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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재, 어땠어?] ‘왜 서현진인가’ 보여주긴 하는데…연애는 좀
한겨레제휴기사 2022-06-24

[한겨레]

여성 변호사 성공 향한 질주…서현진-허준호 연기 대결, 법정물인데 사건 해결 허술, 남주와 연애 뜬금없어, “캐릭터 붕괴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길”

에스비에스 제공

<에스비에스>(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는 성공을 향해 독하게 달려온 오수재(서현진)와 그런 그를 지키려는 로스쿨 학생 공찬(황인엽)의 이야기다. 오수재는 티케이(TK)로펌의 최연소 파트너 변호사로 무서운 독선과 승부욕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 여성의 사망 사건에 휘말려 로스쿨 겸임교수로 밀려나게 된다. 그곳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닌 공찬을 만나 마음과 인생이 조금씩 움직이게 된다. 오수재와 첨예한 대립 구도를 그리는 티케이로펌 회장 ‘최태국’을 맡은 허준호와의 연기 대결이 관전 포인트. 시청률은 지난 3일 밤 10시 6%로 시작해 지난 18일 6회가 8.8%로, 갈수록 오르고 있다. 연출 박수진, 극본 김지은

에스비에스 제공

■ 남지은 기자

<왜 오수재인가>는 배우 서현진이 ‘오수재’ 역할을 선택한 이유를 알려주는 것 같다. 서현진은 1회에서 감정 과잉도 있었지만 이후부터는 오수재 그 자체다. 로펌에서 강인한 모습과 로스쿨 교수로서 똑부러지는 모습, 그리고 편한 친구와 그를 좋아하는 공찬 앞에서 긴장이 풀린 모습을 구분 지어 연기한다. 무엇보다 ‘원톱’ 주연으로서 혼자 묵직한 드라마를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오수재가 주는 강렬함에 견줘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해결 방식은 다소 허술하다. 오수재는 주로 말만 하고 증거는 로스쿨 학생들이 찾는다. 로스쿨 학생들은 명탐정 코난이다. 전문가도 풀기 어려웠던 문서의 암호는 팀원들이 피시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장면으로 끝났다. 오수재가 변호사로서 대단한 면을 강조하려는 일화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오수재는 한 부부가 아이를 입양해 학대한 사실을 밝혀낸 과정을 찾아보라며 후배들에게 그들의 주민등록등본을 보여준다. 별다른 걸 찾지 못하자 말한다. “둘째, 셋째 출생 신고가 11개월 차라는 거, 돌림자가 아니라는 거. 왜 이런 건 내 눈에만 보이지?” 어째 대단한 척하기에는 좀 시시하지 않나.

법정물에 초반부터 찾아온 러브라인도 은근 거슬린다. 오수재를 향한 공찬의 마음이 과거 자신을 믿어준 것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이면 안 되는 걸까. 복수를 위해 달려온 오수재가 공찬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것도 어째 힘이 빠진다. 게다가 갑자기 뽀뽀는 왜?

오수재의 독한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사용한 대사도 불편하다. 그는 과거에 이어 또 한번 성추행을 당한 로스쿨 학생한테 이렇게 말한다. “한번 겪었으면 정신 차려야지 또 당해? 대한민국에서 성범죄를 당했을 때 법은 여성의 편이 아니야.” 성폭력을 당했다는 술집에 나가는 여자한테는 더 심하다. “엄마 아빠 동생들은 네가 이런 일 하는 거 아니? 학교 게시판에 올려줄까? 우리나라 네티즌 못 찾는 거 없어. 딱 죽고 싶게 만들어 줄까? 어디 가든 찾아내서 사진 올리고 딱 죽고 싶게 만들 텐데.” 누군가를 저주하면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걸 보여주려는, 그들에게 힘을 기르고 내용을 갖추라는 걸 알려주려는 마음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그래도 너무하지 않나. 너무한 것은 또 있다. ‘최태국’ 역할의 허준호를 제외하고 나머지 배우들이 조화롭지 못하다.

에스비에스 제공

■ 정덕현 평론가

한마디로 오수재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끌고 가는 드라마다. 오수재는 고졸 출신 여성 변호사로 갖가지 선 넘는 선택을 해오며 유리 천장을 깨고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가 됐다. 이런 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오수재의 선택들을 공감하게 한다. 시청자들에게 ‘독한 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정도로 캐릭터가 극화되어 있는 게 이 드라마의 강력한 힘이다. 오수재의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의 장벽과 그걸 넘으려는 인물에 대한 공감과 로망이 겹치면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된다.

이런 캐릭터 설명을 위해 드라마 초반에 우리가 뉴스에서 봐왔던 유사한 사건들을 법정으로 가져와 정의와는 상관없이 의뢰인의 입장에서만 변호하는 오수재를 보여준 건 효과적이었다. 즉 보통 대기오염 수치를 허위보고한 기업의 사건이라면 기업의 부정함이 답이지만, 오수재는 기업 편에 서서 뒷돈을 받은 내부고발자의 신뢰성을 흔들고 피해 아동이 사실은 입양됐다는 사실을 가져와 그 증언 역시 믿을 수 없다는 걸 끄집어내 기업이 승소하게 하였다. 과거에는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캐릭터는 남성이었는데, <왜 오수재인가>에서는 오수재를 일의 영역에서 성공하고픈 여성 캐릭터로 그린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로펌에서도 임원의 자리에서 여성 변호사를 찾아볼 수 없는 점이나, 남성 변호사끼리 나누는 부적절한 성차별적 대사들이 곳곳에 담기면서 시청자들은 오수재가 그 벽을 깨는 걸 응원하게 한다.

이런 질주가 피해 여성이 건물 옥상에서 추락하는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큰 충격을 받는 모습 역시 이 인물이 진짜로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걸 드러낸다. 즉 오수재가 싸우는 건 편견과 차별로 가득한 세상이고 그 세상의 룰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선을 넘는 선택도 마다치 않는다는 것일 뿐이라는 것. 오수재의 폭주는 짜릿한 쾌감을 주지만 동시에 이런 괴물을 만든 현실을 반추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소 아쉬운 건, 이 일로 로스쿨 교수로 가게 된 오수재 앞에 학생 공찬이 나타나고, 공찬이 오수재에게 본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그를 바꿔나가려는 이야기가 2회에 바로 등장한 점이다. 이런 변화 자체가 나쁜 방향성은 아니지만 시청자들로서는 좀 더 오수재의 질주를 보고 싶지 않았을까. 공찬은 오수재에게 그런 치열한 삶이 과연 행복이냐를 묻는 인물이지만, 그건 마치 오수재가 하려는 편견과 차별을 깨는 그 욕망을 개인적 차원의 행복으로 억압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후반부에 등장했다면 괜찮지만 너무 앞부분에 등장하면 드라마가 오수재라는 인물의 폭주로 만들어낸 속도감과 극적 긴장감을 흩트리는 일이 될 수 있다.

물론 공찬이 오수재의 본래 모습을 찾게 해주는 그 과정은 훈훈한 힐링과 위로를 줄 수 있을 테지만, 그 과정에서 오수재가 본래 하려던 그 캐릭터의 욕망을 얼마나 실현해 나갈 것인가 또한 드라마의 중요한 관건으로 보인다. 서현진은 확실히 오수재라는 인물이 가진 독한 면과 공찬 앞에서 부드러워지는 면들 또 자신도 두려움을 느끼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왜 오수재인가>라는 제목이 ‘왜 서현진인가’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보일 정도. <안나라수마나라>에서 괜찮은 존재감을 보였던 공찬 역할의 황인엽도 서현진과 연기 호흡이 나쁘지 않다. 선악이 아닌 현실적인 기준으로 무언가를 선택하는 최태국 회장 역할의 허준호는 말할 필요 없는 악역의 면면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에스비에스 제공

■ 김효실 기자

온갖 시련을 겪으며 복수 외길을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는 ‘만능형’ 주인공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며 달라진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왜 오수재인가>는 살짝 다르다. 이성애 남성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에서는 여성인 오수재가 주인공이다. 남성이 지고지순한 내조를 하는, 성 역할 반전형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인기를 얻은 다른 성 역할 반전 드라마들, 예컨대 <하이에나>(에스비에스), <원더우먼>(에스비에스) 등에서 이미 맛봤던 일차원적 쾌감(?)에서 더 나아간 지점이 보이지 않는다.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적 퇴행이 드라마에도 반영된 걸까. 그래도 “이래서 서현진이구나!” “이래서 허준호구나!” 싶은, 두 배우가 맞붙는 장면들은 볼 만하다. 오수재가 ‘대형 로펌 변호사’라는 사회적 지위를 획득해봤자, 유리 천장은 물론 계급 천장을 뚫기 어려운 현실도 서늘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상승세 이어가려면?

정덕현 평론가=오수재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수록 괜찮을 작품.

김효실 기자=오수재가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캐붕’(캐릭터 붕괴)하는 장면이 없어야

남지은 기자=오! 수재여, 연애 금지, 사건 해결은 직접, 안 될까?

한겨레 남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