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반대편엔 미래지향형 에스파가 있다. “사건은 다가와 Ah Oh Ay”라며 도래할 미래를 한껏 포용하려는 <Supernova>의 가사를 살피면 방향성의 차이는 더 확실해진다. “우린 어디서 왔나 Oh Ay, 원초 그걸 찾아”라며 언뜻 과거에 시선을 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 찰나 이어지는 가사는 “거세게 커져가, 질문은 계속돼”다. 과거의 사건을 짚더라도 그것을 매개로 계속 나아가려는 미래 지향적 벡터가 바로 에스파의 정수다. 애초 ‘광야’라는 세계관 속에서 멤버의 아바타인 ‘ae’(아이)들과 조력자 ‘naevis’ (나이비스) 등 SF 요소를 그룹의 전반적인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녹여냈다. 더하여 전세계 최초의 VR 콘서트인 <링팝: 더 퍼스트 브이알콘서트 에스파>를 극장 개봉하며 다분히 미래파적인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기존 세계관의 확장을 목표한다고 밝히며 최근 발매한 정규 1집 《Armageddon》에도 미래를 지시하는 듯한 요소는 한층 풍부해졌다. 《Armageddon》의 뮤직비디오에서 등장하는 기계 신체의 그로테스크함, 디지털 노이즈 및 글리치의 불안정함, AI 이미지의 불쾌한 골짜기, 미지의 크리처와의 대적 등은 대놓고 미래성 SF의 양태를 띤다. 그러나 뉴진스의 경우에서 전술했듯 미래와 미래지향적인 것은 미묘하게 다르다. 최근의 에스파 역시 후자의 방법론에 무게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 앞선 요소들도 분명히 에스파만의 특질이겠으나 미래지향적 뉘앙스는 <Supernova> 뮤직비디오에서 더 잘 드러난다.
뮤직비디오의 도입부. 멤버 카리나가 현대 도시의 한 마천루 위에서 지상의 자동차까지 과격하게 수직 낙하한다. “I’m like some kind of Supernova”라며 자신이 하나의 초신성임을 소개하는 가사가 읊조려진다. 카리나의 얼굴은 멀쩡히 표정을 짓고 있지만 신체는 무력하게 자동차 위에 늘어져 있다. 과거의 우주에서 현재의 도심으로 뚝 떨어진 초신성의 말로를 빗대는 듯하다. 그런데 뮤직비디오의 중후반에 들어 스마트폰의 시간이 거꾸로 재생되면서 그간의 몇몇 영상이 되감기된다. 카리나는 다시 자동차에서 하늘로 솟구치는데, 이 장면 앞에 붙는 가사는 “가능한 모든 가능성, 무한 속의 너를 만나”이며 카리나가 솟구친 이후 나온 가사는 “Su su su Supernova”다. 즉 카리나의 솟구침은 단순한 되감기라기보다 죽었던 초신성이 되살아나 자신을 호명하고, 또 다른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다시 나아가는 부활의 서사로 여겨지게 된다. 실제 시간의 흐름을 거역하더라도 미래의 가능성으로 약진해 언제든 다시 나아가려는, 에스파가 지닌 진취적인 미래지향적 태도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