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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유분방함과 광기 사이에 얽힌 슬픔, <아노라> 배우 마이키 매디슨
이자연 2024-11-07

“내가 자기 딸을 닮았다며 댄스 쿠폰 5장을 사갔어.” 스트립 클럽에서 스트립 댄서로 일하는 아노라는 휴식 시간마다 동료와 그날 만난 손님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종일관 사람들에게 온화한 미소와 느긋한 말투로 말을 건네는 그는 사실 자신에게 주어진 궁색한 현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시나리오로 아노라를 처음 만난 마이키 매디슨은 다양한 층위로 자신을 자유분방하게 드러내는 여자를 그려내기 위해 가장 먼저 현실적인 탐색을 시작했다. “아노라가 맞닥뜨리는 기쁨과 슬픔,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재적 풍경을 먼저 알아야만 했다. 아노라를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성 노동에 경험이 있거나 그 분야를 오랫동안 공부한 조언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과 실제 스트립 클럽에 가서 춤을 추고, 이 산업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회고록을 참고했다. 아노라의 미묘한 감정 변화와 뉘앙스는 모두 여기서 생겨났다. 영화가 말하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성 산업과 주인공에 관한 디테일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이외에도 마이키 매디슨은 스트립 댄스, 러시아어 등 아노라를 정교하게 조각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체득해나갔다.

라스베이거스의 낭만과 환상 속에서 결혼부터 저질러버린 철없는 두 남녀의 과실을 되돌리기 위해 이반의 가문에서 세 남자가 찾아온다. 오직 막무가내와 아수라장으로만 채워지는 시퀀스에서 마이키 매디슨은 아노라의 질주를 선택했다. 정확하게 목표가 있는 세 남자와 달리 이 상황이 무섭기만 한 아노라는 반응이 다를 거라 생각한 것. “겁을 잔뜩 먹고 광기에 찬 아노라는 앞뒤 재지 않고 모든 에너지를 뻗어낸다. 아마 다른 영화였다면 이 장면의 엔딩이 다르게 끝났을 것 같다. 하지만 숀 베이커의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이 사건의 우스꽝스러움이 커진다. 정말 혼란스럽지 않나. 카오스 그 자체다. 다양한 감정과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고민했지만 균형이 사라진 게 이 장면의 묘미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 혼란에 빠져드는 것, 그게 중요했다. 정신없이. (웃음)”

아노라와 이반의 소비적이고 중독적인 생활은 수위 높은 성적 장면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숀 베이커 감독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나와 숀 베이커 감독 그리고 그의 아내이자 프로듀서인 서맨사 콴과 베드신에 관해 심도 깊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하면 배우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촬영할지 효율적인 동선과 구도를 논의했다. 물론 이런 장면을 위한 전문가 코디네이터 선생님 두분도 함께 동석했다. 규칙도 있었다. 배우의 감정 상태가 안정적일 때 촬영할 것, 안전 요소를 확인할 것. 내가 이런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행운이다. 무엇보다 숀 베이커와 서맨사 콴의 테스트 실험과 헌신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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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