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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래도 질투도 나의 것, <아기상어 극장판: 사이렌 스톤의 비밀>에서 스타리아나를 연기한 김보민 성우
조현나 사진 최성열 2024-02-12

2017년 EBS 성우극회 25기로 입사한 뒤 김보민 성우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9년 드라마 <SKY 캐슬>의 한서진(염정아)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성대모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지난해 음악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노래 잘하는 성우를 찾던 <아기상어 극장판: 사이렌 스톤의 비밀>(이하 <아기상어 극장판>) 제작진이 그에게 악당 스타리아나 역의 오디션을 제안한 것이 작품 참여의 발단이 됐다. “대중은 내가 성대모사하는 모습이 훨씬 익숙할 거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내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런 목소리도 낼 줄 안다는 걸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며 김보민 성우는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그렇게 <아기상어 극장판>은 성우 김보민의 새로운 대표작이 됐다.

새로운 빌런, 스타리아나와의 만남

스타리아나는 TV시리즈 애니메이션 <핑크퐁 아기상어>가 내놓은 극장판에서 처음 등장한 빌런이다. 참고할 레퍼런스가 없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원형이 없어 오히려 편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미국에서 <아기상어 극장판> 더빙이 먼저 진행된 터라 미국의 스타리아나 성우가 어떤 목소리로 어떤 연기를 펼쳤는지를 참고하긴 했다. 하지만 그걸 100% 구현하기보다는 대본과 영상을 보며 스타리아나가 어떤 캐릭터인지 먼저 파악했다. 그런 뒤에 내가 가장 자신 있고 캐릭터와 잘 붙을 것 같은 목소리를 꺼냈다.” 김보민 성우가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은 자연스러움, 그리고 넓은 음역대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사에서의 재미 요소도 잘 살리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틀을 의식하는 대신 여러 시도를 통해 자연스러운 표현에 집중하면서 스타리아나 대사의 말맛을 살리고자 했다.”

이렇게나 매력적인 악당이라니

인기가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는 스타리아나는 사람들이 자기 노래만 듣길 바라고, 남을 시기하는 마음도 서슴없이 드러낸다. “이렇게 매력적인 악당을 연기해본 건 처음이다. 성우 지망생일 때부터 선하고 아름다운 공주 역보다 그 옆의 익살스러운 푼수 캐릭터를 표현하길 더 좋아했다. 스타리아나도 마냥 착한 캐릭터가 아니라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스타리아나가 시도한 방법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나 역시 살면서 남을 질투하고 주목받길 원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가수인 스타리아나의 무대 위와 아래에서의 차이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겼다. “스타리아나에겐 나름의 결핍이 있지만 무대 위에서만큼은 그것을 숨긴다. 그래서 발랄한 무대 위의 모습과 가감 없이 화를 표출하는 무대 밖에서의 모습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또 올리나 윌리엄 같은 캐릭터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한물간 스타의 느낌도 있어서 목소리 톤을 너무 높게 잡지 않았다.”

발성과 발음, 전달력에 초점을 맞춰

<아기상어 극장판>은 유아동 대상인 TV애니메이션과 달리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타깃층의 나이를 올려 잡았다. “그렇지만 유아동에서 중고등학생으로 연령대가 급격히 높아진 게 아니라서 목소리 표현 자체가 많이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주요 관객이 어린이들임을 고려해 정확한 발성과 발음, 의미 전달에 신경을 썼다. 노래의 비중이 큰 작품인데 음악이 워낙 직관적인 매체다보니 어린이들이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아기상어 극장판> 시사회 때 조카가 와서 영화를 봤는데, 바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더라. 느낌이 좋았다.(웃음)"

가장 중요한 건 노래!

“스타리아나나나~”라는 중독적인 후렴구를 가진 스타리아나의 노래는 <아기상어 극장판>의 문을 여는 존재다. “비트도 좋고 랩도 있어 마치 아이돌 노래처럼 느껴졌다. 곡이 워낙 좋아서 잘 표현해야겠다는 욕심이 났다.” 성우로 활동한 지 햇수로 8년차가 됐지만 연기하면서 노래를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녹음을 해본 적이 없는 데다가 김보민이 아닌 다른 인물로서 노래하고 감정까지 실어야 하다 보니 부담이 많이 됐다.” 노래를 잘하는 올리 역의 장예나 성우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가 택한 방법은 발성 학원에 등록하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두번씩 학원을 나가 내가 표현하기 어려운 음역대의 발성을 꾸준히 연습했다. 선생님이 체크해주신 부분을 녹음하기 전까지 꼼꼼히 확인했다.” 노래 가사에서도 남들의 시선을 즐기고, 항상 자신감 넘치는 스타리아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너희들은 다 내 밑이야, 아무도 날 막지 못해, 다들 내 노래에 집중’하라는 태도를 고스란히 전하고 싶었다. 녹음할 때도 PD님이 ‘끼를 더 부려도 된다’고 하셔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웃음) 정말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 도전은 계속된다

김보민 성우는 “스타리아나를 만난 뒤 마침내 나의 대표작이 생긴 것 같다”며 웃었다. “사실 성우로 데뷔해 활동하게 된 뒤로도 오디션에서 자주 낙방했다. 하지만 스타리아나는 오롯이 내 힘으로 오디션을 통해 얻어낸 배역이다. 애니메이션의 극적인 순간마다 등장하는 악당을 연기하고 해본 적 없는 노래와 랩까지 시도하면서 깨달은 게 많다. 정말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 그리고 캐릭터다.” 그는 <아기상어 극장판>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기상어 극장판>의 타깃층은 어린이들지만 어른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나도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뭉클함을 느꼈으니까. 올리와 윌리엄의 우정이 정말 감동적이다. 그리고 <아기상어 극장판>을 이야기하면서 노래를 빼놓을 수 없다. 스타리아나의 노래도 그렇지만,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모든 노래들이 다 좋다. 제작진이 공들였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정말 많은 관객들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번에 처음 등장한 스타리아나도 다음 편에서 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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