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현재의 시간성에 집중한 사례도 있다. 트리플에스(tripleS)는 1명의 멤버부터 24명의 멤버가 모두 모이기까지에 이르는 과정을 유튜브 콘텐츠로 노출했다. 특히 데뷔 전 멤버들의 숙소에서의 일상을 그날 밤에 바로 데일리 영상으로 게재해 팬들과 공유하는 극한의 현재지향형 소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무장한 트리플에스의 현재지향적 태도는 역시 그들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대거 표현됐다.트리플에스는 2022년 10월 공개한 첫 타이틀곡 <Generation> 뮤직비디오에서부터 틱톡, 인스타그램 유의 SNS 인터페이스를 화면에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곤 그 화면에 셀프 좋아요를 누르면서 자신을 틱톡 시대의 표상으로 천명했다. 이후 <Rising> <Girls Capitalism> <Girls Never Die>의 뮤직비디오에선 요즈음 청소년들의 하위문화로 일컬어지는 속칭 지뢰계 이미지를 경유하여 가출 청소년, SNS 및 게임 중독 같은 현안을 다룬다. <Girls Never Die>에선 청소년 자살 문제까지 논제로 포괄한다.
트리플에스의 뮤직비디오엔 유독 거울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Rising> 뮤직비디오에서는 집이 아닌 버스, 편의점, 지하 공간을 전전하는 소녀들이 무대 위의 삶을 꿈꾸며 대형 벽 거울을 보고 군무를 맞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컨대 트리플에스의 거울은 원래 보이지 않았던 곳을 들추거나 사물을 더 가까이 보려는 광학적 기능이 아닌, 자신을 직시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지금 나의 모습, 지금 내가 춤추는 움직임, 지금 나의 상태를 마주하려는 이 동시간적 태도가 트리플에스의 시간관이다.
거울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 <Girls Never Die> 뮤직비디오에서도 거울 이미지의 변주가 등장한다. 묘지 밑에 파묻혀 춤추는 멤버들과 그 위에서 묘지 안을 바라보는 멤버들의 액션-리액션숏이 교차하면서 마치 서로의 모습을 거울 삼아 바라보는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가장 강렬한 거울 쌍이 나타나는 장면은 두 천사의 마주 보기 신이다. 첫 멤버인 서연과 마지막 멤버인 지연이 비슷한 스타일링을 하고 등에 날개를 한짝씩 매달고 있다. 마주 본 둘은 거울 속의 자신과 장난치듯 좌우가 반전된 움직임을 동시에 보여주다가, 이내 옥상 아래로 떨어진다. 그러곤 까마귀로 부활하여 다시 비상한다. 다른 멤버들을 일종의 거울상으로 여기는 트리플에스의 태도는 첫 멤버와 마지막 멤버, 시작과 끝, 생과 사, 추락과 상승의 대구를 포괄하며 시간의 도돌이표를 만들어낸다. 이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끝없는 현재의 연장으로서 시간을 인지하겠단 의도이자 언제까지고 트리플에스가 동시대 K팝 수용자들의 고민과 감성을 끌어안을 것이란 함의를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