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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이먼드 & 레이’ 배우 에단 호크, 이완 맥그리거, “가족은 인간 심리의 영역”
안현진(LA 통신원) 2022-10-25

-아버지를 묻으러 가는 여정에서 형제가 갈구하는 화해와 용서에 대해 각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에단 호크 레이와 레이먼드의 여정은 용서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대한 명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 자란 어른이지만 여전히 소년인 두 아들의 내면의 분노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분노를 억누른다면 자신에게 독이 될 것이고, 분출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될 것이다. 두 아들은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이에 대한 결론이나 해답을 전시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현실에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떤 고민에서 명확한 답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영화 속의 부자 관계로 인해 혹시 부자 관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이완 맥그리거 그건 아니다.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의 눈으로 본, 괴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자 중 하나를 연기했을 뿐이다. 감독이 만든 이야기 속 인물의 상황을 탐험했을 뿐 그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만한 섬광 같은 경험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에단 호크 가족이라는 영역은 달리 말하면 인간 심리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지형 같은 거다. 그렇기 때문에 한순간의 경험이 개인이 가진 가족이라는 지형을 바꿀 수는 없을 거다. 이런 특별한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 기쁘고, 이 경험이 우리가 가진 인간 심리의 면면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레이먼드와 레이는 공동묘지에서 각자의 감정을 분출하고 환기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두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점이 재미있었다. 그 순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이완 맥그리거 로드리고가 쓴 아름다운 각본 속 캐릭터는 각자의 그 순간을 위해 달려간다. 그 순간을 위해 과거의 이야기가 쓰여졌고, 그 순간을 위해 현재의 대화가 쓰여졌다. 레이가 레이먼드를 자극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그 순간 레이먼드가 분노를 터뜨릴 수 있도록 정교하게 준비된 단계들이다. 레이먼드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감추려 하고, 사랑할 수 없는 아버지의 장례를 합당하게 치르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폭발한다. 그 순간을 위해 레이먼드의 감정을 쌓아올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처음에 용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레이먼드가 아버지를 용서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는 받아들이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에단 호크 그 장면은 정말 아름답다. 관객은 레이먼드의 분노가 안팎으로 터져나오는 걸 볼 수 있다. 부글부글 끓는 컵에서 물이 넘쳐 흐르는데 컵도 터져나갈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레이먼드는 그 순간을 통해 어떤 결론에 이르지만, 반면 레이에게는 어떤 속 시원한 결론도 주어지지 않는다. 대신 레이먼드의 분출이 레이에게 영향을 주어 레이가 그다음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금 용서보다는 인정이라고 말했는데, 용서보다 인정이 더 큰 힘을 가진 단어라고 생각한다. 용서했을 때보다 인정했을 때 변화가 시작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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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Apple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