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제4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현장 가보니 캠핑시네마, 축하공연, GV 등 행사 다채, 28개국 장편 42편·단편 46편 영화 상영
24일 저녁,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올림픽메달플라자에서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대 행사로 가수 선우정아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오승훈 기자
캠핑장과 감자창고에서 즐기는 평화로운 영화제.강원도 평창은 청량했다. 지난 24일,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열리는 대관령면 횡계리에는 장마가 무색할 정도로 종일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개막 이틀째를 맞은 이날 평창영화제는 감자창고 시네마를 비롯한 6개 상영관과 캠핑장 등지에서 영화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공연 등이 다채롭게 열렸다.
이날 오후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는 특별한 게스트와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 ‘위드 시네마’ 섹션도 열렸다.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함께 본 뒤 정 감독과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가 버려진 고양이들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둔촌주공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고양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둔촌냥이’ 모임의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특히 이 행사에는 남다른 사연도 있었다. 지난해 영화제 기간 동안 알펜시아 상영관 벽 속에서 느닷없이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는데 알고보니 유기묘의 보금자리였던 것. 사실 강원도는 휴가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유기견과 유기묘가 버려지는 곳이다. 평창영화제 쪽이 반려동물 유기 반대 캠페인에 나서며 이 행사를 기획한 배경이다.
24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어울마당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 <더 팸>의 배우 클라우디아 그롭(가운데), 아나이스 울드리(오른쪽)이 참석한 모습.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제공
장편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영화 <더 팸>의 배우 클라우디아 그롭, 아나이스 울드리도 평창을 찾아 관객과 만났다. <더 팸>은 청소년보호소를 운영하는 원장과 그곳에 머물고 있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원장 역을 맡은 클라우디아 그롭과 오드리 역을 맡은 아나이스 울드리 모두 데뷔작인 <더 팸>으로 스위스영화제, 안탈랴골든오렌지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해외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배우 클라우디아 그롭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더 팸>이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리에게 가치를 부여해 준 멋진 선물 같은 영화”라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아나이스 울드리는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 감독님과 1 대 1 면담을 했고, 그러면서 진짜 내 이야기와 감정을 잘 담을 수 있었다. 인물에 빠져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24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감자창고 시네마’ 앞에 관람객들이 모여있다. 감자창고 시네마는 감자창고를 개조해 만든 극장이다. 오승훈 기자
‘스펙트럼케이(K)’ 섹션에 초대된 감독과 배우도 관객들과 만났다. 올해는 ‘어바웃 트웬티’로 19~20살 청춘들을 테마로 잡았다.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배우와 함께 평창을 찾은 <최선의 삶>의 이우정 감독은 “정말 치열하게 최선을 다했지만 어긋났던 시기의 이야기”라며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던 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통해 위로받았다는 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주행사장인 올림픽메달플라자에서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불리는 가수 선우정아의 축하공연과 야외 상영도 진행됐다. 평창군 대화면에 위치한 ‘꿈의 대화 캠핑장’에선 올해 처음 도입된 프로그램인 ‘캠핑시네마’의 일환으로 공연과 함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코다>가 상영됐다.
‘위드, 시네마’(with, CINEMA)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28개국 88편(장편 42편·단편 46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오는 28일까지 평창 대관령면 일원에서 계속된다.
평창(강원도)/글·사진 한겨레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