는 열망이 두드러지는 인물로 그렸는데, 이미 강수와 관희가 그러하니 상재까지 그럴 필요는 없을 듯해 가족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아버지 캐릭터로 최종 편집했다.

- 영화의 속도감이 상당히 좋다.

처음 편집했을 땐 지금과 같은 속도감은 아니었다. 주어진 정보가 많다보니 더 느리게 전개됐는데, 자막이나 인터컷을 삽입하는 식으로 특정 장면에 대한 의문이 하나도 없도록 하는 것이 요즘 편집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에 따라 편집했다. 그래야 관객도 지루하지 않고 핸드폰도 보지 않을 것 같았다. 아침에 촬영감독과 출근할 때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현장에서 그 리듬감대로 촬영하고, 배우들의 대사가 늘어진다고 느낄 때도 좀더 빨리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와이드숏을 쓰면 정보량이 많아져 어쩔 수 없이 편집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타이트한 숏을 자주 썼다.

-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바퀴벌레 메타포에 관해 설명해준다면.

<야당>에선 바퀴벌레가 본래 관희이자 검사, 검찰을 의미했다. 현재 <야당>확장판을 준비 중인데 여기에선 관희의 시점으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바퀴벌레가 은유하는 대상을 다르게 표현할 예정이다.

- 해당 메타포를 제외하더라도 야당, 마약수사대 형사 외에 검사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그렸다.

처음에는 국정원에 관한 정보도 넣으려 했었다. 그런데 <야당>을 쓰고 준비할 당시에 우병우 사건을 비롯한 검사, 검찰과 관련된 사건이 연일 뉴스에 보도됐다. 그러다보니 당시 한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야기가 영화에 자연스럽게 반영됐고 최종적으로 국정원에 관한 에피소드는 빼고 검사들에게 집중하게 됐다.

- 검사실에 모인 검사들이 자신들의 비리가 생중계되고 있다는 걸 깨달은 뒤 흩어지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검사들이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과거를 공유하며 카르텔을 공고히 하는 모습을 전면에 드러내고 싶었다. 당시 배우들이 정말 잘 소화해줘서 현재까지도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 마약에 중독된 강수가 단약할 때 극도로 힘들어하는 장면 역시 가감 없이 보여줬다.

취재차 마약 치유 센터에서 연이 시작된 마약중독자들과 지금도 가끔 만난다. 부족함 없이 잘 살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마약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이 많다. 마약을 끊고 싶어도 몸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에 쉽지 않단다. 너무 힘들어서 일찍 생을 마감하는 이들도 있고, 타임머신이 있다면 마약을 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한국에선 술, 담배 중독에 관한 치료 센터는 잘 마련되어 있지만 마약중독에 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안타깝게도 마약 투약자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단순히 교도행정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의 치료 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영화를 준비하며 크게 절감했다. 그래서 강수가 힘들게 단약을 하는 장면도 영화에 넣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마약 파티 장면도 과감하게 연출했는데 그에 대한 불호 의견들을 접했다. 감독으로서의 의도를 전하자면 마약을 하면 제일 먼저 수치심과 도덕성이 사라지고 인간으로 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고 한다. 그 현실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때 관객들이 마약의 위험성을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와 같이 표현했다.

- 차기작에서도 마약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싶나.

또 한번 다뤄볼 의향이 있다. <야당>을 통해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시도를 해봤다면 시리즈물로 확장해서 다룰 시엔 시청자들도 마약의 위험성을 더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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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내달린다, <야당> 오락적인 재미에 사회고발을 결합하다”(<씨네21> 1502호, 조현나)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