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의 합법화가 첫 발걸음을 뗐다. 워너브러더스가 P2P 파일공유 서비스 비트토렌토(BitTorrent)를 통해 극장용 영화와 TV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배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 여름부터 개시될 예정인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의 가격은 TV쇼 에피소드당 1달러 미만이며 영화는 DVD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가격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들은 신작 영화가 DVD로 출시되는 것과 동시에 비트토렌토를 통해 대여하거나 구입할 수 있으며, 다운로드한 파일을 DVD로 굽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DVD로 복제한 영화는 일반적 DVD 플레이어가 아니라 영화를 다운로드한 해당 컴퓨터로만 감상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비트토렌토는 전세계 1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는 P2P 프로그램으로, 그간 해적판의 본거지 중 하나로 간주되어 할리우드의 끊임없는 항의에 시달려왔다. 커다란 파일을 자잘한 데이터로 쪼개어 여러 곳에 전송하는 비트토렌토의 ‘파일 스와밍’(File Swarming) 기술은 인터넷에 접속한 수많은 이용자들이 한편의 영화를 동시에 나누어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래서 비트토렌토에 업로드된 영화는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 해적판을 번식시키게 된다. 하지만 비트토렌토의 기술은 영화사들한테 손쉬운 수익을 안겨줄 수도 있다. 영화사는 비트토렌토에 한편의 유료 영화파일을 업로드함으로써 수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주머니를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와 비트토렌토는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의 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워너브러더스홈엔터테인먼트 대표 케빈 쓰지하라는 “불법적인 경로로 영화를 보았던 사람들의 15%라도 합법적인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영화산업과 경제에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주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고, 그동안 영화사들의 소송에 시달려온 비트토렌토 대표 어신 네이빈 역시 “이용자들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밝혔다. 워너와 비트토렌토가 희망적인 미래를 예견하는 데에는 성공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임회사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비트토렌토를 통해 비디오 게임의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개시했고, 기대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