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6 세월호 참사와 10·29 이태원 참사는 어떻게 알게 됐나.
= 두 참사 모두 전세계적으로 보도된 사건이라 대만인들도 전부 알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10주기를 맞았어도 훨씬 가까운 과거에 일어난 듯 느껴진다. 이태원 참사는 사건 당일 대만 전역에 중계됐을 정도로 유명했다. 유튜브 등 플랫폼을 활용해 당시 참사 현장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생존자들의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수많은 영상이 남긴 내상으로 한동안 정신과 진료를 받을 정도였다. 비록 내가 외국인이긴 하지만 인간이라면 말도 안되는 참사를 본 이상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 대만에서 벌어진 사건과 이태원 참사를 연결 짓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나.
= 그렇다. 무엇보다 사건이 일어난 후 정부의 대처 방식이 대만과 한국이 유사했다. 그래서 대만의 참사를 다루며 이태원 참사를 연결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의 제목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훌륭한 피해자들>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중국어의 의미를 정확히 살린 제목은 <완벽한 피해자들>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나는 ‘피해자다움’의 불합리성에 관해 말하고 싶다. 아직 대만에서도 사건의 피해자나 희생자는 집 안에 틀어박혀 스스로의 불쌍함을 탓하길 강요하는 시선이 팽배하다.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피해를 공론화하거나 정부에 행정소송을 내는 걸 불쾌해하는 이들도 있다. 이 작품은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고찰로부터 출발했다. 오늘 취재를 해보니 한국 정치 진영도 진보와 보수간 대립이 심해 보인다. 그리고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를 정부와 여당을 향한 위험 분자의 공격으로 취급하는 현실도 보았다. 대만은 유사한 듯 또 다르다. 대만도 정부에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에게 “너는 중국 공산당이야”라며 낙인 찍는 풍조가 있다.
- 영화는 비극과 참사를 어떻게 직시해야 할까.
= 다큐멘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다큐멘터리스트로서 20년 넘게 살아오며 유지 중인 단 하나의 신념이다. 2013년에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2009년 홍수로 5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한 마을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이 영화가 대만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향을 불렀다. 대만 초등학생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대만의 11살 초등학생들은 해당 학년이 되면 국가에 이같은 비극이 있었다는 걸 학습할 수 있게 됐다. 비극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비극을 잊어서는 안된다.
- 향후 작업 계획은.
= <훌륭한 피해자들>은 정부를 비판하는 영화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제작 중이다. (웃음) 내년 즈음엔 전국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바라건대 한국 영화제에도 초청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