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서비스의 양대 산맥인 디즈니+의 1분기 실적이 공개되었다. 가입자 증가 수치보다 얼마나 수익을 올리느냐가 중요한 시대라고 하지만, 400만명의 구독자가 줄어든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디즈니+는 지난 4분기에도 이미 가입자 240만명을 잃었다. 600만명의 구독자를 다시 모으는 것도 어려운데 오히려 더 감소한 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디즈니+의 총가입자 수는 1억5780만명이다.
디즈니+의 하락세는 지난해 12월 말의 가격 인상 여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존 요금제에 3달러를 추가해 월 10.99달러로 변경했고, 기존 요금으로는 광고를 봐야만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가입자가 줄었고 수익도 당장은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 디즈니+는 북미에서 직접 제작하는 분량을 줄이고, 특정 콘텐츠를 3분기에 제거하는 결정도 내릴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외부 유통을 더 늘리지 않을까. 디즈니의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자체를 줄일 예정이라 밝힌 디즈니의 승부수는 디즈니+보다 다양한 콘텐츠가 있고 북미에서 여전히 성장 중인 훌루에 있다. 2023년 말 출시 예정인 원앱을 이용하면 디즈니+에서 훌루의 콘텐츠를 볼 수 있고 훌루에서도 디즈니+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훌루의 북미 가입자는 4820만명이다. 아시아에서는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플랫폼인 훌루의 콘텐츠를 스타 채널에서 일부 감상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불가능했다. 아시아에서 실험을 하면서 디즈니+가 디즈니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 디즈니+는 넷플릭스, 그리고 합병이 완료된 디스커버리 워너브러더스의 맥스, 파라마운트+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사 콘텐츠와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은 훌루와의 결합은 최근 주춤한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에 아쉬움을 느낀 가입자들에게 단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제작한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는 훌루에서 볼 수밖에 없었는데 미국 디즈니+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온다는 것도 우리에겐 환영할 만하다. 다만 훌루의 지분을 33% 가지고 있는 미국 1위 케이블TV 사업자 컴캐스트의 반응이 관건이다. 그들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 전략이 잠깐의 전략이 될지, 앞으로 디즈니의 확고한 전략이 될지 판가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