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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백작의 사생활
2001-02-06

해외신작 <퀼스>

Quills 감독 필립 카우프만 주연 제프리 러시, 케이트 윈슬럿, 와킨 피닉스, 마이클 케인 수입·배급 20세기 폭스 코리아 개봉예정 3월

‘사디즘’의 어원이 된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키 드 사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인물로 꼽힐 만하다. 27년간 감옥생활을 한 사드는 외설적인 소설을 쓴 것은 물론, 직접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이기도 하다. 반면 사드는 왕정에 반대하고 절대적인 자유를 부르짖은 반체적인 무정부주의자였다. 시몬 보봐르의 말처럼 ‘사드 주장의 가장 큰 가치는 우리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며 ‘광기의 작가’라는 낭만적 개념에 딱 맞는 인물이다.

사드가 인생의 마지막 10년을 보낸 샤랑트 정신병원을 무대로 벌어지는 <퀼스>의 감독은 <프라하의 봄>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등에서 인간과 성의 관계, 금기의 선을 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던 필립 카우프만이다. 필립 카우프만은 자신의 극단적인 욕구를 외설적인 글로 표현하려 했던 말년의 사드를 생생하게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퀼스>는 미국영화비평협회(The National Board of Review) 선정 2000년 최우수 영화로 꼽혔고, 아카데미상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샤인>의 제프리 러시가 위악적인 천재 또는 사상 최악의 악당 사드를 연기한다.

샤랑트 정신병원에 갇힌 사드는 병원에서 일을 하는 처녀 마들렌을 통해 소설을 빼내고 출판에 성공한다. 나폴레옹 정부는 사드를 감시하기 위해 위선적인 도덕주의자이자 정신과의사인 로이 골라를 보낸다. 루이 골라는 사드의 유일한 표현수단인 집필을 금지하고, 사드는 격렬하게 저항한다. 여기에 병원장 쿨미어 신부의 마들렌에 대한 짝사랑이 연루되고, 마침내 샤랑트 정신병원은 아비규환에 빠진다. <퀼스>는 모든 것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선과 악은 서로를 닮아가는 충격적인 과정을 그려낸다.

김봉석 기자lotu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