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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를 ‘건십’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자막 변화
조현나 2025-06-17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25년 만에 재개봉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초기작의 화풍을 큰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극장에서 다시금 관람해야 할 이유는 자막이 전면 수정됐기 때문이다. 세로 자막에서 가로 자막으로 표기법이 달라지면서 한줄에 최대 8자에서 12자로 대사량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세계관을 더 세세히 표기할 수 있게 되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새롭게 접할 관객을 위해 달라진 자막의 주요 특징에 관해 정리해보았다.

그냥 ‘곤충’이 아니었다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는 수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등장한다. 특히 다종다양한 벌레들이 묘사되는데 과거 자막에선 전부 ‘곤충’(몸이 머리, 가슴, 배로 나뉘고 다리가 6개인 동물)으로 아울러 표기했으나 새 자막에선 ‘벌레’(곤충을 비롯하여 기생충과 같은 하등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전면 바뀌었다. 나우시카가 오무와 소통할 때 사용하는 피리 또한 더이상 ‘곤충피리’가 아닌 ‘벌레피리’로 불린다. 또한 “왕매미 유충이 살아 있어!”를 “쇠등에가 살아 있어!”로, “세균들이 포자를 날리네”를 “벌레거름이 오후의 포자를 날리고 있어” 등으로 종별 명칭을 넣어 고유 세계관의 특징을 살렸다.

괴물 ‘거신병’의 과거

거신병은 과거 불의 7일이라는 전쟁 때 사용됐던 인간 형태의 병기로 토르메키아 왕국의 황녀 크샤나가 부활시켜 활용하고자 했다. 이전에는 단순히 “과거의 괴물”로 표기하거나 “7일 만에 세계를 불태웠다는” 등으로 지난 사건을 풀어 설명했는데, 새 자막에선 “페지테시 지하에 잠들어 있던 옛 세계의 괴물로 ‘불의 7일’에 세계를 불태웠다”고 표기했다. 그 밖에 ‘비행기, 전투기’ 등으로 뭉뚱그려 서술됐던 ‘건십’ 또한 본래의 이름을 찾아 팬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하동굴의 비밀

“부해(강한 독기를 내뿜는 균류의 숲)의 나무들은 땅의 독을 흡수해 깨끗한 ‘결정체’로 만든 다음, 죽어서 모래가 되는 거야. 이 지하동굴도 그렇게 생긴 거야. 벌레들은 이 숲을 지키려고 하는 거야.” 부해가 자연을 순환시키는 과정에 구체적인 설명을 더해 인간에게 마냥 해로운 존재가 아님을 명시했다.

오무의 분노

크샤나가 부해를 없애겠다는 뜻을 밟혔을 때, 바람계곡의 장로 할머니는 이에 반대하고 나선다. 부해를 없애려 할 때마다 거대한 오무 떼가 나타나 국가를 멸망시켰기 때문인데 이때 “오무 떼가 인간 세상을 덮쳐서 쑥대밭을 만들었다”는 설명을 “오무 떼가 미친 듯이 날뛰며 땅을 온통 뒤덮는 큰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들었지”로 수정하고 “굶주림으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오무는 달리고 또 달렸”으며 오무의 시체에서 생겨난 포자로 인해 “거대한 국가들이 썩어내려간”(이전 자막) 것이 아닌 “광대한 땅들이 부해로 가라앉았다”(현재 자막)는 것으로 명확히 설명해 후반부에 등장할 오무 떼의 위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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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대원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