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73일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제동을 걸겠다는 국회 쪽 움직임이 다소 차질을 빚고 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위원장 우상호)에서 한나라당 정병국 외 38명의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영화진흥법 중 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논의되지 않았다. 현행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 146일을 시행령이 아닌 모법(母法)에 ‘못 박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이 법안은 2004년 7월에 발의됐으나 지금까지 계류되어 왔다.
현재 영진법 개정안은 빠르면 2월8일 문화관광위원회 전체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가능하다. 국회 한 관계자는 “소위원회 차원에서 이 법안 처리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전체 회의에서 협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임위에서도 처리되지 못하면, 의원 3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 본회의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 2월6일 오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찾았던 영화인들로서는 이같은 결과에 다소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에 열린 우리당 의원들이)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면서도 “여당 입장에서 다소 곤혹스럽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을 비롯 문광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동안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는 반대하면서도 이를 모법에 적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를 모법으로 정할 경우, 정부 입장에선 국무회의를 통해 스크린쿼터 일수를 조정할 수 없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스크린쿼터를 비롯한 한·미 FTA와 관련해 입법부와 행정부가 공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계가 2월8일 대규모 옥외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스크린쿼터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 또한 2월 중순에 들어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밝혔듯이, 2월14일부터 시작되는 국회의 정부 부처별 업무감사에서는 그동안 “스크린쿼터는 FTA와 연계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가 입장을 번복한 문화관광부에 대한 질타가 쏟아질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2월 중순께 국무회의를 통해 스크린쿼터제 축소 방침을 의결할 것으로 보여진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강행하려는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국회 및 영화계 사이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