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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양이 ‘아저씨’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고스트캣 앙주> 구노 요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글·사진 이유채 2024-11-15

3년 전 엄마를 잃은 11살 소녀 카린(고토 노아)은 아빠 테츠야(아오키 무네타카)와 함께 절을 찾는다. 엄마 기일 전까지는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아빠가 떠나면서 혼자가 된다. 곁에 아무도 없다는 걸 실감하며 기운을 잃어가던 차에 절에 사는 37살 고양이 앙주와 만나면서 활기를 되찾는다. 애니메이션 섹션에서 상영한 <고스트캣 앙주>는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애니메이션영화로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린다 린다 린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을 만든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첫 장편애니메이션이자 그동안 캐릭터 컨셉 디자이너로서 영화 작업에 참여했던 구노 요코의 정식 감독 데뷔작이다. 12월 한국 개봉을 앞두고 두 감독을 미리 도쿄에서 만났다. 동석한 귀여운 앙주 인형에 시선을 뺏기지 않으려 애썼던 인터뷰를 전한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구노 요코(왼쪽부터).

- <고스트캣 앙주>는 오랫동안 진행된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 그 시초와 함께 두 감독이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는지 들려준다면.

야마시타 노부히로 8~9년 전에 이야기가 처음 오갔던 걸로 기억한다. <고스트캣 앙주>의 곤도 프로듀서가 이전 내 영화와 구노 요코 감독이 참여한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의 조감독이었다. 그래서 우리 둘을 이 프로젝트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이 영화는 내가 실사로 먼저 찍고 구노 요코 감독이 이를 연기에 그림을 입혀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하는 로코스코핑 기법으로 완성했다. 이 협업 방식 역시 곤도의 아이디어였다. 그가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을 같은 방식으로 만들면서 이 작업에 흥미를 느낀 걸로 알고 있다. 직접 경험해보니 똑같은 영화를 두번 만드는 것 같은 과정에서 오는 묘한 재미가 있었다.

구노 요코 로코스코핑 작업에 있어 실사와 너무 가까워지면 애니메이션이 평면적이고 답답해 보일 위험이 있다 보니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독특한 형태에 다양한 감정과 움직임을 가져 난도 높은 앙주 캐릭터를 미적으로 어떻게 잘 표현해낼지가 내게 주어진 과제였다.

- 이마시로 다카시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영화화 과정에서 원작의 어떤 점을 살리고 덜어냈나.

구노 요코 원작에 가득한 앙주의 재밌는 에피소드는 그대로 살리고자 했다. 외형도 바꾸지 않았다. 반면 카린은 새로 만든 캐릭터다. 영화는 여름방학 동안 불행을 겪는 소녀가 중심이면 이야기가 더 풍부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37년을 사람처럼 살면서 나이 든 앙주는 영락없는 우리네 아저씨의 모습이다. 그 점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서 앙주가 고양이처럼 보이면서도 어딘가 아저씨처럼 느껴지도록 행동이나 말투를 묘사하는 데 신경 썼다.

- 카린은 여름 동안 앙주와 생활하고 엄마를 찾아 떠나는 환상적인 모험을 한다. 보면서 슬픔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라는 인상을 크게 받았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맞다. 웃음을 잃었던 소녀가 웃음을 되찾는다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카린도 관객도 극 안의 여름에 그저 회복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편안함을 핵심 주제로 잡고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했다.

-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어디까지 왔다고 느꼈나.

구노 요코 매우 성숙한 단계에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만큼 정해진 스타일이라는 게 생겼고 일본의 어느 애니메이션팀과 작업하더라도 훌륭한 작업물을 받아볼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 그러나 이건 강점이자 단점이다. 그래서 지금 이 업계에서는 전통과 이전에 없었던 표현 방식을 혼합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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