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가구 시청률 40.1%, 최고 시청률 51.5%(티엔에스 미디어코리아 조사)를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에스비에스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마지막 2회를 남겨두고 있다. 대사 ‘애기야 가자’ 등은 네티즌의 ‘어록’에 담길 정도로 유행어가 됐고, 뭇 여성들은 박신양이 낮은 목소리로 불렀던 ‘사랑해도 될까요’의 찌릿함에 푹 빠져 있다. 협찬사들은 덩달아 높이 뛴 간접 광고효과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인기 비결은 단연 기주(박신양)와 태영(김정은)이다. 소년처럼 순진한 ‘백마 탄 왕자’와 당당하고 천연덕스럽기까지 한 ‘신데렐라’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의외성으로 다가갔다는 분석이다. 당당한 신데렐라는 경기불황과 실업난에 찌든 여성들을 잠시나마 현실로부터 해방시켰고, 돈 많고 능력은 있지만 바람둥이는 아닌 왕자는 여성들을 열광시켰다. 상대적으로 드라마를 덜 보는 남성들도 100명 중 17명(17.5%)이 주말 밤 ‘파리의 연인’ 앞에 모여 거들었다. 모든 것을 가진 기주에 시기심 섞인 ‘짜증’이 솟구쳤을 법도 하지만, 얼짱도 몸짱도 아닌 박신양이 어눌한 말투로 서툰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남성들의 경쟁심리나 반감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닳고 닳은 신데렐라 이야기가 ‘신드롬’까지 불러온 이유들이다.
억지스러운 배역 설정과 작위적인 극 전개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에 널리 쓰이는 ‘출생의 비밀’ 장치는 삼촌·조카를 형제로 만들어버렸다.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하는 수혁(이동건) 등도 자연스럽지는 못했다. 지나친 간접광고는 시청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남은 2회는 어떻게 풀려갈까? 수혁이 모두 뒤집어 쓴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수혁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하며 지금까지의 갈등을 해소한다는 것. 꼬이고 또 꼬인 이야기의 마무리가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기억상실’ 장치만으로 곳곳에 널려 있는 갈등이 모두 마무리될 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기억상실을 연기하는 수혁이 덕에 기주와 태영은 마지막회에서 파리 퐁네프 다리에서 다시 만나 행복한 결말을 이룬다. 김은숙 작가는 “기주와 태영의 재회 장면에 이어 이들이 엇갈렸던 지난날을 에필로그 형식으로 구성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