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은교>, <4등> 등 쟁쟁한 작품들을 배출한 정지우 감독의 신작 <유열의 음악앨범>. <은교>의 주역 김고은과 대세 연하남 정해인이 호흡을 맞춘 로맨스영화다.
<유열의 음악앨범> 예고편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넌 어떻게 그렇게 웃어?” 오글거린다 생각할 수 있지만 곧이어 등장하는 정해인의 미소를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깨끗한 이미지와 귀여운 강아지를 연상케하는 매력으로 대세 배우로 등극한 정해인. <유열의 음악앨범> 개봉과 함께 생애, 작품 캐릭터 등으로 그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다산 정약용의 후손
조상님이 정약용쯤은 돼야 정해인처럼 태어날 수 있나 보다. 정해인은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직계 6대손이다. 또한 실제로 정약용 선생도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산시문집> 제15권에는 정조가 “약전(정약용의 형)의 풍채가 약용의 아름다운 자태보다 낫다”고 기록돼 있다. 은근슬쩍(?) 정약용을 디스하기는 했으나 그를 ‘아름다운 자태’라고 칭했다.
늦은 데뷔, 벌써 30대
대세 연하남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정해인을 20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해인은 올해로 만 31세가 된 1988년생이다. 데뷔 역시 또래 배우들에 비해 비교적 늦은 26살.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정해인은 수능이 끝난 뒤 영화 관람을 위해 찾은 극장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다. 이 일을 계기로 연기에 흥미가 생겨 연기를 배웠고, 평택대학교 방송연예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군대 복역, 대학을 졸업한 후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데뷔했다.
밝고 쾌활한 캐릭터
초창기 그의 작품 속 캐릭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현재 그의 이미지와도 잘 들어맞는 밝고 쾌활한 청년. 2016년 방영된 SBS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대가족의 막내아들 세준을 연기했다. 붙임성 좋은 성격의 대학생으로 사돈집의 나영(남규리)과의 로맨스를 보여줬다. 2017년 출연한 이종석, 배수지 주연의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도 경찰 한우탁 역을 맡아 정의감 넘치는 모습을 소화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호위무사(또는 보디가드)
반대로 정해인은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도 종종 연기했다. 첫 드라마 주연작인 <삼총사>에서도 과묵한 호위무사 안민서를 연기했다. 2016년 MBC 드라마 <불야성>에서는 현대판 호위무사인 보디가드로 변신했다. 주인공 이경(이요원)을 묵묵히 지키며, 평소에는 부드럽지만 철두철미한 면모로 맡은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인물.
첫 영화 주연작인 <역모 - 반란의 시대>에서 맡은 역할은 역모를 꾀하는 이인좌(김지훈)에 맞서 홀로 왕을 지키는 무사 김호. 배역을 위해 수염까지 길렀으며 활, 검 등을 이용한 여러 액션을 선보였다. 한량 같은 성의 소유자로 (진부한 설정이지만)중요한 상황에는 180도 달라지는 무게감을 자랑했다. 신기하게도 소개한 세 작품 모두 누군가를 지키는 캐릭터. 그들을 통해 정해인은 순한 미소와 차가운 무표정이 모두 가능한 스펙트럼을 갖췄다.
스타덤
그러나 정해인은 특별출연이었던 <응답하라 1988>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흥행에 실패, 대중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가 처음 화제가 된 것은 2016년 열풍을 불고 온 <도깨비>에 특별출연하면서다. 주인공 지은탁(김고은)의 첫사랑으로 등장했으며, 설렘 가득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은 “아니 저건 누구야?!”를 남발했다고.
이후 본격적으로 정해인을 스타덤에 올려준 작품이 <슬기로운 감빵생활>. 카리스마와 순둥순둥함 두 면모를 모두 활용한 사례다. 그가 연기한 유정우 대위는 초반까지는 ‘악마 유대위’라 불릴 만큼 무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교도소에 온 이유도 부하를 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해서. 그러나 모든 것이 누명이었다는 것이 서서히 밝혀지며 사실 예의 바르고 올곧은 성품의 소유자라는 게 드러났다. 대표적인 반전 선역 캐릭터.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유대위(정해인) 캐릭터 포스터.
대세 연하남
지금의 정해인의 위치를 굳혀진 작품은 역시 손예진과 호흡을 맞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친한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오랜만에 서로를 마주하고, 이끌리게 되는 이야기다. 정해인과 손예진은 4살 차이의 커플로 등장해 풋풋한 로맨스부터 현실적인 트러블 등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정해인에게 ‘국민 연하남’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시점이다.
정해인의 다음 행보 역시 로맨스다. <발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안판석 PD와 김은 작가가 그대로 뭉친 <봄밤>이다. 정해인은 실제로 6살 차이가 나는 한지민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약사 지호를, 한지민은 오랜 연인이 있지만 권태를 느끼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도서관 사서 정인을 연기했다. 안판석 PD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현실적인 캐릭터들의 고민이 잘 묻어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정해인의 입지를 굳혀준 작품이다.
밥 잘 먹는 정해인
밥 잘 사주는 손예진은 정해인에게 최고의 누나였을 듯하다. 정해인은 먹는 것도 매우 좋아하며, 직접 요리를 하는 것도 즐긴다. 잘하는 음식은 찌개 종류이며, 좋아하는 음식은 육류와 빵이다. 고기는 근 단위로 먹을 만큼 대식가라고. 다만 먹는 그대로 살이 찌는 체질이라 체중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밝혔다. 군대 시절에 무려 12kg을 감량했으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촬영 전에도 다이어트를 강행했다.
차기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시동> 대본 리딩 현장 속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
마지막은 정해인의 차기작이다. 현재 그는 드라마, 영화 각각 한 편씩 차기작이 있다. 드라마 <반의 반>은 채수빈과 호흡을 맞추는 멜로로 <유열의 음악앨범>의 각본을 집필한 이숙연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인공지능 프로그래머(정해인)과 녹음 엔지니어(채수빈)의 사랑을 그린다. 2020년 상반기 방영 예정.
영화로는 마동석, 박정민, 염정아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출연하는 <시동>이 있다. 동명 웹툰을 영화화하는 것으로 가출한 두 소년이 여러 사건들을 마주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담이다. 박정민과 정해인이 가출한 두 소년을 맡았으며 마동석, 염정아 등이 그들과 함께하는 어른들을 연기한다. 지난 4월 크랭크인 했으며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이다. 오래간만에 멜로에서 벗어난, 반항기 가득한 정해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