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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랜 시간 쌓아온 영화시장의 노하우를 경험했다’, <애콜라이트> 배우 이정재
이자연 2024-05-22

<오징어 게임>으로 OTT 시리즈에 새로운 진입을 알린 배우 이정재는 2022년 <헌트>를 통해 감독으로서 입지까지 넓혔다. 한국에서 대중에게 인식된 이정재의 클래식한 이미지는 기묘하게도 이정재에 의해 부서지고 발전하고 있다. 이번에는 <스타워즈>다. 고 공화국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한 <애콜라이트>는 의문의 제다이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서 아슬아슬한 비밀을 폭발적으로 드러낸다. 제다이 마스터 솔로 변신해 <스타워즈> 세계관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린, 이제 또 다른 도전을 앞둔 배우 이정재를 만났다.

- <애콜라이트>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떤 인상을 가장 먼저 받았나.

=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이 질문이 가장 먼저 들었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서 이 정도로 인물들의 서사가 촘촘하게 얽혀 있는 게 있었나?” <애콜라이트>는 인물간의 관계 설정이 무척 흥미롭다. 특히 과거와 현재의 스토리를 논리정연하게 엮어놓은 것도 눈에 띄었다. 액션과 어드벤처도 훌륭하지만 섬세한 인물들의 내면을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로서 관심이 생겼다. 기본적으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구조로 시작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아슬아슬한 스릴감을 자극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 제안을 받고 선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 정말 어려웠다. 기존 2시간짜리 영화에서 적당한 분량으로 나오는 캐릭터라면 ‘재미 삼아 해볼까?’ 하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역할 비중도 크고 감정과 서사를 전달하는 게 무척 중요한데 심지어 그걸 영어로 표현해야 하니 심리적 부담이 컸다. 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첫 미팅부터 엄청 미뤘다. (웃음) 편하게 인사하는 자리였는데도 그것부터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 프로덕션 스케줄이 있어 결정을 계속 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길게 숙고했다. 주변 사람들과 레슬리 헤들랜드 감독의 응원이 없었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 이정재 배우의 <애콜라이트> 합류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모국어가 아님에도 <애콜라이트> 출연을 결정한 것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언어적 한계는 어떻게 극복했나.

= 이건 내가 <스타워즈>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워낙 외계인들이 많이 나오잖나. 동양인이 영어가 조금 서툴다고 크게 문제되는 세계관이 아니다. (웃음) 다양성을 수용한 만큼 미숙한 점들이 하나의 특징으로 납득될 수 있었다. 그런 지점에서 문제가 완화됐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다. 영어로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언어적 표현을 체화하려 했다. 만약 <스타워즈>가 아니었다면 더 어려웠을 것이다.

- <애콜라이트>를 통해 레슬리 헤들랜드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그와 함께한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 시나리오부터 인물간의 관계와 감정이 섬세하게 다뤄졌다. 레슬리 감독은 그런 사람이다. 인물들의 굴곡 있는 삶과 사연을 상상하고 그것을 현실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나리오작가이자 쇼 러너이자 창작자.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개연성을 계속 살핀다. 물론 촬영을 진행하면서 시나리오가 수정되기도 했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데 강력한 사슬로 이야기를 한데 묶듯 촘촘한 레이어를 쌓아가는 방식을 취하더라. 정말 놀랐다. 그때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애콜라이트>는 전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들만 모아놨구나. 나만 빼고. (웃음)

- 한국과 미국의 촬영 환경 차이를 체감했나.

= 나도 놀란 게 시스템적으로 거의 똑같다. 이렇게 비슷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아마도 우리나라에도 유학을 다녀온 제작자가 많고 또 해외의 좋은 시스템을 한국 시장에 적용하려는 흐름도 있어서 비슷해진 것 같다. 다만 규모나 물량적 차이는 미국이 월등하다. 디테일한 묘사가 살아 있는 소품과 미술이 무척 훌륭하다. <스타워즈>만 해도 1970년대부터 쌓아온 노하우가 대단하다. 그게 모두 영화시장의 자산이란 생각이 든다. 또 창작자의 의지와 방향을 존중하는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 어떻게 보면 <애콜라이트>는 몇십년 동안 쌓아올린 <스타워즈> 세계관에 맥락을 살짝 얹는 것인데 수많은 기존 캐릭터와 별개로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창작자를 독려하고 존중한다. 그런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무척 부러웠다.

- 2022년 영화감독으로서 안정적으로 발돋움하고 이번엔 <스타워즈> 시리즈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계속 도전해나가는 삶을 표본처럼 보여주고 있는데 이렇게 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 뭐랄까. 이게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운도 많이 따라야 한다. 다만 내가 지금 주어진 것에 열과 성을 다할 때, 행운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를 지켜보는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 관객들이 나의 노력을 알아주는 순간 그다음 챕터의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나도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내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함께하게 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 선물처럼 주어지기도 한다. 결국 내가 무엇을 선택할지, 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할지가 중요하다. 앞으로도 망설이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나가고 싶다.

- 많은 시청자들이 집에서 OTT로 <애콜라이트>를 만난다. 어떤 관람 환경을 조성하는 게 좋을까.

= 무조건 어둡게! 시간대도 저녁이나 밤이 좋겠다. 그래야 <애콜라이트>의 미스터리 구조를 십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이정재 배우에게 <스타워즈> 세계관의 DNA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아마도 <스타워즈>는 세대가 바뀌어도 누군가 훌륭하게 발전시켜서 그 세계관을 확장해나갈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생명력과 역동성이 느껴진다. 그런 <스타워즈>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어 정말 영광스럽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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