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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의 배우 윤여정과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만남
이주현 2021-01-29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만났다.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화상으로 이루어진 만남이지만, 봉준호 감독이 묻고 윤여정 배우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대화는 해가 떠 있을 때 시작해 해가 저물어서야 끝이 났다.

2019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4관왕까지, <기생충>으로 한국영화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은 차기작 준비에 여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씨네21>이 마련한 윤여정과의 대담 자리에 기꺼이 응했다. 평소 김기영 감독의 팬임을 공공연히 밝혀온 봉준호 감독은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영화 데뷔한 배우 윤여정에게 여쭤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며 가벼운 질문부터 “궁극의 질문”까지 강약을 조절하며 대화를 이끌었다. 윤여정은 봉준호 감독이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만들었던 신인 시절에 가졌던 첫 만남을 기억하며 “세계적인 감독”의 과거를 생생히 들려주기도 했다.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출연하는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를 만나러 미국에 가는 외할머니 순자를 연기한다. 봉준호 감독은 윤여정이 연기한 순자 캐릭터를 두고 “역대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라는 말로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김기영, 임상수, 이재용 감독의 영화 등에서 유니크하고 강렬한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해왔는데, <미나리>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할머니 캐릭터를 연기했다”라며 “일반적인 할머니의 상을 비껴가는,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 할머니 캐릭터라 어딘지 통쾌하고 좋았다”라고 윤여정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특별함을 언급했다.

<미나리>를 만든 정이삭 감독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윤여정은 시나리오를 채 다 읽기도 전에 “진짜 같은 생생함에 마음이 움직여 바로 출연 결정을 했다”라며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정직하고 깨끗한 시선”에 대한 호감을 전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촉촉한 정서를 잘 못 견디는 성격인데, <미나리>는 서정적이고 따뜻하면서도 노스탤지어에 빠져 질척이는 영화가 아니라 좋았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윤여정을 정점으로 한 배우들의 앙상블도 좋았다”라고 하자 윤여정은 “촬영을 마치면 함께 숙소에 모여 밥을 해 먹고 다음 날 촬영분의 대사를 수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나리>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만든 영화고, 앙상블만큼은 끝내줬다”라고 대답했다.

대화가 무르익었을 때쯤 봉준호 감독은 “궁극의 질문”을 꺼냈다. “유니크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특별한 분장 없이 평소 본인의 얼굴과 목소리로 영화에 스윽 등장해 5~10분 만에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연기를 선보이는데, 그 비결이 무엇인가?” 하는 거였다. 쑥스러운 칭찬 앞에서 윤여정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으면 작품에 캐스팅해달라”며 재치있게 대답을 한 뒤 “오버액팅을 좋아하지 않을 뿐 언제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연기한다.”라며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관을 들려줬다. 이 외에도 두 사람은 <미나리>의 배우들 이야기, 영화 속의 구체적 장면에 관한 이야기, 김기영 감독에 관한 이야기 등을 깊이 있게 나눴다.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미나리>는 올해 4월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 윤여정은 LA, 보스턴,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샌프란시스코 비평가협회 등 미국 내 각종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휩쓸며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윤여정과 봉준호의 대담 전문은 <씨네21> 1292호에서 읽을 수 있으며, 두 사람의 대담 영상도 곧 <씨네21>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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