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저지를 위한 교수학술단체 공동대책위원회와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가 5월11일 최민식의 전교조 계기 수업에 대한 같은 날 중앙일보 사설을 반박하는 성명서를 내놨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편파시비를 일삼는 중앙일보는 반언론적 작태를 즉각 중단하고, 언론으로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라.
평택문제의 왜곡편파 보도로 사태 악화를 부채질 하고 있는 보수언론이 이번에는 영화배우 최민식이 참여한 한미FTA 계기 공동수업에 대해 편파적인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5월 11일 사설에서 “인기스타를 이용해 학생들 판단을 마비시킬 건가”라는 제하에 현재 국민적 관심사가 팽팽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에 열광하고 언행까지 따라하는 게 요즘 청소년”인데 “사리분별 능력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이런 학생들에게 균형감각을 상실한 한쪽의 주장만 강요한다면 이는 교육을 가장한 선전선동”이자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탈행위”라고 이번 계기수업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황당하고도 어처구니가 없는 주장이다. 신문사설은 뉴스와는 달리 신문사의 입장을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지면이므로 전교조나 최민식의 입장에 대한 반대주장을 게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하거나 공공성을 해쳐가면서까지 사적 입장을 강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언론의 기본 의무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이번 사설은 사적 감정을 앞세워 언론의 기본 의무에서 “일탈하고” 있다.
우선 이번 사설이 가정하고 있는 전제가 기본적으로 왜곡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설에서는 이번 수업의 대상인 고3 학생들이 “사리분별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어린 학생”이고, “최씨 같은 인기스타의 말을 진리로 받아들인다”고 자연스럽게 가정하고 있는 데 이것이 과연 객관적인 사실인가? 우리 사회에서 고3 학생이면 평균 나이가 만 18세이고, 부모의 동의 없이도 결혼할 수 있고, 국방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나이이며 성인등급의 영화를 볼 법적 권리가 있는 나이다. 만일 중앙일보 사설의 주장이 객관적인 사실이라면 “사리분별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는 결혼과 성인영화 관람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탈행위”를 365일 시행하고 있는, ‘정신 나간’ 사회인 셈이 된다. 중앙일보 사설의 전제가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이런 엉뚱한 귀결을 초래한다면 그야말로 그 전제가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다.
둘째, 잘못된 전제는 전체 주장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고, 잘못된 전제에 입각한 삼단논법은 객관적 근거를 상실하기 때문에 부지중에 주관적 편견이나 감정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간 우리는 여러 차례 전교조의 계기수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전교조의 계기수업은 매번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이젠 외부인사까지 끌어들여 계기수업을 감행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설에서는 전교조의 계기수업이 편향적이라는 근거를 “사리분별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어린”,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고 언행까지 따라하는” 학생들에게 “균형감각을 상실한 한쪽의 주장만 강요한다”는 데서 찾고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사설 자체가 수업의 대상자인 학생들에 대해 왜곡된 판단을 내리고 있으므로 전교조의 수업이 편향적이라는 근거도 왜곡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이 사설은 객관적 근거 없이 전교조를 일방적으로 “교육을 가장한 선전선동이다”라는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보면 중앙일보 사설이야말로 얼핏 그럴듯한 논거를 갖춘 것처럼 “가장한”, 그러나 분석해 보면 객관성을 상실한, 근거 없이 전교조의 계기수업을 헐뜯는 “편향적” 비난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야말로 지난 2개월 이상 한미FTA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는, 객관적 근거를 결여한 주관적 주장을 “편향적”으로 보도해온 장본인이 아닌가? 대중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지키려면 수백 건 관련 기사들을 내보내면서 정부 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소개하거나 찬성 주장만으로 도배할 것이 아니라 가끔은 반대 주장도 소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적반하장도 유분수가 아닌가? 이들이야말로 언론의 기본 의무를 망각한 채, 거대언론의 ‘독자들을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편향된 이념을 전파하려는 반언론적인(언론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반언론적인 자가당착적 작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일을 놓고 두 가지 문제를 추가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최민식의 강연에 대해 “인기스타들이 언행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실은 스타 개인이 아니라 자신들이야말로 청소년들이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에 열광하고 언행까지 따라하게” 만든 과잉보도의 장본인이므로 청소년들의 스타 열광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들의 입맛에 맞으면 한류 운운하며 과잉보도로 스타로 만들어 놓고, 스타가 진실을 주장하면 “스타로서 언행을 조심하라”는 조삼모사 식의 논법을 당장 때려 치고, 정작 중앙일보야말로 “언행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날 최민식의 강연을 들은 100여명의 고3학생들에게 “사리분별 능력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어린 학생들”, “인기스타의 말을 진리로 받아 들인다”는 등, 언론으로서 ‘사리분별력을 잃은 망언’을 거침없이 퍼부은 것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하고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다. 고3학생들은 사리분별력을 갖춘 성인이며 특히 체결되면 향후 20년간 유효할 한미FTA의 가장 큰 피해를 직접 감당해야 할 우리 사회 미래의 주역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장밋빛 청사진과 주류언론의 앵무새 같은 찬성 반복만 주입당하는 대신 한미FTA의 폐해를 우려하는 반대의 목소리를 공정하게 함께 경청하고 스스로 사리판단을 내릴 당연한 권리를 갖고 있다. 만일 중앙일보와 같은 주류언론이 언론으로서의 이와 같은 기본의무를 충실히 지켰더라면 그토록 싫어하는 계기수업도 불필요할 것이고, 전교조와 최민식 같은 스타들이 억울하게도 ‘비난받는 궂은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객관적 맥락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경거망동을 반성하고, 공개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앙일보가 언론사로서 기본 의무를 다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향후 계속될 계기수업은 물론 한미FTA 관련 보도를 언론으로서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시시비비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귀사에 공개토론회를 요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