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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추경안 통과, 영화계에도 수혈
이우빈 2025-07-09

서울독립영화제 예산 복원, 271억 극장 할인쿠폰과 모태펀드 영화계정 증액

7월4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2025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안)이 통과되면서 영화산업과 독립영화계에도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올해 초 관련 예산이 폐지되며 논란이 일었던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에 대한 4억원의 지원 사업이 복원됐다. 지난 6월 공개된 271억원 규모의 영화 할인쿠폰 관련 추경안도 통과됐다. 올해 초 398억원의 정부 출자로 구성됐던 모태펀드 영화계정은 200억원 증액됐다. 다만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사업 중 한국영화 기획개발지원사업 증액과 차기작 지원사업 복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태펀드 영화계정도 기존 안보다 감액되며 사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쉴 틈 없이 휘몰아쳤던 영화계 관련 추경안 통과 과정과 결과를 상세하게 살펴봤다.

서독제 예산 복원, “창작자와 관객에게 환원하겠다”

영진위의 ‘독립영화제 개최지원’ 추경안이 통과되면서 서독제에 대한 4억원의 지원금 지급이 확정됐다. 올해 개최되는 서독제 예산안으로 즉각 집행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가 7월1일 의결한 예비심사보고서의 증액안이 그대로 통과된 것이다. 국회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7월3일경 해당 추경안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보류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졌었기 때문이다. 보류됐던 추경안이 감액되지 않고 그대로 본회의에서 가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 A씨는 “서독제와 관련 부처(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의 움직임이 기민하고 정열적이었던 모습이 특히 눈에 띄었다”라는 후문을 남겼다. 또한 ‘독립영화제 개최지원’ 사업은 서독제에 대한 지정위탁 성격으로 추가 공모 일정 없이 연내 집행이 가능한 항목이기에 추경안 통과에 유리했단 분석도 있다. 김동현 서독제 프로그램위원장은 “추경안을 토대로 영화제 상금과 제작 지원 사업을 늘리고, 상영 규모와 관객 이벤트를 확장해 서독제를 응원해준 창작자와 관객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돌리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은영 서독제 집행위원장은 “증액된 예산을 바탕으로 차후 해외 네트워크 협력의 확대, 국제공동개발 모델의 기획 등 독립영화의 플랫폼적 역량을 키우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앞서 서독제는 민관 협치 기반의 영화제로서 독립영화제 개최지원 사업을 통해 2023년 3억7천만원, 2024년 3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으며 운영돼왔다. 그런데 올해부터 독립영화제 개최지원 사업이 폐지되고 이 예산이 ‘국내 및 국제 영화제지원사업’(이하 영화제 지원사업)에 편입됐다. 이에 서독제는 올해 영화제 지원사업 공모에 참여하지 않고 영진위의 영화제 지원사업 규모를 복구하라며 반발했다(<씨네21> 1496호 ‘불안한 토대 위 영화제, 언제까지 지속될까, 서울독립영화제의 영화진흥위원회 사업 보이콧과 영화제 지원사업 현황’ 참고).

문체위가 상정한 ‘한국영화 기획개발지원’ 사업의 20억원 증액안은 무산됐다. 기존에 진행되던 ‘한국영화 기획개발지원’ 사업을 10억원 증액하고, 2023년 연말 이후 폐지됐던 ‘한국영화 차기작 지원’ 사업을 10억원 규모로 복원하려는 계획이었다. 차기작 지원 사업은 전작 개봉 실적이 있는 제작사의 차기작 영화 프로젝트 기획개발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안건이 최종 통과되지 못한 배경에 대해 국회 관계자 A씨는 “공모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터라 연내 집행에 어려운 점이 있고, 기획재정부가 이러한 부분을 반려의 사유로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이에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관계자 B씨는 “당장 시장에 긴급 투입해 산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예산안이 막바지에 고꾸라져 무척 아쉽다”라며 “특히 차기작 지원 사업은 특별한 공모 과정의 수요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었던 만큼 안타깝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 할인쿠폰 271억원, 여름 극장가 살아날까?

271억원 규모의 영화 할인쿠폰 사업이 통과됐다. 영화관람 1회당 6천원이 할인되는 쿠폰을 450만장을 지원한다. 멀티플렉스 4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에서 1인당 2회씩 사용할 수 있다. 영진위에 따르면 할인쿠폰은 오는 7월25일경 배포된다. 사용 유효기간은 멀티플렉스 4사 기준 9월3일(배포 후 40일 내)까지다. 쿠폰 잔여분 발생 시 9월에 추가 배포할 예정이다. 독립예술전용관 등 비계열사 극장엔 극장별 할인쿠폰이 배정되어 선착순 소진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영진위는 이번주 내 참여 극장 공고를 통해 차주 금요일경까지 쿠폰 활용 가능 극장과 쿠폰 수를 공개할 계획이다. 본사업은 문체부 ‘5대 분야 할인쿠폰 사업’의 일종으로 진행된다.

할인쿠폰 사업은 다가오는 여름 영화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20~2021년 진행됐던 유사 사업에서 영화 할인쿠폰 447만장 중 445만장(99.6%)이 사용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사업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문체위는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를 통해 “할인권 지급을 통한 단기적 소비 진작 효과만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신작 콘텐츠 제작 유도 등 (중략) 이후 한국영화 개봉 편수, 관객수 회복률 등 실질적 성과와의 연계 관리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영진위의 ‘2023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라 일반 2D영화에 대한 소비자 기준의 적정 금액이 8천원~1만원임을 고려했으며, 6천원의 할인쿠폰이 영화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적정선이라고 분석했다. ‘5대 분야 할인쿠폰 사업’ 중 영화 할인쿠폰에 공연예술, 미술전시 할인쿠폰 대비 많은 예산이 배정된 데에는 2020년, 2021년에 진행됐던 유사 사업의 결과가 연관돼 있다. 2021년 기준 할인쿠폰 사업의 실집행률을 보면 공연예술은 11.3%, 미술전시는 3.1%였다. 반면 영화 할인쿠폰은 99.5%의 높은 집행률을 기록했다. 이번 영화 할인쿠폰 사업의 예산은 영진위가 집행하는 영화발전기금 증액으로 진행된다.

모태펀드 영화계정 증액은 됐지만···

문체부가 진행하는 모태펀드 영화계정은 올해 초 계획됐던 398억원(정부 출자액 기준)에서 200억원 늘어난 598억원으로 증액됐다. 기존 한국영화 메인투자 198억원, 중저예산 한국영화 100억원, 애니메이션 전문 펀드 100억원으로 구성됐던 영화계정에 한국영화 메인투자, 중저예산 한국영화 부문에 각 100억원을 증액했다. 문체위에서 상정한 추경안은 한국영화 메인투자 150억원, 중저예산 한국영화 100억원 증액이었으나 최종적으론 50억원 감액되어 통과됐다. 모태펀드 영화계정은 문체부의 ‘K-콘텐츠 펀드 출자’ 사업의 일부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정부 출자액을 모펀드로 조성하고, 자펀드 운용사를 공모한 뒤 민간투자를 유치해 영화 콘텐츠 제작을 늘리겠다는 목적을 지닌다. 정부 출자액 598억원을 토대로 총 1196억원 규모의 영화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50억원이 감액된 이유로는 모태펀드 영화계정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영화계정은 “2025년 4월 말 기준 전체 결성액(2025년 결성예정액 포함) 대비 투자소진율 46.5%, 운용비용을 제외한 전체 투자 여력은 1185억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2년부터 누적된 실질적 투자액이 1천억원 넘게 쌓인 실정인 셈이다. 최근 5년간 영화계정의 평균 투자액이 595억원임을 고려하면 올해도 영화계정의 소진 가능성이 낮고, 이에 따라 예산 감액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 2월 영화계정 자펀드 조성을 위한 출자사업 공고에서 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하지 못하는 이례적 결과가 나타나면서 올해 내 펀드 조성과 투자 진행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PGK 관계자 B씨는 “해당 펀드에 실질적으로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선 정부의 출자 부담률을 높이거나 영진위를 펀드 운용 주체로 바꾸는 등 한시적인 조치가 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 들어 모태펀드 영화계정의 운용이 영화시장에 실제적인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이유다.

사진 출처 서울독립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