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위해 박지윤 감독은 촬영과 난초에 관한 생물학 공부를 병행했다. 야생 난초 보존 연구팀에서 1년 반 동안 난초 보존 과학을 배웠고 시장, 식물원 등을 오가며 수많은 종류의 야생 난초들을 촬영했다. 난초가 발화해 꽃이 지기까지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집중적인 촬영 기간만 2년 반이 소요됐다. “식물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제작하고 싶었는데 당연하게도 실현 불가능한 방법이다. 그래서 연구 대상을 직접 그리고 사진, 비디오 등으로 촬영하는 민족지학의 연구 방식을, 대상을 동식물로 넓히는 식으로 차용해 인터뷰를 구현했다.” 식물의 생명 활동을 전기 자극으로 입력해 출력하는 기계를 활용해 난초의 목소리를 표현하기도 했다. “음악감독과 최대한 정제하지 않고 소리를 추출하고자 했고 그렇게 신시사이저를 활용했다.” <(환영합니다) 난초의 행성입니다>는 두번의 연구 과정 전시를 거치며 완성된 네개의 시퀀스를 합쳐 완성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만화경 장면이다. 박사과정 논문을 위해 학술적으로 정리하는 게 어려워서 영상작업은 상대적으로 즐겁게 진행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뒤 박지윤 감독은 미디어아트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홍콩에서 창의매체 전공으로 석사를 시작했다. 박사과정 중 오랜 기간 난초를 연구하면서 “인류의 역사가 너무 오만하고, 인간이 지구에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 있”음을 느꼈으며, 한편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은 난초가 오랜 기간 생명력을 이어온 것을 보며 경외감이 생긴다”고 박지윤 감독은 말한다. 이후로도 난초 혹은 다른 식물을 주제로 작업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그의 현재 목표다. “유럽에서도 엄청난 자본과 인력을 갈아넣어 온실에서 난초를 기르고 있는데 아주 자본주의적이고 식민주의적인 방식이라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온실의 난초에 접근해 촬영을 해보려 생각 중이다.” 박지윤 감독은 “영화 한편을 봤다고 관점이 바뀔 거라 기대하진 않지만, <(환영합니다) 난초의 행성입니다>를 본 관객들이 집의 화분을 바라보거나 꽃을 살 때 좀더 고민해볼 기회가 생긴다면 기쁘겠다”는 작은 바람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