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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2, ‘부산, 영화’, <야당> 제작기
조현나 2025-10-13

바다가 보이는 경찰서, 현실감 불어넣는 재판정 <야당>

“대한민국 마약판은 세 분류로 나뉜다. 약을 파는 놈과 그걸 잡는 놈, 그리고 그놈들을 엮어주는 나 같은 놈.” 황병국 감독이 <특수본>이후 14년 만에 배우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과 함께 마약 소재의 영화 <야당>으로 돌아왔다.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휘말려 마약사범이 된 강수(강하늘)는 승진을 꿈꾸는 검사 관희(유해진)의 제안으로 검찰, 경찰에 마약 세계의 정보를 전하는 ‘야당’의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단순히 강수와 관희의 합작으로 마약범을 검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약수사대 형사인 상재(박해준)를 더해 야당과 검사, 경찰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들의 대립이 심화될수록 교묘히 이루어지는 마약 거래, 마약 투약의 위험성, 한국 검찰계의 비리가 서서히 드러난다. 황병국 감독과 제작진은 <야당>의 현실감을 부각하기 위해 세트를 최소화하고 부산에 위치한 법원부터 횟집까지 다양한 로케이션을 놓치지 않고 활용했다.

마약사범 오재철(우지현)이 취조를 받는 동안 강수가 경찰서로 들어와 그와 협상을 시도하는 시퀀스는 영도경찰서에서 촬영됐다. “영도경찰서 창밖으로 바다와 항구가 보이는데 그게 <야당>의 분위기와 상당히 잘 어울렸고, 구조가 독특해 동선도 다양하게 쓸 수 있었다”라는 것이 이목원 미술감독의 말이다. 제작진은 최대한 경찰서 내부 공간을 잘 살려 촬영을 진행하고자 했고 “오재철이 취조를 받는 조사실 정도만 경찰서 1층의 다른 공간을 새롭게 세팅하는 과정을 거쳤다.”(강가미 프로듀서) 영도경찰서의 구조가 독특했던 만큼 이모개 촬영감독은 이를 잘 활용해 강수라는 인물을 소개하려 했다면서,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야당을 포함한 관계자들의 업무가 착착 맞아떨어진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사전 작업을 철저히 거쳐 촬영했다”고 전했다.

김학남(김금순) 일당이 마약을 제조하는 공장은 부산의 서부물산에 마련됐다. 처음 황병국 감독이 원했던 장소는 장어 양식장이었다. 장어를 옮기는 활어차를 통해 마약을 밀반입한다는 컨셉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강가미 프로듀서는 “본래 활어센터를 주로 헌팅했으나 우연히 그 옆의 서부물산을 발견했다. 규모는 작아도 누아르의 분위기가 더 짙게 풍기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목원 미술감독 또한 “그동안 미디어에선 비닐하우스 안에서 마약을 제조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그와 다른 상황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마약 제조 과정에서 여러 악취가 발생하는데 “생선 냄새가 강하게 나는 곳이라면 화학약품의 악취가 풍겨도 잘 모를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서부물산 한쪽에 마약 제조 공간을 세팅하고 실제 거래는 수조 안에서 비밀스럽게 한다는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바둑판처럼 칸칸이 나뉜 서부물산의 공간적 특성은 “준비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하는”(이목원 미술감독) 매력이 있었다. 때문에 김학남 일당의 마약 제조 공장 외에도 에필로그에서 강수가 또 다른 마약범들을 소탕할 때의 배경지로 활용됐다. 수조 안에서 비밀리에 강수와 거래를 하던 마약범들은 불시에 들이닥친 경찰들과 술래잡기하듯 수조 위를 정신없이 오간다. 이 시퀀스를 “하나의 소동극처럼 표현하면 좋겠고”(이모개 촬영감독), “수조 위로 도망치다 그 아래로 빠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재밌겠다”(이목원 미술감독)라는 제작진의 아이디어가 모여 현재와 같은 에필로그의 액션신이 완성됐다.

염태수(유성주) 일당이 식사 중이던 한 횟집에 강수와 상재가 들어와 이들을 덮친다. “이들이 싸우다 부딪혀 칸을 나눠둔 파티션이 열리면 뒤쪽에서 모임을 갖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 깊숙이 마약이 들어와 있다는 의미가 담긴 장면이자 공간이다.”(이목원 미술감독) 해당 신을 촬영할 때 황병국 감독이 떠올린 장소는 오래된 노포였다. 비슷한 장소를 찾던 중 강가미 프로듀서는 태양횟집을 발견했다. “1층은 회센터, 2층 위로는 횟집이 있었고”(강가미 프로듀서), “창밖으로 마약을 비밀리에 운반 중인 장어 활어트럭이 잘 보여서 좋았다. 다만 공간이 생각보다 컸고 인물들이 독립된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파티션을 쳤다. 파티션을 설치한 뒤에 감독님이 그걸 보시고 액션 도중 파티션이 열렸을 때 일반인들이 등장하는 아이디어를 내셨다.”(이목원 미술감독) 현실감을 위해 횟집 유리창에 그래픽 작업을 더하고 바닥 장판을 바꾸는 것 외에는 본래 횟집에 배치된 요소들이 거의 그대로 활용됐다.

상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는 장면은 황병국 감독이 <야당>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장면 중 하나다. 본래 법원은 촬영 섭외가 쉽지 않은 공간이지만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의 협조로 해당 신을 촬영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극의 현실감을 살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뒀다. 때문에 강가미 프로듀서의 말대로 “제작진들이 원하는 규모의 재판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여러 형태의 법정 중 가장 익숙하고 전형적인 구조를 갖춘 법정을 섭외해 촬영을 진행”(이목원 미술감독)했다. “지하에서 위로 올라오는 법원의 엘리베이터에 철창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구조가 독특해서 인물이 지하주차장과 엘리베이터를 통해 법정으로 올라오는 장면이 추가”(강가미 프로듀서) 되기도 했다. “극 중 검사와 정치인의 뒷거래가 이루어지는데 그 근거가 확보되려면 공간이 주는 힘이 분명하게 있어야 했다. 부산지방법원 지하에 검찰청과 연결돼 곧바로 연행될 수 있게 마련된 공간이 있었는데, 그러한 공간이 주는 힘이 상당해서 결과적으로 <야당>이 현실에 발붙인 작품이 될 수 있었다.”(이모개 촬영감독)

<야당>의 제작진은 “부산은 전체적으로 로케이션이 좋다. 색감도 다채롭고 공간 구획도 잘 나뉘어져 있다”(이목원 미술감독)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전했다. 그렇기에 짧은 신에서도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 앞 도로 등의 공간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극 중 여객터미널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하는 중국인 여성 관광객들의 모습은 짧은 몽타주로 처리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운드로만 처리할 수 없어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방문하게 됐다”고 이모개 촬영감독은 전한다. “터미널 건너편에 큰 크루즈가 서 있어 사람들이 입국한 상황을 표현하기 좋다”(이모개 촬영감독)는 것을 <헌트>의 촬영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덕이다. 그 밖에 수진(채원빈), 창락(임성균)이 작전을 수행한 뒤 강수, 상재와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은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 앞 도로에서 촬영됐다. “주행 신을 찍을 때 도로 너머의 도심이 보이는 동시에 촬영하기 용이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 도로는 도심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당시 공사 중이라 다니는 차량이 없어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강가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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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부산영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