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장면을 보면서 울 수 있다니!”
최동훈 아까 액션보다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보러 오는 관객들은 이번에는 어떤 액션이 펼쳐질까 하는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극장에 들어오거든요. 근데 이 영화는 너무너무 시네마틱했어요. 액션 얘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은 얘기할 수 없지만 저는 잠수함 장면을 손톱을 깨물면서 봤거든요. 그런데 제 아내는 울면서 보더라고요. ‘액션 장면을 보면서 울 수 있다니!’ 너무 놀라웠어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부인께서 그렇게 느끼셨다니 기쁘네요. 지금은 부인께서 괜찮길 바랍니다. 그 장면은 오랫동안 작업했습니다. 세트를 구축하는 데만 2년이 걸렸죠. 촬영이 끝날 무렵에도 액션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관객 앞에서 처음 선보일 때 비로소 ‘액션 시퀀스가 효과가 있구나’를 알 수 있었죠. 톰과 저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촬영 때 똑같은 경험을 했어요. 영화를 만들어내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까 액션이 부족한 게 아닌가 걱정되더라고요. 액션이 좀 약한가 싶었죠. 마침내 모든 액션이 합을 이룬 모습을 보고 나서야 ‘우리가 너무 과했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이젠 감정과 액션, 캐릭터를 더 담아내려고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여기에서 멈춰야겠다고 깨닫곤 합니다. 그래서 감독님이 잠수함 시퀀스를 보고 감정적으로 고조된 밀도를 느끼시는 겁니다. 관객은 액션영화를 보러 오고 우리가 얼마만큼 제공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기보다 캐릭터들 없이는 액션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고 봅니다.
최동훈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도 차가 강에 빠지고 물이 올라올 때 배우의 연기가 무척 리얼한 거예요. 크게 숨을 들이마시잖아요. 그런 디테일이 저는 너무 좋았는데, 이 잠수함 신은 뭐라고 해야 하나… ‘셰익스피어가 액션영화를 찍으면 이렇게 찍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의 고통과 처절함이 느껴졌어요. 물 밖에 자신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고 이곳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처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그 시퀀스를 촬영할 때 저도 같은 처절함을 느꼈습니다. 영화에서 본 잠수함은 사실 탱크였습니다. 이 장면을 위해 탱크를 세트로 구축했죠. 850만 리터의 물속에서 1000t에 달하는 철강을 mm 단위로 360도 회전해야 했고 양쪽으로 45도로 기울 수 있어야 했죠. 그리고 완전히 잠수할 수 있어야 하고 한 세트를 철거하면 그 속에 다른 세트를 넣을 수 있어야 했습니다. 정말 많은 공학이 필요했죠. 물리학적으로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실제로 세트를 운용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세트를 처음 구동시켰을 때 움직일 수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실제로 세트가 움직일 때 정말 신기했죠. 그렇습니다. 이 시퀀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거대한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세트를 구축했으니까 이 시퀀스를 완성해내야 하고, 그 값어치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죠. 마치 미지의 세계에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잠수함 시퀀스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정말 게 세트를 다 구축한 다음에야 이 시퀀스가 어떻게 흘러갈지 짤 수 있었습니다. 촘촘히 계획을 세우기 위해 스토리보드, 애니메이션을 동원해 액션을 구상했지만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보니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공포였어요. 영화를 보고 최동훈 감독님이 느낀 공포를 우리는 매일매일 느꼈어요. (웃음)
최동훈 세트가 고장났다는 얘기도 들었는데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인터넷에 그런 루머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좀 고장나길 바라기도 했어요. 그럼 제가 좀 쉴 수 있으니까요. (웃음) 하지만 완벽하게 잘 작동했고 공학자들과 특수효과팀이 훌륭하게 협력해서 그냥 작동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밀하게 mm 단위로 회전할 수 있었고 원하는 형태로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세트가 수중에서 회전한다는 점입니다. 그럼 예상할 수 없는 조류가 생깁니다. 정말 복잡했어요. 이 시퀀스 촬영이 잘 흘러간 게 어쩌면 기적이었죠.
최동훈 비행기 신도 무척 좋았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잠수함 신을 잊을 수 없었어요. 한번 더 영화를 봐야 그걸 고스란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크리스토퍼 매쿼리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두 번째 관람도 그만큼 즐기셨으면 좋겠네요.
최동훈 한번은 시사회에서 봤으니까 한번은 돈 내고 봐야죠. (웃음)
톰 크루즈, 영화 얘기하는 친구이자 가끔 만들기도 하는 관계
최동훈 매쿼리 감독이 연출한 <데드 레코닝>에, 말들이 사막 위를 달려가고 카메라가 그를 쫓아가다 보면 톰 크루즈가 말과 함께 누워 있다가 일어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을 컷을 나누지 않고 한숏으로 찍더라고요. 사실 저런 것도 액션이고 되게 찍기 어려운 건데 왜 컷을 나누지 않으셨나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톰이 모든 걸 다 하고 있다는 걸 한숏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액션영화를 만들 때 가장 큰 난점은 스턴트를 하지 않는 배우를 숨기는 거예요. 반면 톰 크루즈 영화를 만들 때 어려운 건 배우가 직접 스턴트를 하는 걸 보여주는 것이에요. 우린 제작 초기부터 그 장면을 한숏으로 담기로 결정했어요. 거기엔 어떤 눈속임도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요. 그를 표현하기 위해서 톰이 복잡하게 움직여야 했죠. 그보다 표현하기 정말 까다로웠던 건 매직 아워였어요. 매직 아워는 하루에 1시간 정도밖에 안되거든요. 거기다 말은 모래에서 오랫동안 달릴 수 없어서, 부상 방지를 위해 4테이크 내로 촬영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장면을 완성하기까지 4일이 걸렸습니다. 하루 종일 사막에서 싸우는 장면을 찍고 해가 질 무렵이면 우리가 지정해놓은 장소로 달려가서 말들의 안전을 위해 1~2테이크만 촬영하는 거죠. 그날 완성하지 못하면 다음날 찍어야 했어요. 마지막으로 사막 촬영에서 정말 어려운 점은 로케이션을 정하는 거예요. 사막 촬영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서 촬영하는 것과 같죠. 파도가 좋아서 로케이션을 정해도 다음날이면 같은 모양의 파도가 치지 않는 것처럼 모래도 매일 바뀌거든요. 그래서 그 장면을 찍는 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전체 촬영 시간을 합치면 몇 시간에 불과하지만 사막에서 4일에 걸쳐 촬영했습니다. 물론 까다로운 숏이지만 관객은 그 어려움을 알아차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봤으면 했어요. 하지만 최 감독님이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최동훈 톰 크루즈와 아주 좋은 파트너처럼 보여요. 관계는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이어져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아주 우연한 만남이었습니다. 2006년에 특별한 목적 없이 톰과 일반적인 만남을 가졌어요. 당시 저는 영화계를 은퇴하려고 했습니다. 7년간 영화를 연출하지 못하고 공백기를 보내고 있었거든요.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찾는 게 어려웠고, 이제 영화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인생을 꾸려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톰을 만났어요. 우린 특별히 논의할 것 없이 만났어요. 출연을 설득할 프로젝트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어떻게 보면 우린 그래서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몇 시간 동안 영화 이야기만 나눴어요.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가 다른 미팅에 가야 해서 헤어졌는데, 톰이 다음날에도 만날 수 있는지 물었죠. 그렇게 점점 미팅을 가지면서 영화 이야기를 나눴고 첫 영화를 함께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우리의 관계를 묘사할 때 그냥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누는 사이이고 가끔 함께 영화를 만든다고 표현합니다. (웃음)
최동훈 너무나 멋진 팀을 봐서 좋고 저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들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좋아하고 톰 크루즈를 “톰 형”이라고 부르면서 좋아합니다. 이 영화에 그 배우의 인생이 담겨 있고 우리가 잠깐 그 인생을 엿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사합니다.
최동훈 감독이 뽑은 시리즈 최고의 빌런은?
최동훈 감독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시리즈 최고작이라고 평가하지만 최고의 악당은 전작에서 꼽았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연출한 시리즈의 첫 출발점인 <미션 임파서블>에서 존 보이트가 연기한 짐 펠프스가 그 주인공이다. 어느덧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에 이르면 비인간인 엔티티가 빌런으로 활약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인간 배우가 구현한 빌런이 남기는 감정은 오래 지속된다.
30여년간 지속된 영화적 우정
“1996년 5월22일. 분명히 전작과 연관이 있을 거예요. 잠깐 영화가 개봉한 날 아닌가?” 최동훈 감독은 영화에서 미국 대통령이 항공모함 함장에서 보낸 편지에 적힌 날짜에 주목했다. 다른 메시지는 없고 날짜만 덩그러니 적혀 있어 궁금증이 일었는데, 그의 유추처럼 1996년은 <미션 임파서블>이 개봉한 해이고, 5월22일은 영화 개봉일이다. 1996년 5월22일이란 메모는 30여년 동안 지속된 미국 대통령과 항공모함 함장의 우정을 표상하는 숫자이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시리즈가 관객과 맺어온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