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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전부이자 모든 것, 미션 임파서블한 액션 - 역대 에단 헌트 액션 TOP 6
남지우 2025-05-23

류성철 무술감독이 설명하는 역대 에단 헌트 액션 TOP 6

주인공보다 주인공을 대신해 맞는 사람에게 눈길이 갔다던 초등학생은 아버지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았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1, 2편을 보며 스턴트맨의 꿈을 키운 소년은 19살에 서울액션스쿨에 입학해 수많은 현장을 거친 끝에, 33살에 <킹덤> 시즌2의 무술감독으로 데뷔했다. <무빙> <전,란> 등 굵직한 액션 작품들을 설계해온 류성철 무술감독에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액션이 갖는 의미를 물었다. 그는 액션을 넘어 영화 자체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 장면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정체성을 구축해온 액션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미션 임파서블> - 와이어와 터널, 시리즈의 시작

“명불허전이다. 시리즈가 30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가 1편의 액션에 있다. 그중에서도 시리즈의 상징이 된 ‘와이어 신을 빼놓을 수 없다. CIA에 침투한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스파이 명단을 훔치기 위해 공중에 매달린 채로 움직이는 장면은, 그 자체로 영화사의 레퍼런스가 됐다. 단순히 와이어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몸의 중심을 미세하게 조절하며 단 몇 밀리미터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버팀’의 연기. 이후 <매트릭스>(1999)의 총알 피하기까지 이어지며 코어 중심 액션이라는 유행을 만들어냈다. 클라이맥스의 터널 추격 신 역시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젊은 톰 크루즈의 패기와 에너지만이 설득해낼 수 있는 장면으로, 이때부터 에단은 하늘을 나는 운송수단에 매달리는 것을 즐겨 했다. 지금 보면 크로마키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디지털이 아닌 필름으로 촬영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필름 시대엔 이런 장면 하나에 몇배의 인내와 계산이 필요했을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2> - 오우삼 아이덴티티

“액션의 관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영웅본색> <페이스 오프>를 연출한 오우삼 감독의 스타일이 액션 구석구석에 녹아 있다. 스파이 활동의 주축인 위장 마스크로 인해 액션의 밀도가 달라졌는데, 캐릭터가 가면을 쓰고 적진 한가운데로 침투하면서 적과의 거리가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극도로 좁아진다. 이건 무술감독 입장에선 흥미롭게 상상해볼 거리이기도 하다. 겉의 가면과 그 안의 인물은 서로 다른 사람이므로, 같은 캐릭터를 여러 배우가 연기하거나, 한 배우가 서로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단순한 액션이 아닌 정교한 디렉팅이 요구되지 않았을까. 단순한 장치 같지만, 연기와 연출 모두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4편에 이르러 조금 달라진 톰 크루즈를 만났다. 50대를 눈앞에 둔 톰 크루즈는 나이를 숨기지 않는다. 그 변화가 액션의 디테일 속에 있다.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를 오르는 장면은 시리즈 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위험한 스턴트이지만, 동시에 그는 자주 미끄러지고, 허둥대고, 고통을 호소한다. 유리창을 부수고 건물 안으로 돌아올 때 그는 ‘어휴, 살았다’ 하는 느낌으로 안도한다. 과거의 에단은 아픈 척 하나 하지 않았지만 이때의 에단은 아픔을 분명하게 표현한다. 이는 긴장을 유발하는 영화적 장치일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는 에단의 인간미, 허당미를 보여주는 ‘쉼표가 찍힌’ 액션이기도 하다. 액션 장르 안에서 나이를 먹는 캐릭터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 화장실은 어쩌면 한국적인 공간일지도

“6편은 빌런의 매력이 다소 약하게 느껴져 최고의 작품이라 보긴 어려웠지만, 화장실 격투 시퀀스만큼은 각별하다. 보통 할리우드 액션은 뛰고 날아다니는 스턴트 중심이고, 한국 액션은 맨몸 격투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이 장면은 양국간 선입견의 경계를 넘나든다. 광활한 자연이나 대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던 전작들의 클라이맥스와 달리 좁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진다. 세계를 구해야 하는 사람이 우당탕탕 화장실을 부수면서 적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재밌는 일이다. 특히 <범죄도시> 시리즈의 1편과 4편에서도 중요한 액션이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것을 떠올리면, 이 신에서 한국영화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매편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장식하는 아이코닉한 액션은 대개 클라이맥스에 등장한다. 이번 작품에선 두대의 빈티지 비행기를 활용한 공중 액션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 장면은 개인적인 호불호를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배우와 제작진에 경의만 표하고 싶어진다. <무빙>에서 조인성 배우가 비행기에 매달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고민해야 했던 CG, 와이어 등 수많은 기술 요소가 있다. 어찌저찌 사람이 비행기에 매달릴 수는 있어도, 카메라는 어디에 두고 무엇을 잡을 것인가. 그 고민의 총합이 이런 장면을 만든 것이다. 아프리카 대지 위에서 붉은색과 노란색의 두 비행기가 춤을 추듯 하늘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모습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장면을 넘어 시각적으로 순수하게 아름다웠다. 무술감독으로서 ‘범접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 액션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액션영화인가? 그렇다면 액션이란 무엇인가?’ 묵직한 질문을 러닝타임 내내 자문했다. 액션은 둘 이상의 인물이 주고받는 합 속에서 만들어내는 공간, 그리고 긴장의 총합이다. 그러나 이 장면엔 오직 철저히 혼자가 된 에단만이 존재한다. 그는 심해에 가라앉은 오래된 잠수함에 잠입해, 생명이 아닌 것과 싸운다. 잠수함이라는 거대한 쇳덩이는 불안정하게 멈춰 있고, 에단이 움직일수록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하려 한다. 그와의 싸움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사투이자 시간과의 싸움이다. 거대한 것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무력감, 그 극한의 공포가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고 느끼기까지 했다. 누군가는 이런 장면을 돈만 있으면 누구나 찍을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는 자본을 뛰어넘는 정신력이 있다. 이 장면 덕분에 시리즈 피날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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