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의 흑백 무성영화처럼 오로지 인물의 행동과 표정으로 상황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소 과장된 몸짓과 표정 덕분에 다영을 괴롭히는 삼진물산 직원들은 무척 얄밉고,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다영은 안타까우며, 그런 다영을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민재의 노력은 무척이나 애틋하다.
큰 사건 없이 비슷한 성격의 에피소드들이 반복되는 서사는 다소 아쉽지만,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유머 덕분에 집중하기 좋다. 고봉수 감독의 작품을 챙겨본 관객이라면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를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민재가 일하는 택배회사는 튼튼배송(<튼튼이의 모험>)이고, 그가 삼진물산에 입사하기 위해 쓴 이력서에는 출신 학교가 델타고등학교(<델타 보이즈>)로 적혀 있다. 대사와 자막 하나 없지만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은 민재의 다영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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