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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마블 히어로의 시대를 열다, <이터널스> 시사 첫반응
이주현 배동미 2021-10-29

마블 페이즈4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이터널스>의 개봉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작품상 등을 수상한 <노매드랜드>의 감독 클로이 자오는 새로운 마블 히어로들의 시대를 어떻게 그려냈을까. 배우 마동석안젤리나 졸리는 맡은 인물을 어떻게 완성했을까. 영화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할 관객들을 위해 씨네21 기자들이 미리 <이터널스>를 만나보았다. <이터널스>의 관전 포인트부터 눈에 띄는 새 히어로들까지, 씨네21 기자들의 스포 없는 리뷰를 전한다.

이주현 기자

‘어벤져스’로 대변되던 마블의 한 시대가 저물고 ‘이터널스’로 불리는 히어로들의 시대가 시작됐다. 마블 페이즈4의 본격 시작을 알린 <이터널스>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뒤를 이을 새로운 히어로 군단의 웅장한 대서사시가 될 것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았고, 한국에선 특히 배우 마동석이 한국 배우 최초로 마블의 히어로로 출격해 관심을 모았다(대사에 BTS가 언급되거나 BTS의 멤버 지민이 프로듀싱한 곡 <친구>가 영화에 삽입된 것도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터널스는 7천년 전, 데비안츠로부터 인간을 지키기 위해 지구에 온 불멸의 존재들이다. 리더 에이잭(셀마 헤이엑)을 필두로 세르시(제마 챈), 이카리스(리처드 매든), 스프라이트(리아 맥휴), 킨고(쿠마일 난지아니), 테나(안젤리나 졸리), 길가메시(마동석), 드루이그(배리 키오건), 마카라(로런 리들로프),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까지 무려 10명의 히어로가 <이터널스>의 주인공이다. 10명의 새 친구를 한꺼번에 사귀는 경험은 한편으론 벅차고 한편으론 감격스럽다. 벅차다는 것은 캐릭터 한명한명에게 충분히 마음을 줄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고, 감격스럽다는 것은 그 친구들의 면면이 생각 이상으로 다채로운 데다 다양성을 위한 표식으로만 쓰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후자의 경우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라는 것과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로 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여성 감독이다. 나이, 성별, 인종, 성적 지향 등 모든 면에서 <어벤져스>와는 비교도 안 되게 다양해진 <이터널스>는 마치 시대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마블의 뒤늦은 입장발표 같아 보이는 측면도 있다.

마동석의 활약에 대한 기대도 클 텐데, 마동석은 <이터널스>에서도 마동석답다. 맨손으로 데비안츠를 때려눕히는 괴력과 의외의 귀여움을 겸비한 ‘마블리’의 매력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길가메시의 곁에서 호흡을 맞추는 캐릭터는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테나인데, 안젤리나 졸리와 마동석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또한 뭉클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2개의 쿠키영상도 놓쳐선 안 된다. 잠깐의 등장만으로도 다음편에 대한 조바심을 불러일으키는 해리 스타일스의 출연이 기다리고 있으니 끝까지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일이다.

배동미 기자

거대하고 아득한 클로이 자오 월드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새겨졌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이터널스>는 MCU의 26번째 영화이자 페이즈4의 <어벤져스>라 할 만한 히어로들의 서사시다. 불멸의 이터널스 무리는 7천년 전 우주선 도모를 타고 지구에 온 순간부터 지구를 사랑한 히어로들이다. 이들의 임무는 기괴한 크리처 ‘데비안츠’에게서 인간을 지키는 것이다. 임무를 부여한 이는 그들을 탄생시킨 천상의 존재 ‘셀레스티얼’로, 인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우주적 존재다.

이터널스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기에, 공간을 기준 삼아 연대기를 구성하는 뱀파이어처럼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질을 변화시키는 세르시(제마 챈)는 런던에서 박물관 학자가 됐고, 손가락에 우주의 기운을 모아 총처럼 쏘는 킹고(쿠마일 난지아니)는 발리우드 배우로 살며, 타인을 조종하는 드루이그(배리 키오건)는 아마존에 소국을 만들었다. 괴력의 소유자 길가메시(마동석)는 호주 사막에서 정신 건강이 위험해진 테나(안젤리나 졸리)를 돌보며 살고 있다. 세르시는 데비안츠의 공세가 심해지자 오랜 연인 이카리스(리처드 매든), 소녀처럼 보이는 불멸의 존재 스프라이트(리아 맥휴)와 함께 이터널스를 불러모으기 시작한다.

마블 페이즈4의 기수 <이터널스>의 가장 큰 목표는 새 히어로 공동체를 소개하고 이들만의 가치를 소개하는 것이다. 10인의 히어로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스프라이트와 마카리(로런 리들로프),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다. 스프라이트는 무한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지적 존재가 겪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으며, 마카리는 MCU의 첫 청각장애 히어로, 파스토스는 MCU의 첫 LGBT 히어로다. <이터널스>는 MCU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또 한편의 영화이자, 그동안 MCU에서 경험하지 못한 높은 차원의 세계를 스크린에 펼치는 영화다. <노매드랜드>에서 풀쇼트로 인간과 자연을 담아냈던 클로이 자오는 인간의 지각 범위를 넘어서는 셀레스티얼을 스크린에 가득 메우는, 압도적인 순간을 영화 후반부에 자신의 인장처럼 새긴다.

초기 <어벤져스> 시리즈가 9.11테러 이후 인류의 내면에 각인된 두려움을 판타지적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이었다면, <이터널스>는 혐오에 맞서는 작품이다. 원작 코믹스에서 드러난 이터널스의 매력을 고스란히 이어가되 새롭게 다양한 정체성을 부여한 클로이 자오의 대담한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 중반까지 대화신이 다소 잦다는 건 단점일 수도 있겠으나 셀레스티얼과 이터널스, 데비안츠 등 우주적 존재에 대한 설명을 주의깊게 따라가다보면,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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