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묵시록’은 언제쯤에야 코폴라를 놓아줄까?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1979년작 <지옥의 묵시록>의 재편집판을 올해 5월9일 개막하는 칸영화제에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칸영화제 질 자콥 집행위원장 역시 코폴라의 발언을 확인했다. 코폴라는 79년 개봉판보다 53분이 길어져 러닝 타임이 3시간17분에 달하는 이번 편집판에 대해, “그저 남은 필름을 덧붙인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촬영분을 이용해 완전히 새롭게 편집한 새 영화”라고 밝혔다.
이로써 <지옥의 묵시록>은 역사상 어떤 영화보다 지독한 강박으로 한 감독을 사로잡은 영화로 기록될 듯하다. 필리핀 밀림의 악천후 속에 만들어진 <지옥의 묵시록>은 예정 촬영기간을 다섯배, 예산을 두배 이상 초과한 촬영 과정에 주연 마틴 신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를 신경쇠약에 빠뜨렸고 코폴라는 영화 완성을 위해 집까지 저당잡혔다. 집착이 깊어진 코폴라는 79년 칸영화제의 공식 월드 프리미어 전에 미국에서 엠바고를 전제한 시사회를 개최했다가 기자들이 이를 어기자 미국 언론을 공개 성토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였던 것은 엔딩. 여러 가지 결말을 찍어두고 번민을 거듭하던 코폴라는 79년 칸영화제에 다른 엔딩 촬영분을 들고가 공식 시사 후 따로 작은 극장을 빌려, 생존자들이 보트를 타고 밀림을 빠져나가는 관습적인 엔딩의 편집판을 재시사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결국 <지옥의 묵시록>은 <양철북>과 그해 황금 종려상을 공동수상하고 첫번째 엔딩 그대로 개봉됐지만 35밀리 버전 엔딩 크레딧에 밀림의 사원이 폭격당하는 장면이 추가돼 한번더 작은 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코폴라에게는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 그는 비토리오 스트라로, 월터 머치 등 오리지널 스탭이 합류해 필름을 재인화하고 사운드트랙을 디지털화한 2001년판 <지옥의 묵시록>에 대해 “주제의식과 역사적 관점은 한층 강력해졌다”는 장담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과연 코폴라는 올해 칸영화제가 끝나면 묵시록을 덮고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