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이 소설은 유쾌한 문체 속에서 지속적으로 코미디를 시도하는 코믹 장르 소설이다. 그 시도가 모두 유효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종종 우스꽝스러워지는 주인공의 행동과 아재개그,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발생하는 언어유희가 작가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유머 코드가 맞는다면 한번쯤 크게 웃을 수 있는 문장 역시 적지 않다. 쓰고 싶은데 안 써지고, 쓸 때에는 확신이 없던 작품이 막상 없어지니 엄청난 명작이었던 것처럼 느껴져 목숨 걸고 찾고 있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 이야기 같아 안쓰럽기도 하다. 문학을 야유하는 것인지, 스스로를 비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엇박자로 틀어지는 주인공의 삶이 웃기면서도 쓸쓸함을 유발한다.
끝이다 끝
블로그에서 느껴지는 저항감은 폭동 수준이었다. 편집장이 더이상은 감내하기 어렵다는 듯 구두로 계약조건을 적시했다.
“반복하지도, 번복하지도 않을 테니 잘 들어. 이제 일주일이야.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얘기야. 더이상의 기회는 없어. 그 안에 내 마음을 포복절도하지 못할 경우, 재계약은 요원하다.”
그것은 마감시간을 얼마 안 남긴 홈쇼핑 진행자의 멘트 같았다. 그들은 매번 마지막 기회, 라고 앵무새처럼 떠들었다. 편집장은 아니었다. 다 같은 마지막이 아니었다. 반복되지 않는 마지막은, 곧 끝을 의미했다. 그는 웃음이 사문화 된 원고를 거래할 생각이 없었다.
“1년 동안 동굴 같은 옥탑방에서 글만 썼는데도 홍익인간의 시대는 아직입니까? 웃음 유발에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암을 유발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 취급도 못 받는 겁니까?”(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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