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하 <파이널 레코닝>)을 즐기려면 전작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데드 레코닝>)을 복습할 필요가 있다. <파이널 레코닝>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최초로 <데드 레코닝>과 묶이는 2부작으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풍문에 의하면 <파이널 레코닝>은 시리즈의 피날레(일 수도 있)다. 2부작 영화의 결론을 내는 동시에 시리즈 전체를 일단락짓는 것. <파이널 레코닝>이 한 영화에서 이중으로 수행해야 할 미션이다.
열쇠를 가로채려던 소매치기 그레이스(헤일리 앳웰)가 에단 헌트에 감화돼 IMF에 합류했고, 에단 헌트의 오랜 숙적인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이 엔티티를 소유해 세상의 왕이 되려는 만용을 부린다.
<파이널 레코닝>은 다시 열쇠로부터 시작한다. 에단 헌트가 열쇠를 가지고 잠적한 사이 엔티티는 스스로 신이 되어 적대감과 폭력, 계엄을 세상의 질서로 세운다. 또한 인류를 교란해 핵전쟁을 통한 인류의 절멸만이 세상을 정화하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 광신도를 양산한다. 엔티티를 어떻게 파괴하냐고? 위치 미상의 세바스토폴호를 찾아 소스 코드가 담긴 ‘포드코바’를 열쇠로 열고, 루터(빙 레임스)가 만든 알고리즘인 포이즌 필을 포드코바에 업로드하면 된다. 이번 영화에서 팀 IMF는 심해로 잠수해 세바스토폴호와 그 속에 잠든 포드코바를 찾은 뒤 가브리엘이 탈취해간 포이즌 필을 회수해야 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72시간뿐이다. 엔티티가 핵보유국의 핵시설 보안을 뚫어 핵전쟁을 일으킬 태세를 마쳤기 때문이다.
<파이널 레코닝>이 풀어야 했던 숙제
<파이널 레코닝>엔 액션 블록버스터의 카타르시스가 형형하다. 크고 작은 액션 시퀀스가 세계 곳곳의 로케이션과 어우러져 스펙터클을 만들어내고, IMF 요원들이 따로 또 같이 활약하며 첩보물의 플롯을 떠받친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톰 크루즈의 스턴트다. 이번 작품에서 에단 헌트는 또 한번 수중 액션에 도전하고, 비행 중인 항공기에 맨몸으로 등정하던 액션은 이제 구식이란 듯 상공에서 두 경비행기를 오가는 애크러배틱을 선보인다. 한데 이는 지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7개 영화가 모두 보유한 장점이다. 평자들은 <데드 레코닝> 개봉 당시 미심쩍은 부분을 지적하다가도 한 이야기가 두편으로 나눠 공개된다는 이유로 총평을 유예했다. 전술한 대로 <파이널 레코닝>은 <미션 임파서블> 집안의 쌍둥이인 동시에 막둥이다. <파이널 레코닝>은 전편에서 지적된 단점을 새로 내파해야 하는 동시에 한 이야기를 2부에 걸쳐 끌고 갔어야 하는 명분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액션 프랜차이즈의 최종장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말을 내야 한다. 이 모든 과제의 답을 <파이널 레코닝>은 ‘시간’으로부터 찾아냈다.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은 이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하 <폴아웃>)이 개봉한 직후부터 차기 <미션 임파서블>은 가장 장대한 이야기라 예고했고, 전체 이야기를 두편으로 나눠 제작, 개봉할 것이라 선포했다. 하지만 매쿼리가 말한 이야기의 규모는 볼거리에 치중한 블록버스터적 스케일이 아니었다. 매쿼리는 예고마다 캐릭터의 (감정적) 풍성함이 이야기의 규모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에단 헌트가 <폴아웃>에서 보인 다양한 감정선이 다음 작품에선 에단 헌트를 포함한 주요 캐릭터에 모두 담기길 바랐고, 이를 위해 길고 거대한 이야기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돌이켜보면 <폴아웃>이 에단 헌트에게 부여한 풍성한 서사는 시간으로부터 연유했다. <폴아웃>에 이르면 최정예 요원 에단 헌트는 세월의 흐름을 일부 수용한 남자다. 어거스트 워커(헨리 카빌)의 공격에 반의반 박자 늦게 방어했고 질주 전후로 멈춰 서 숨을 고르며 관객을 웃기고 씁쓸하게 했다. <폴아웃>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관객과 함께 쌓아온 노스탤지어의 시간을 서사와 교직해냈다. 가령 에단 헌트와 줄리아(미셸 모너핸)의 재회는 이야기의 논리상 사족에 가까움에도 영화에 애상감을 더하는 동시에 관객 각자의 <미션 임파서블3>를 추억하도록 만들었다.
미션을 수행할 아날로그적 시간제한
시간성은 대단원의 온점을 찍는 동시에 <데드 레코닝>과 <파이널 레코닝>이 양분될 이유를 제시한다. <파이널 레코닝>의 내적 시간은 영화 바깥의 시간에 비례해 흘렀다. 이번 영화 속 시리즈의 키 오프닝(“이 메시지는 5초 후 자동 폭발한다”)은 CIA 국장에서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된 에리카 슬론(앤절라 배싯)이 맡는데, 배싯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은 지난 30년간 에단 헌트가 수행해온 온갖 미션과 그가 작전 수행 중 만나거나 잃은 동료들의 얼굴이 편집된 몽타주 시퀀스 위로 깔린다. 1편의 빌런 짐 펠프스(존 보이트)와 CIA 본부 잠입 시퀀스, 3편의 무기 ‘토끼발’이 내러티브에 직접적으로 인용되고 2편의 잭나이프를 활용한 액션 시퀀스가 오마주에 가깝게 재현된다. 죽음의 관념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IMF 요원 중 한 인물은 병에 잠식된 몸을 이끈 채 생의 마지막 임무를 마친다. 실체 없는 첨단 인공지능 엔티티와의 대화를 위해 에단 헌트가 제 발로 들어가는 기계는 작품과 캐릭터의 마지막을 암시하듯 석관에 가깝게 디자인됐다. <데드 레코닝>에서 강조됐던 아날로그의 중요성은 <파이널 레코닝>에도 유효하다. VHS 테이프와 브라운관 TV, 플로피디스크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가장 아날로그한 존재는 말하나 마나 에단 헌트, 아니 배우 톰 크루즈라는 무비스타의 아우라다.
한편 영화가 시간을 서스펜스로서 활용하는 방식은 <데드 레코닝>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동시에 감독의 의도대로 캐릭터의 풍성함을 더한다. 72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은 전작에서 매력이 모호했던 소매치기 그레이스가 자신의 강점을 ‘타이밍’이라 웅변하며 빠른 손과 민첩한 동작으로 날고 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파이널 레코닝>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를 교차편집한다. 헌트가 얼음 아래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면, 그의 동료들은 얼음 위에서 적과 맞선다. 시간의 마법인 매치컷을 동원해 다른 요원들 역시 에단 헌트만큼 분투하고 있음을 어느 때보다 자세하게 묘사한다. 이는 물리적 시간을 작품 안팎으로 활용한 감독의 전략이 한 이야기를 둘로 쪼개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고자 했다는 제작 의도와 더없이 부합한다. 지난 30년간 세상과 발맞춰 나이 든 시리즈가 마지막에 이르러 물리적 시간을 거스른다면 그거야말로 순리에 반하는 행위라 여긴 걸까. 시리즈의 후반을 견인한 짝패, 크루즈와 매쿼리의 의중을 짐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