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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불안은 사춘기를 잠식한다, <인사이드 아웃2>가 보여주는 사춘기의 감정적 성장의 의미에 대해
이자연 2024-06-21

전세계로부터 사랑받은 <인사이드 아웃>이 속편을 공개했다. 전편 개봉 이후 9년 만이니 당시의 어린이 관객은 청소년이 되고 청소년 관객은 어른이 됐을 시간이다. 1318세대에 접어든 라일리는 관객의 달라진 생애주기, 경험, 가치관을 비집고 들어와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사 와 낯선 환경, 새로운 친구,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선생님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던 라일리는 이제 일상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을 마쳤다. 그레이스와 브리,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부 활동 정도로 좋아하던 하키는 어느새 꿈이자 목표가 되었다. 신체적 변화도 생겨났다. 볼과 턱 사이에 오돌토돌 여드름이 올라오고 몸도 커져 가장 좋아하는 티셔츠는 더이상 맞지 않는다. 어느새 라일리도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이전보다 더 바깥으로, 더 멀리 바라보며

여느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처럼 라일리도 감정 기복이 심하다. 하루에도 스무번씩 마음이 바뀌고 표정도 울었다 웃었다 극과 극을 달린다. 라일리의 다섯 가지 중심 감정이 반응을 조절하려 제어판 앞에 서보지만 어제와 같은 강도로 버튼을 눌러도 이상하게 과잉 반응이 나간다. 사춘기의 또 다른 이름인 질풍노도의 시기는 ‘강한 바람과 성난 파도’를 뜻한다. 속된 말로 미친 시기. 그럼에도 이 널뛰는 변덕이 답답함이 아닌 코믹함으로 전환될 수 있는 이유는 영화가 라일리에게 관객이 공감할 보편성을 구체적으로 부여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지나왔고, 지나고 있는 시기라는 공통점을 통해 라일리의 예측 불가한 반응은 모순적이게도 가장 쉽게 예측된다.

<인사이드 아웃2>는 라일리가 자극받는 출처의 범위를 전편보다 넓고 선명하게 확장했다. 1편에서 이사로 인해 친구들과 멀어지는 게 두려웠던 라일리가 혼자 조용히 속앓이를 한다면 <인사이드 아웃2>는 전반적으로 라일리 밖에서 명확한 자극의 신호를 짚어낸다. 자신과 같은 고등학교를 꿈꿀 줄 알았지만 동상이몽이었던 친구들, 친해지고 싶은 선망의 대상, 타인의 평가가 곧 자신의 성적표인 것만 같은 확대해석, 또래집단에서 우쭐해 보이고 싶은 허세까지 청소년이 된 라일리는 자신의 관계망을 구축해 타인과 더 자주, 적극적으로 교류한다. 어두운 슬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개인 차원의 갈등을 넘어 지금의 라일리에겐 제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존재를 더 크게 여긴다.

샌프란시스코의 그리운 나날을 이야기하다 저도 모르게 울어버렸던 라일리는 이제 남들 앞에서 눈물을 참는 법을 안다. 친구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포착하여 그가 무언가를 숨긴다는 사실도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자신의 갑작스러운 환대를 당황해하는 상대방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라일리의 감정 계기판을 점령한 불안이가 나날이 쑥쑥 자랄 수 있던 이유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모든 감정의 근원이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 자기 확신 없이 다른 사람의 평가에 쉽게 일희일비하면서 라일리는 주체성이라는 안정된 토양을 저당잡힌다. 그래서 불안이가 제안하는 모든 사고의 가능성도 그 주도권이 타인에게 있다. 게임에서 져서 친구가 없으면 어떡하지?(내가 친구를 직접 사귀면 되는데), 캠프에서 발탁되지 못해 하키팀 팀원이 되지 못하면 어떡하지?(더 보완해서 다음 기회를 잡으면 되는데), 이렇게 살다 쓸쓸하게 죽으면 어떡하지?(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내가 무엇이든 할 텐데) 무리에 소속되고 싶고 주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이 시기의 욕망은 불안을 만나 금세 몸집을 부풀린다. 따라서 <인사이드 아웃2>가 관객에게 제시한 청소년이란 뚜렷한 목표 의지가 있지만 갈대 같고, 암묵적인 사회의 규칙을 이해하지만 몸으로 체득되진 않은 상태다. 라일리의 성장담은 이 구간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감정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이유

<인사이드 아웃2>는 기쁨이와 불안이의 대립이자 경쟁이기도 하다. 누가 라일리의 대표 감정이 될 것인가. 누가 라일리의 행복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될 것인가. 영화는 잠시 자리를 빼앗긴 정의의 수호자가 독재 통치를 펼치기 시작한 빌런에 저항하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쁨이가 선역이고 불안이가 악역이기라도 하듯이. 하지만 <인사이드 아웃2>는 선악 구도엔 관심이 없다. 어떤 감정도 긍정과 부정의 꼬리표로 단순화될 수 없다. 불안의 존재 이유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정을 대비”한다는 언급이 영화 초반에 등장한 것은 그래서다. 라일리의 불안이 최고조에 다다라 자신을 불신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놀란 감정이 불안이라는 점에도 눈길이 간다. 기쁨이와 불안이에겐 뚜렷한 공통분모가 있다. ‘나는 라일리가 행복하면 좋겠어.’ <인사이드 아웃2>가 다양한 감정들을 대하는 중립적인 태도는 라일리의 주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갈등의 대상인 그레이스와 브리, 발렌타인은 라일리에게 직접적으로 사건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라일리의 오해와 혼란이 갈등을 키울 뿐이다. 캐릭터들이 선역이나 악역으로 이분되어버렸다면 관객은 라일리의 성장기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시시비비 문제로 헛발질했을지도 모른다.

하키 경기에서 실수를 연발한 라일리가 몰아치는 불안에 홀로 맞설 때, 관객은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넘어서는 청소년에게 자신을 서서히 이입해 간다. 새벽녘 걱정에 물든 라일리를 감정들이 일단 재우려고 노력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때론 안쓰러운 시간이었고 필사적인 노력이었던 불면의 밤이 있었으니까. 하키 캠프에서 선발되고 싶은 마음과 오랜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고 싶은 마음, 또래집단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내적 충돌 속에서 라일리가 온전히 자기만의 싸움을 마칠 수 있도록 <인사이드 아웃2>는 덜어내기를 선택한다. 라일리의 불안과 부러움, 당혹스러움과 따분함이 스크린 너머로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는 건 감정에 편견을 더하지 않고, 샛길에 빠질 가능성을 명료하게 차단한 <인사이드 아웃2>의 선택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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