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영화과 교수들, 심광현 영상원장 임용 집단 반발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이강숙)의 신임 영상원장 임용을 두고 전국 사립대학 영화과 교수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동국대, 한양대, 서울예대, 경성대 등의 영화과 교수들은 지난 3월6일 ‘심광현 신임 영상원장 임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한국영화학교수협의회, 한국영화학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등의 명의로 발표하고 “최민 전 영상원장에 이어 또다시 미술평론가 출신인 심광현씨를 신임 원장으로 뽑은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인협회 등 일부 영화단체들까지 가세한 성명서에 따르면,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 영상원은 출범 당시부터 영화, 영상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운영해온데다 타분야 인물들을 학맥과 인맥으로 엮는 불투명한 교수 임용을 하는 등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기능이 강한 특수학교를 파행적으로 운영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중 강한섭, 유지나 교수 등 5명은 3월7일 문화부장관을 찾아 “책임당국은 차기 영상원장을 영화계에서 신임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로 임명하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문제를 제기한 쪽은 ‘상식적인 차원’에서 이번 임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정재형 교수(동국대)는 심광현 신임 원장에 대해 “영화단체에서 몇년 일한 것을 빼고선 아무 경력도 없지 않느냐. 적어도 영상원장은 학교 설립 취지에 맞게 영화영상 실기 전문자로서 대외적으로 실적을 인정받은 경륜있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매번 다른 분야의 이론 전공자가 그 자리를 맡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심광현 원장이 영화학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한국영화학회 소속이 아니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강한섭 교수(서울예대)는 “심광현씨의 경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교수 임용 때부터 문제삼은 부분”이라면서 “음악원이나 미술원과 달리 유독 영상원만 그런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영화계 내에선 이런 문제제기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99년 영상원이 국립예술대로 변환하려고 시도하면서 사립대학쪽과 빚은 갈등이야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영화인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영상원장 임용을 반대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정책위원장이기도 한 이창동 감독은 “지난 수년 동안 그가 누구보다 영화계 현안에 대해서 발벗고나섰다는 사실은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화배우이자 제작자인 명계남씨도 지난 3월8일 한 기고문을 통해 영화인회의 정책위원장이자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인 심광현 교수가 영화인이 아닌 이유를 따져 물은 뒤, 임용 반대 성명서에 서명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일부 영화단체들까지 강하게 비판했다.
어쨌든 영상원쪽은 이번 일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김봉렬 교학처장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문제제기를 할 순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낙하산 인사’ 등의 표현을 써가며 대대적으로 나서는 걸 보면 영상원장을 무슨 ‘기관장’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 설립 초기 때 최민 원장이 연임할 수밖에 없던 상황과 달리 임기 2년의 순환보직일 뿐이다”고 말했다. 영상원장은 문화관광부 장관의 임명이 필요하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와 달리, 대통령령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 제6조에 따라 ‘각원의 원장은 예술학교의 교수 또는 부교수 중에서 총장이 보한다’는 것이다. 또한 심광현 원장의 경력에 대해서도 “이번 임용은 행정적인 경험과 능력이 중요한 자리인 만큼 그 기준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