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영화 <쾰른 75>가 독일 전역에서 개봉했다. 영화의 배경은 1975년 쾰른, 이 도시엔 재즈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키스 재럿이 아니라 18살의 공연 기획자 베라(말라 엠데)다. 베라는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졸업 후 안정적인 직업을 얻길 강요하는 부모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대신 베라는 독일 젊은이들의 주요 투쟁 과제 중 하나인 낙태권 보장 시위에 참여하고 히피 스타일의 패션과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로 가족과 세상에 저항한다(눈치챘겠지만 베라와 그의 주변인들은 68혁명 이후 독일의 다양한 담론을 상징한다). 베를린에서 처음 키스 재럿(존 마가로)의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은 베라는 고향 쾰른에 그의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1975년 1월24일, 쾰른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키스 재럿의 공연은 재즈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 중 하나다. 연이은 투어로 심한 허리통증, 지속된 불면증으로 컨디션이 엉망이었던 재럿은 쾰른에서 사전에 요구한 뵈젠도르퍼 임페리얼 대신 망가진 그랜드피아노로 연주할 뻔했다. 당장 공연을 취소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었지만 일이 잘 풀려 재럿은 수리된 피아노로 공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 공연 실황을 녹음한 음반은 재즈 피아노 솔로 역사상 최대 판매의 신화로 남았고, 평단과 재즈 마니아들이 꼽는 역대 최고의 재즈 실황 중 하나로 지금까지 칭송받는다. 영화는 키스 재럿의 전설과 베라의 삶으로부터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강조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그 기회를 성공으로 이어가기 위해 중요한 요건을 두 인물 모두에 녹여낸 것이다. 재럿의 실제 연주를 사운드트랙으로 활용하지 못해 아쉽다는 평이 다수지만, 이를 제외하면 독일 언론은 <쾰른 75>에 호의적이다. “멜랑콜리한 진지함과 가벼운 코미디를 자유롭게 넘나든다”라는 영화 전문지의 평이 영화의 장점을 정확히 요약하고,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키스 재럿이 쾰른으로 향하던 새벽, 자동차에서 내려 자연의 소리를 주의 깊게 듣던 장면에 주목”할 것을 권하며 흥행을 독려하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