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귀멸의 칼날> 극장판의 흥행은 하나의 신드롬이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당시 215만 관객을 동원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하 <무한열차편)>에 이어 지난 8월22일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하 <무한성편>)도 개봉 12일 만에 331만 관객(9월3일 기준)을 동원하는 놀라운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다. <무한열차편>이 개봉할 당시에는 렌고쿠의 성우 히노 사토시만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전편보다 더욱 뜨거운 인기에 보답하기 위해 <귀멸의 칼날>의 두 성우가 한국을 찾았다. 바로 탄지로 역의 성우 하나에 나쓰키와 젠이츠 역의 성우 시모노 히로다.두 성우의 내한 소식에 수많은 팬이 몰려들었다. 내한 행사의 좌석은 순식간에 매진되었고, 행사가 있는 영화관마다 인파가 북적거렸다. 과연 GV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다양한 연령대의 팬이 참여했고 탄지로와 젠이츠 코스프레를 한 팬도 더러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이 입을 열 때마다 응원 피켓을 흔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반갑게 맞이했다. 두사람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입장할 때부터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한국어로 “사랑한다”, “대박”, “짱이에요”를 외쳤다. 8월30일 오후 1시에 시작한 두 사람의 내한 GV 현장을 전한다.
GV인가 만담인가, 웃음이 가득했던 현장
GV를 보는 동안 웃음이 절로 나왔다. GV는 마치 두 성우의 만담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둘의 캐릭터와 호흡은 찰떡 같았다. 무대에 오른 하나에는 수줍음이 서린 나긋나긋한 미소로 좌중을 둘러보았고 기분이 한껏 들뜬 시모노는 장난기 넘치는 웃음으로 “대박!”이라고 외쳤다. 한국 팬을 본 소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하나에는 “환한 웃음으로 환대하는 한국 팬을 보자마자 인기를 실감했다”라고 답했다. 시모노는 소감 대신 “사랑해요!”라고 거듭 외쳤다. 이날 시모노는 양다리를 쫙 벌린 특유의 포즈로 팬의 웃음보를 계속 건드렸다. 방송인 노홍철의 “가는 거야!”를 보는 듯했다.
두 성우의 유머는 대화 곳곳에서 툭 튀어나와 웃음을 자아냈다. 하나에는 “혹시 영화를 보고 운 관객 있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가 무심코 팬들에게 “미 투”라는 영어를 쓰자 사회자는 그가 3개 국어로 소통한다는 재치 있는 말을 던졌다. 시모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우리는 월드 와이드 성우다”라 대답하더니 스페인어로 “그라시아스!”라 말하며 팬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두 성우는 입장할 때 “제 9형 해의 호흡 사양전신!”, “제 7의 형 번개의 호흡 화뢰신!” 등 각자 명대사를 외치는 것을 깜빡했는데, 대화 중간에 이 명대사를 말한 후 “원래 짠 시나리오라 봐달라”라며 능청스레 넘어갔다. 이처럼 두 성우의 유머러스함은 GV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성우마저 스토리에 빠질 수 있는 <귀멸의 칼날>의 매력
<무한성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하나에는 “아카쟈의 스토리에 눈물이 났다. 전편만 해도 렌고쿠를 죽이는 등 미운 존재로 다가왔으나 이번 영화로 아카쟈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시모노도 이번 영화에서 목소리 연기하는 동안에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젠이츠가 협동 강화 편부터 표정이 달라지지 않았나. 젠이츠는 이번에 각오를 다지고 무한성에 뛰어들었다. 원작의 결말을 다 읽은 후라서 젠이츠의 각오에 어울리도록 나도 각오하고 연기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연기할 때는 젠이츠에게 이입해서 눈물 흘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귀멸의 칼날>의 매력은 성우까지 스토리에 푹 빠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라고 답했다.
두 성우가 이해하는 탄지로와 젠이츠의 마음
하나에는 탄지로의 성장을 연기할 때의 태도를 묻자 “내비치는 세계를 볼 수 있도록 각성한 탄지로를 의식하면서 연기했다. 탄지로는 궁지에 몰릴 때마다 동료나 가족의 응원과도움을 받아서 성장한다. 탄지로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비와 성장 과정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탄지로에게 기유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는 “기유는 탄지로가 처음 만난 주이자 일종의 선생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둘은 동료다. 함께 등을 맞대며 적과 싸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오프닝에서 기유가 손을 뻗어서 탄지로를 구하는 장면도 멋있었다”라고 답했다.
시모노는 카이가쿠와의 전투에서 젠이츠가 느꼈을 복잡한 감정, 그것을 연기할 때의 심경에 관한 질문에 여러 비하인드를 말했다. “<귀멸의 칼날>을 녹음할 때 보통은 신 단위로 녹음을 나누어서 진행한다. 카이가쿠 역의 호소야 성우와 할아버지 역의 지바 성우랑 녹음할 때 옛날엔 장난도 치고 잡담도 나누곤 했었다. 이번엔 캐릭터끼리 그럴 수 없는 사이라서 대본과 화면만 보고 녹음에 임했다.” 카이가쿠와 생사를 넘나든 전투를 끝낸 후 할아버지를 꿈에서 재회하는 신에 대한 소회를 묻자 “감동적이라 눈물도 흘렸으나 아무래도 내 연기에 안타까움이 남는다. 듣다가 이렇게 연기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선점이 보였다. 아무래도 직업병 같다”라는 답을 건넸다. 장난기와 프로의식을 오가는 시모노의 반전 매력은 현장의 많은 관객을 감탄시켰다.
서로가 평가하는 서로의 연기는?
서로의 연기가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하나에는 “굉장히 열심히 한다. 굉장히 신기했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는 “젠이츠가 수다스러운 캐릭터이고 시모노가 진지한 사람이라서” 그렇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시모노는 “탄지로와 기유의 합동 전투가 인상적이었다. 아카자와의 결전도 좋았으나 두 사람이 환상의 호흡으로 수많은 적을 베는 순간과 코믹한 대화를 주고받는 순간이 좋았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아쉬운 작별 인사
두 사람은 내한 GV 행사 기념으로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구호는 ‘귀멸의 칼날’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 작별 인사를 건넸다. 시모노는 “팬들의 열의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라고 말했고 하나에는 “재회할 자리를 만들어보겠다”라고 약속하며 “뒤이어 개봉할 2편과 3편에서도 탄지로 역할에 열심히 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