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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각국 정부의 지원금 정책 완화 절실’, 라울 가르시아 감독
정재현 2024-11-07

“애니메이션은 마법이다. 애니메이션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만든다.” 이 고백의 주인공인 라울 가르시아 감독은 베테랑 애니메이터다. 그는 1991년 스페인 국적 애니메이터로는 최초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입사해 9년간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포카혼타스> 등의 애니메이터로 활약했다. 이후 자국인 스페인보다 대한민국 VHS 시장에서 압도적인 흥행을 거둔 애니메이션 <링스 어드벤처>(2009), <슈퍼 버드>(2015) 등을 연출, 제작하며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라울 가르시아 감독과 한국의 인연은 “서울올림픽이 한창이던 1988년”부터 시작되었다. “<앨빈과 슈퍼밴드: 위대한 모험>의 3개월치 작업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1년6개월 동안 체류했다. 서울에 머물며 수많은 한국인 애니메이터 지망생을 교육했다. 내가 한국 애니메이션이 고유의 목소리를 찾는 데 일부 기여했다면 더없이 감사하다.” 이후에도 한국의 애니메이터들과 꾸준히 협업한 가르시아 감독은 최근 경험한 일화 하나를 들려주었다. “스페인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이둔의 기억>(2020)을 연출할 때였다. 원작 장편소설을 어떻게 애니메이션화할지 고민하다 한국을 찾았고, 프리프로덕션을 제외한 모든 애니메이션 작업이 서울에서 이루어졌다. 시즌1 제작 당시 넷플릭스는 스페인의 애니메이션 기술을 미덥지 않아 해 결과물을 일본에 컨펌받길 요구했다. 그러나 스페인과 한국의 애니메이션 기술이 넷플릭스 본사의 우려를 멋지게 꺾었다.” 가르시아 감독은 <이둔의 기억>의 사례처럼 여러 국가가 공동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관심이 깊다. 지금도 스페인과 싱가포르가 공동제작하는 애니메이션 <바이올리니스트> 작업에 한창인 그는 “노트북 한대면 전세계가 하나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처럼 일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데 더욱 원활한 협업을 위해선 “각국 정부의 지원금 정책 완화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 기관은 애니메이션 관련 지원 사업 진행 시 여러 제약을 둔다. 가령 벨기에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았다면 그 지원금은 무조건 벨기에에서 활용해야 하고, 벨기에의 인력만 활용해야 한다. 이같은 점이 국가별 인재 발굴의측면엔 효용이 있지만 더 복잡한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

올해 라울 가르시아 감독은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라울 가르시아 감독과 함께하는 애니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서사적, 신체적, 심리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드로잉이 애니메이션의 생명”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캐릭터의 심리적 요소는 경력이 쌓인 애니메이터도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애니메이션영화의 라이벌은 실사영화다. 결국 그림일 뿐인 애니메이션에도 실사영화만큼의 생동감이 필요하다. 실사영화 못지않게 세계의 규칙을 정밀히 설정하고, 캐릭터가 그 규칙 안에서 작품의 여러 변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심리적 동기를 쌓아가는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거기서부터 애니메이션만의 개성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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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승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