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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미드소마> 아리 애스터 감독이 극찬한 한국영화 5편

<미드소마>

<유전>

일부 영화광들에겐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리 애스터 감독은 공공연히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밝혀 왔다. 심지어 "한국에 태어났어야 했다"는 농담까지 했을 정도다. <미드소마>에 가장 영감을 준 한 작품을 골라달라는 매체의 질문에 애스터는 감탄하는 얼굴로 한국 영화 한 편을 냉큼 답했다. 한국 영화에 빠지게 된 이유로는 "일관성을 지키면서도 장르가 자유자재로 뒤섞인다"는 점을 꼽았다. 이 같은 경계 없는 장르의 혼합이 아주 진보적인 방식으로 다가왔다고. 물론 아주 독창적인 호러를 보여준 <미드소마>로부터 한국 영화의 잔상을 곧바로 캐치해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영화 취향 탐색 삼아 다섯 영화를 소개한다.

아리 애스터 Ari Aster​

장편

- 2019 <미드소마>

- 2018 <유전>

단편

- 2013 <뮌하우젠>

- 2011 <The Strange Thing about the Johnsons>

- 2011 등

하녀ㅣ1960ㅣ김기영

아마 김기영의 <하녀>에 영향받지 않은 대한민국의 감독은 그다지 없을지도 모른다. 올해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인 봉준호 감독도 <기생충>의 계단 상징을 <하녀>의 영향이라 밝힌 바 있다. 어느 날 하녀가 집에 들어오면서 단란했던 가정이 파국을 맞는 이야기. 계단을 사이에 둔 1층과 2층을 각각 아내와 하녀가 장악하고 있다는 기이한 설정을 바탕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집착,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리 애스터 감독은 김기영 감독에 대해 "인간의 심리 상태를 아주 훌륭하게 포착하는 감독"이라면서 <하녀>를 추천했다. 한국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걸작으로 2014년 한국영상자료원의 '최고의 한국 영화'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밀양ㅣ2007ㅣ이창동

이창동 감독을 거장의 반열에 올리고, 전도연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을 달아준 영화. <밀양>은 1985년에 발표한 이청준의 단편 소설 <벌레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죽은 남편의 고향 밀양에서 아들 준(선정엽)과 함께 새 삶을 시작하려는 신애(전도연). 그러나 새 삶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들이 유괴돼 시체로 발견되고, 그녀는 줄곧 슬픔을 앓는다. 목이 쉬도록 울던 신애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일탈을 하는 모습이나, 도저히 신의 뜻이 아니고서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심경들이 인물과 자신을 최대한 일치시키려는 배우의 처절한 몸짓으로 표현된다. 아리 애스터 감독은 "지난 20년간 많은 한국 영화들의 성취에 들떠왔다"면서, 이창동 감독의 <밀양> 역시 반드시 봐야 할 영화로 언급했다.

버닝ㅣ2018ㅣ이창동

애스터 감독은 이창동의 신작 <버닝>에 대한 찬사를 직접 트위터에 남겨 축하했다. 그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영화 <버닝>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풍부하다. <밀양>이 그의 정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창동은 그 이상에 도달했다"면서 관람을 독려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자신만의 스토리로 재창조한 <버닝>은 현 세대 청년들이 겪는 공허를 담았다. 소설가를 꿈꾸면서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는 종수(유아인), 내레이터 모델로 일하면서 잡히지 않는 삶의 의미를 갈구하는 해미(전종서)가 있다. 여기에 속을 알 수 없지만 부유한 청년 벤(스티븐 연)이 끼어들고 종수의 내면에 분노가 커져간다. 한국의 청년에 대한 이야기지만 세계적인 공감을 사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올해(2018)의 영화에도 속한 바 있다.

지구를 지켜라!ㅣ2003ㅣ장준환

서두에 밝혀 두었던 아리 애스터의 <미드소마>에 가장 큰 영감을 준 영화가 바로 <지구를 지켜라!>다. <미드소마>를 벌써 본 관객이라면 더 의아할지도 모른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엽기적인 데뷔작인 <지구를 지켜라!>는 장준환 감독이 '디카프리오가 사실은 외계인이다'라는 허무맹랑한 소문에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다. 영화도 그 소문처럼 B급의 향취를 짙게 띄고 있지만 너무도 거대하고 꼼꼼한 뻥에 탄성이 나온다. 제정신이 아닌 한 남자 병구(신하균)가 제약회사의 사장(백윤식)을 납치해 고문한다. 이유는 사장이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인이라는 확신 때문. 아리 애스터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는 내게 너무 큰 의미를 주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미드소마>의 낯선자(stranger)에 대한 영감을 직접적으로 받았음을 고백했다.

곡성ㅣ2016ㅣ나홍진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호러 영화였다. 아리 애스터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곡성>은 최근 몇 년간 그가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공포영화다. 온갖 장르가 뒤섞이는 점을 한국 영화의 매력으로 꼽은 애스터에게 <곡성>은 그 예로 탁월하다. 그에 따르면 <곡성>이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의 블랙 코미디가 오컬트 장르로, 오컬트는 다시 실존에 대한 가치를 지닌 부조리극으로 바뀐다"는 것. 실제로 <곡성>은 장르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호러와 코미디, 스릴러와 오컬트, 심지어는 좀비물에 반전 서사까지 고루 섞인 영화다. 아리 애스터는 "지금 한국 영화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다른 어느 곳보다도 자신에게 흥분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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