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해운대'가 한국 영화 사상 다섯 번째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됐다.
지난달 22일 개봉해 33일만의 일이다. 천만 관객 영화 중에서는 21일만에 이를 돌파를 기록한 '괴물'(2006)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다.
'해운대'의 성과는 2006년 '괴물' 이후 한국 영화 산업이 침체 일로를 걷던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전 세대 만족케 한 볼거리와 웃음, 감동 = 영화는 해운대에 밀어닥친 쓰나미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실감 나게 재연된 쓰나미와 함께 서민들의 따뜻한 이야기와 웃음, 감동에 만족했다.
흥행의 핵심 요인은 이 영화가 제공하는 볼거리와 재미가 10대부터 60-70대까지 모든 세대에 이르는 관객을 고루 충족시킨다는 점에 있다.
어린 딸에 대한 젊은 아버지의 부정, 20대 청춘의 풋풋하고 애절한 사랑, 철부지 아들을 향한 노모의 애틋함 등 모든 관객이 한 번쯤은 고개를 끄덕일 법한 평범하지만, 감동적인 사연들이 담겼다.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해운대의 영리한 점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략을 제대로 꿨다는 점"이라며 "누구나 공감하는 가족이나 휴머니즘을 토대로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 상업 오락 영화가 대세 = 흥행에는 경기 불황도 한 몫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해외여행이나 많은 돈을 들여 다른 여가 생활을 하는 대신, 온 가족이 집 근처의 영화관을 찾는 것은 편하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여가 활동이다.
여기에 관객들은 피곤하고 힘든 시기에 사회성이나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보다는 현실의 우울함을 덜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를 선택했다는 점도 주효했다.
'해운대'를 비롯해 올해 흥행에 성공한 '과속스캔들'이나 '7급 공무원', '거북이 달린다', '국가대표' 등이 모두 가벼운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오락 영화였다.
김봉석 씨는 "그동안 '두사부일체'나 '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 같은 코미디 영화들이 흥행은 하면서도 언론의 주목은 받지 못했고, 박찬욱, 봉준호 등 작가주의적 경향을 띠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감독들이 한국 영화의 중심에 있었다"며 "이제는 관객이 중심인 상업 영화가 한국 영화의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영화 활력소 되나 = 영화계는 3년만에 1천만 영화가 탄생하자 한국영화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해운대'는 오랜만에 나온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블록버스터 영화를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블록버스터가 만들어지고 관객이 호응했다는 것은 한국 영화가 침체기를 맞았다는 우려를 조금은 불식시키는 청신호가 됐다"고 평가했다.
심씨는 또 "윤제균, 김용화 감독이 강우석, 강제규 감독을 잇는 흥행 감독으로 세대교체가 됐고, '추격자'나 '미쓰 홍당무' 등 예전에는 보지 못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선보였다"며 "충무로에 전반적인 물갈이가 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영화가 성공을 이어 가려면 규모가 큰 작품들의 성공과 함께 신인 감독, 작은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oyy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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