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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독특한 아우라의 쌍둥이 감독, 딘노첸초 형제가 연출한 TV시리즈 <도스토옙스키>

SHUTTERSTOCK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인상을 떠올리면 우선 자유로운 예술가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이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격식과 영상을 책임지는 사람의 품위를 상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쌍둥이 형제 감독인 다미아노 딘노첸초와 파비오 딘노첸초는 흔한 영화감독의 이미지와 딴판이다. 이들은 로마 도심에서 변두리로 향해가는 지하철 어느 칸에서 맞닥뜨려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소탈하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딘노첸초 형제는 바리스타, 식당 서빙, 제초일 같은 소일거리로 청춘을 보냈고, 가끔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짓는 정도의 창조 활동을 했다. 전문 교육기관의 도움 없이 시나리오를 대필하며 영화를 독학한 두 형제는 어느새 네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고 만드는 작품마다 국제영화제에 초대되는 스타 감독이 됐다. 두 감독의 대표작 <배드 테일즈>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학벌, 제도로부터 자유로운 두 감독이 사회가 요구하는 잣대 없이도 자신들의 능력을 끊임없이 인정받는 현상을 통해 사회가 예술가를 재단하는 여러 시선을 점검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딘노첸초 형제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두 감독이 SKY 이탈리아와 손잡고 만든 TV시리즈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초청됐다. 경찰관 엔조 비텔로는 오래전에 가족을 등지고 마약중독자가 된 딸 암브라와의 관계 단절로 인해 고통 속에 산다. 엔조 비텔로는 한 연쇄살인범을 추적 중인데, 이 살인범은 살해 현장에 늘 삶의 의미를 성찰한 메시지를 남기고 떠나 ‘도스토옙스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비텔로는 자신도 모르는 새 허무주의로 가득한 살인자의 메모에 매료되고, 동료들이 모르는 선 안에서 도스토옙스키와 서신을 교환한다. <도스토옙스키>는 공포를 정면으로 마주한 사람이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변화를 그린다. 딘노첸조 형제에 따르면 <도스토옙스키>는 “전작들에 비해 훨씬 어른스러운 작품”이다. 두 감독은 “우리는 모두 <도스토옙스키>의 관객이자 ‘도스토옙스키’의 고객이고 그의 산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이라고 자신들 관점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