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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의 마음을 건드린 <룩백>을 마주하며
이우빈 2024-10-17

*이어지는 기사엔 <룩백>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룩백>은 어떻게 26만 한국 관객(10월10일 기준)의 마음을 동하게 했을까. 57분이란 러닝타임과 메가박스 단독 개봉이라는 여러 특이점을 지닌 채 극장가의 애니메이션 열풍을 이어간 <룩백>의 사례를 되짚어 마주하는 일이 마땅한 때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룩백>의 감정적 가능성을 그러모아 펼치는 일이 수반되어야 한다. <룩백>의 흥행과 인기를 적절한 배급 전략,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동향 같은 작품 외적인 문제로 벌릴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먼저 반응해야 할 것은 감정의 영역이다. <룩백>의 관객은 만화가를 꿈꾸며 우정을 나눈 주인공 후지노(가와이 유미)와 쿄모토(요시다 미즈키)의 마음에 감화돼 극장을 나섰고, 그 감화가 점차 퍼져 더 많은 관객을 불렀기 때문이다. <룩백>의 성취를 살피기 위해선 작품의 마음을 전해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이 필요하다.

이에 자신의 감정을 필두로 박동수 영화평론가, 수차미 서브컬처 비평가, 김해인 문학동네 만화편집부 편집자가 보내온 <룩백>에 대한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룩백>의 감독 오시야마 기요타카를 인터뷰하며 연출자가 <룩백>과 후지노에 담으려 한 응원과 기쁨의 감정을 공유한다. 감정이란 모호한 덩어리에 집중한 것은 관객뿐이 아니다. <룩백>을 한국에 들여온 메가박스 콘텐트기획팀의 수입·배급 담당자는 “관람 후 여운이 계속 남게 할 수 있는 굿즈 기획 등을 실행하며 시너지효과”를 냈다고 <룩백> 흥행의 후기를 감정의 영역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쿄모토의 상실을 뒤돌아보며 수용한 뒤 다시금 나아간 후지노의 결심처럼 <룩백> 이후 우리의 일상을 위해서 <룩백>을 뒤돌아볼 때다.

수차미 서브컬처 비평가

영화가 끝나면 극장에 불이 켜진다. 화면에는 후지노의 뒷모습이 비친다. 후지노는 묵묵히 만화를 그리고 있으며 조금 기다리면 후지노가 불을 끄고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습을 모든 관객이 목격하는 것은 아니다. 멍하니 앉아 여운에 잠긴 일부 관객만이 그녀와 함께 문을 닫고 나올 수 있다. <룩백>에서 주목할 점은 스스로 끝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 불이 들어오면 사람들은 영화가 ‘끝났음’을 알게 된다. 누군가는 자신이 자리를 뜨면 정말로 영화가 끝나버릴 것으로 여긴다.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영화를 ‘끝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언제든지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영화가 다루는 후지노와 쿄모토의 뒷모습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기도 하므로 만약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꿈은 중단되고야 만다. 관객은 이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끝’을 마주하기를 선택했을 테다.

<룩백>의 원작자 후지모토 다쓰키의 단편집 후기에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자신은 아무것도 태어나게 하지 못했다”라고 자조하는 대목이 있다. 작품에 얽힌 일화지만, 스스로 끝을 선택한 게 아니라 그저 생존했을 뿐이라는 사실은 관객에게도 얽힌다. 큰 사고가 나면 우리는 그저 가만히 있었는데 생존자가 되어버린다. 그 누구도 바라지 않던 ‘끝’을 떠안으면서 이를 마주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러나 후지노는 계속 만화를 그릴 것이다. 그녀는 불을 끄고 나와 생존을 등질 준비가 되어 있다. 마리아 투마킨의 말처럼, 한편의 영화를 끝낸다는 건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는 법과 같다.

박동수 영화평론가

<룩백>에는 박진감 넘치는 대결도, 스펙터클한 판타지도, 극장의 음향시스템을 요구하는 강렬한 음악도 없다. 단지 원작자의 성 후지모토(藤本)를 이름으로 나누어 가진 두 인물 후지노(藤野)와 쿄모토(京本)가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의 두 주인공처럼 창작에 매달리는 일본인 캐릭터를 여럿 만났다. <썸머 필름을 타고!>나 <싱글 에이트>의 영화를 만들려는 학생들, <바쿠만>이나 <중쇄를 찍자!>처럼 만화 만들기에 관한 만화…. 후지노와 쿄모토의 모습을 언급한 작품 속 인물들과 겹쳐 보는 것은 얼핏 자연스럽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룩백>은 작품의 완성이나 흥행을 위해 달려가는 이들을 내세우지 않는다. 만화 그리기는 두 주인공의 목표인 동시에 일상이다. 이 작품은 후지모토 다쓰키의 원작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숏을 만화 그리는 뒷모습으로 채운다. (애니메이션 자막에는 ‘룩백’으로 번역된) 그런 의미에서 “등 뒤를 봐” 쿄모토의 4컷 만화는 중의적이다. 그것은 후지노에게 등 뒤의 쿄모토를 볼 것을 요구하는 한편 후지노의 등을 보는 쿄모토의 시선을 드러낸다. 잠시 펼쳐지는 다른 시간선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등을 돌리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두려움을, 등을 돌려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때의 수치를, 그리고 우연찮게 등 돌려 마주한 두 시선을 상상하게 한다. <룩백>은 그 마주함이 만들어낼 가능성을, ‘나’는 볼 수 없지만 ‘너’는 볼 수 있는 그 뒷모습을, 우리의 일상적 시야에서 결여된 그 뒷모습을 담아냄으로써 보여준다.

메가박스 콘텐트기획팀 수입 · 배급 담당자

원작을 읽었을 때 막힘없이 한번에 읽히는 스토리가 인상적이었고 작화도 신선했다. 국내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 적극적으로 판권사에 구매를 제안했다. 짧은 러닝타임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워낙 숏폼에 익숙한 시대이기도 하고, 완성본을 본 뒤엔 러닝타임이 전혀 짧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작품의 감성과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수입·배급 초반에는 원작자의 팬이거나 원작 만화를 이미 접한 마니아층, 애니메이션 팬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출발했는데, 내부 시사 이후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긍정적 후기가 많아 타깃 확장성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창작 관련 학생들부터 혼자 또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관람해도 좋은 작품이라 개봉을 준비하면서 타깃 관객층의 범위가 점차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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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