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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개막작 프랑수아 오종의 '페터 폰 칸트'로 문 연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영화관 문화를 위하여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가 2월10일부터 열흘 동안 엄격한 방역수칙하에 오프라인으로 막을 열었다. 카를로 카트리안 집행위원장은 1월1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베를린영화제의 오프라인 강행에 대해 “온라인 영화 문화에 반대하며 오프라인 영화 상영을 고집하는 게 아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영화관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선보이는 작품은 경쟁부문 18편을 포함한 총 256편으로 예년에 비해 작품 수가 거의 반으로 줄었다. 한국영화는 경쟁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소설가의 영화>, 파노라마 부문에 김세인 감독의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포럼부문에 박송열 감독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단편부문에 정유미 감독의 <존재의 집>,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에 이지은 감독의 <비밀의 언덕> 등 총 5편이 올랐다.

개막작은 록다운 기간에도 영화 제작의 가능성을 보여준 실내극 <페터 폰 칸트>가 선정됐다.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오종이 연출하고 프랑스 배우들이 프랑스어로 연기한 프랑스영화지만 배경은 1972년 독일 쾰른이다. 주최측은 오랜 팬데믹으로 무거워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페터 폰 칸트>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페터 폰 칸트>는 사랑, 질투, 유혹, 유머 등 삶과 예술이 엮인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컨테이너 같은 극이다. 시종일관 주인공이 사는 호화 아파트 안에서 일어나는 일만 보여준다. 오종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1972년작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을 재해석했다. 1972년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던 파스빈더의 원작은 그의 자전적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파스빈더가 자신의 모습을 페트라에 투사했다면, 오종은 주인공 페터가 파스빈더임을 노골적으로 시사한다. 오종은 파스빈더의 영화 속 주인공의 성별뿐만 아니라 영화의 분위기까지 확 바꿨다. 파스빈더의 페트라는 성공한 패션 디자이너지만 오종의 페터는 영화감독이다. 파스빈더의 분신을 데려다놓은 듯 오종 감독의 페터 폰 칸트는 외모와 성격 모두 파스빈더를 연상시킨다. 성공한 예술가가 젊은 동성에게 빠져 겪는 감정의 굴곡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의 모친으로 나오는 하나 쉬굴라는 파스빈더의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에서는 주인공의 젊은 연인 카린을 연기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인공이 느끼는 격정의 소용돌이에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과장된 몸짓과 화려한 색감은 영화의 밝은 분위기를 더하며 반어와 풍자의 기운을 자아낸다. 한편 16일 열린 시상식에서 홍상수 감독은 <소설가의 영화>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 2021년 <인트로덕션>으로 각본상을 받은 데 이어 베를린영화제 3년 연속 수상이다.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은 카를라 시몬 감독의 <알카라스>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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