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 경기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든 경기에 이종윤 국제심판이 함께했다. 팀별로 인원수가 달라 서로 용병 품앗이를 해주기도 했다. 강원팀 용병의 도움을 받은 인천팀의 손다혜 인천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인천독립영화협회는 다른 협회와의 지속적 교류 없이 섬처럼 지내왔다. 모두가 뒤섞여 운동하는 풍경을 보는데 그 순간 기분이 묘했다”며 설렘을 표했다.
“독립영화가 현재다! 독립영화가 미래다!” 문성근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이하 평창영화제) 이사장의 힘찬 구호로 ‘제1회 지역영화 네트워크 명랑운동회’가 시작됐다. 색깔판 뒤집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계주 등 다양한 게임이 이어지면서 경기장의 열기는 한층 고조됐다. 지난 6월27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기념관 내 운동장에서 열린 운동회에는 강원, 인천, 대구, 부산, 전북, 광주, 제주, 대전 총 8개 지역에서 온 80여명의 지역 영화인들이 의기투합했다. 장마로 장대비가 쏟아지는 상황이었지만 응원의 소리와 함성은 그칠 줄 몰랐다.
“독립영화가 현재다! 독립영화가 미래다!” 명랑운동회 시작에 앞서 문성근 평창영화제 이사장이 구호를 외쳤다.
명랑운동회는 <나는보리>를 만든 김진유 감독의 유쾌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열린 토크 포럼 ‘지역영화 가치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것’에서 지역간 네트워킹 방안을 모색하던 중 “교류를 위한 첫 단계로 운동회를 열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이다. 서울에 집중된 독립영화 산업 정보나 부족한 인프라 등을 지역간 네트워크 구축으로 보완해보자는 취지였다. 이에 올림픽이 열렸던 평창을 개최지로 하자는 의견까지 더해지면서 바통을 전해 받은 평창영화제는 강원영상위원회, 강원독립영화협회와 힘을 합쳐 이를 현실화할 방안을 찾아나갔다. 최은영 평창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화 작업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비서울 지역끼리 네트워크를 쌓으면 서로의 강점을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배우 캐스팅을 고심할 때 오랜 연극 역사를 가진 대구에서 좋은 배우를 소개받을 수 있고, 또 후반작업에 필요한 기술자를 서로 알려줄 수도 있다”며 명랑운동회에 기대하는 바를 설명했다. 이어 김형석 프로그래머는 “지역의 특색이 담긴 지역 영화를 찍고 싶지만 자원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서울살이를 고민해야 했던 비서울 지역 청년들에게도 이 교류의 시간이 희망이 될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색깔판 뒤집기 전에 대구경북팀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종 승리를 거둔 감정원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지역간 거리 때문에 독립영화인들이 활발하게 교류하지 못했다. 앞으로 영화 작업에 필요한 부분이나 궁금증을 나눌 수 있게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며 소회를 전했다.
이날 최종 우승은 전북독립영화협회가 차지했다. 우승 팀에는 독립영화 제작 지원금이 상금으로 전달됐다. 1위 전북팀에는 500만원, 2위 제주팀에 300만원, 공동 3위 대전팀·부산팀에 200만원씩이 돌아갔다. 운동회가 진행되는 동안 오락가락하던 빗줄기가 잦아들고 시상식이 열릴 땐 하늘도 맑게 갰다. 진한 여운과 아쉬움에 운동장을 떠나지 못하는 참가자들 사이에 싹튼 유대감이 일으킬 기분 좋은 변화가 기대된다.
계주가 마지막 순서를 장식했다. 부산팀과 전북팀의 접전 끝에 부산팀이 역전승을 거둔 듯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전북팀의 승리로 돌아갔다. 박영완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스탭들의 협동이 필요한 영화 제작과 팀원들의 호흡을 맞춰가는 스포츠 정신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계속해서 이어지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