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사수하여 문화 주권 지켜내자!” “문화 침략 용인하는 굴욕 협상 중단하라!”
2월 8일 오후 2시, 다시 한번 거리로 나선 영화인들의 함성이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을 가득 메웠다. 하룻동안 영화 촬영을 중단하고 집회에 참가한 영화인들은 대본 대신 ‘스크린쿼터 사수’, ‘문화 침략 저지’라고 쓰여진 팻말을 들었다.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에 이르는 강추위에도 불구 안성기, 최민식, 정진영, 황정민, 이영애 등 내로라는 충무로 스타들을 비롯해 감독, 스탭, 대학 영화과 학생 등 한국영화 관계자는 물론 민주노동당 의원, 농민단체 대표에 이르기까지 20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스크린쿼터 사수’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 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 대책 위원회’(공동 위원장 안성기·정지영·이춘연·신우철)가 주최한 이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FTA 체결과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강력히 규탄했다.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 무대에 오른 안성기 공동 위원장은 “영화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정부가 “누르고 압박하니 해야할 말은 해야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 마음을 국민에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게 된 취지를 밝혔다. 전날 1인 시위를 했던 배우 최민식 역시 마이크를 이어받아 영화인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밥그릇 싸움은 바로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놓은 밥그릇 싸움”이라며 스크린쿼터가 영화계만의 문제가 아님을 호소했다.
이어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행사는 배우 정진영의 스크린쿼터 투쟁 사수 경과보고로 시작해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황철민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을 비롯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대표 등의 지지발언으로 이어졌다. 간략한 경과보고를 마친 배우 정진영은 “우리도 영화를 찍고 싶다”며 “바로 미국이 우리를 거리에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크린 쿼터 사수 투쟁이 “긴 싸움이 될 것”이며 때문에 앞으로 계속해서 “질기게 싸울 것”이라고 말해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민웅 교수는 미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압력을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라는 호랑이의 회유에 비유하며 일단 “떡 하나를 내주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기에 미국의 요구를 결코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강경론을 밝혔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대표도 “문화 주권과 식량 주권은 주권 국가로서 결코 빼앗겨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한미 FTA반대 투쟁에 있어 영화계와 함께 연대해나갈 것임을 선언했다. 3시간 가량 지속된 집회는 황정민, 문근영, 백윤식, 이영애 등 집회에 참석한 영화 배우들이 함께 단상에 올라 차례로 성명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집회에는 100명이 넘는 배우가 참석했고, 200명 가량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그 밖에 1000명에 가까운 숫자의 팬들이 몰려 집회 장소 주변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오후 4시 30분 경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명동성당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